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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인드셋 & 웰니스 (Mindset & Wellness)99

리스본에서 안경다리가 뚝 부러졌어요: 포르투갈어 간판 앞에서 헤맨 하루 안경다리가 뚝 부러진 순간아침에 눈을 뜨고 침대 옆 협탁에서 안경을 집는데 손에 뭔가 가벼운 느낌이 들었어요. 들어보니 오른쪽 다리가 경첩 부분에서 완전히 떨어져 나가 있었어요. 전날 밤 피곤해서 아무렇게나 벗어놓은 게 화근이었어요. 협탁 모서리에 살짝 걸렸는지, 아니면 그냥 몇 년 동안 쓰던 경첩이 수명을 다했는지 알 수 없었어요. 어느 쪽이든 결과는 같았어요. 안경 없이는 모니터 글자도 흐릿하게 보이는 근시라, 이 상황 자체가 바로 업무 중단이었어요.한국이었다면 별일 아니었을 거예요. 동네마다 안경점이 있고, 걸어서 5분이면 비슷한 테를 찾아 끼울 수 있었으니까요. 그런데 저는 그때 리스본에 있었어요. 머문 지 2주 정도 된 도시라 마트와 자주 가는 카페 정도만 겨우 익숙해진 상태였고, 안경점이 어디.. 2026. 10. 2.
정전 속 낯선 이웃의 노크, 양초 하나로 마음이 놓였다 현관문 두드리는 소리에 깜짝 놀랐어요. 이 숙소에서 아직 아는 사람이 한 명도 없었으니까요. 문을 열어보니 옆집 사람이 서 있었어요. 그 짧은 순간이 이 도시에서 지낸 며칠 중 가장 예상치 못한 순간이었어요.정전으로 어쩔 줄 모르고 있었다그날 저녁 갑자기 건물 전체가 정전됐어요. 노트북 배터리만 믿고 일을 하던 중이라 크게 당황했어요. 배터리도 얼마 안 남아 있었어요. 마감이 얼마 남지 않은 작업 중이라 더 초조했어요. 화면이 꺼지기 전에 최대한 저장부터 해두려고 급하게 손을 움직였어요. 저장 버튼을 몇 번이나 눌렀는지 모르겠어요. 혹시라도 작업한 내용이 날아갈까 봐 그 짧은 순간에도 신경이 곤두섰어요.두꺼비집을 찾아봐야 하는지, 관리실에 연락해야 하는지조차 몰랐어요. 낯선 숙소라 구조도 익숙하지 않았고.. 2026. 9. 30.
손끝이 따끔거려서 알아챘어요: 다시 시작된 손톱 물어뜯기 손끝이 아파서야 알아챘어요노트북 자판을 두드리다가 손끝이 따끔거렸어요. 무심코 손을 봤더니 엄지손톱 옆 살이 벗겨져 있었어요. 며칠째 계속 물어뜯고 있었던 흔적이었어요.언제부터 이랬는지 정확히 기억도 안 났어요. 그냥 어느 순간부터 손톱 끝이 자꾸 신경 쓰였고, 그때마다 무의식적으로 입으로 가져가고 있었어요.손을 살펴보니 엄지뿐 아니라 검지 손톱도 짧게 물어뜯긴 상태였어요. 몇몇 손가락은 손톱 모양 자체가 거의 남아 있지 않았어요.이 버릇이 언제 처음 생겼는지 떠올려봤어요. 확실히 기억나는 건, 초등학생 때 시험 기간마다 손톱을 물어뜯던 습관이 있었다는 거예요. 그때는 어머니가 손톱에 쓴 약을 발라주셔서 겨우 고쳤던 기억이 났어요. 그 뒤로 이십 년 넘게 이런 버릇 없이 지내왔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다.. 2026. 9. 29.
창가의 시든 화분 예닐곱 개, 결국 돌보는 법을 배웠다 이번 숙소 창가에도 작은 화분을 하나 놨어요. 며칠 전부터 잎이 누렇게 변하는 걸 보면서, 문득 이게 몇 번째 화분인지 세어보고 싶어졌어요. 창틀에 걸터앉아 시든 잎을 만지작거리다가, 이 반복되는 패턴을 한 번쯤 제대로 들여다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이번에도 결국 시들어버렸다새 숙소에 도착할 때마다 저는 꼭 작은 화분을 하나 사요. 방이 조금이라도 사람 사는 느낌이 나길 바라는 마음에서요. 첫 주는 물도 꼬박꼬박 주고, 햇빛 방향에 맞춰 자리도 옮겨주고 나름 정성을 들여요. 그런데 둘째 주쯤 되면 일이 바빠지면서 화분에 신경 쓰는 걸 자꾸 잊어버려요. 물을 며칠 걸러도 티가 안 나니까 괜찮겠지 하고 넘어가는 날이 늘어나요.그러다 어느 날 갑자기 잎이 축 늘어져 있는 걸 발견해요. 놀라서 물을 듬뿍 줘보.. 2026. 9. 27.
사진첩을 넘기다 몇 달째 내가 없다는 걸 알았어요: 혼자 찍는 습관 사진첩을 넘기다 이상한 걸 발견했어요휴대폰 사진첩을 정리하다가 최근 몇 달치를 쭉 넘겨봤어요. 음식 사진, 풍경 사진은 많은데 정작 제 얼굴이 나온 사진이 하나도 없었어요.처음엔 그냥 우연이겠거니 했어요. 그런데 한 달, 두 달, 세 달을 거슬러 올라가도 마찬가지였어요. 어느 순간부터 저는 사진 속 풍경의 일부가 아니라 그걸 찍는 사람으로만 존재하고 있었어요.예전 사진첩을 열어보니 몇 년 전만 해도 셀카나 누군가 찍어준 제 사진이 꽤 있었어요. 언제부터 이렇게 됐는지 정확히 기억도 안 났어요.날짜별로 훑어보다가 한 지점에서 뚝 끊긴 걸 알았어요. 그 이후로는 정말 단 한 장도 없었어요.그 지점이 정확히 어느 도시로 넘어가던 시기였는지도 떠올려봤어요. 신기하게도 혼자 다니는 일정이 유독 많아진 시기와 맞아.. 2026. 9. 26.
몇 나라를 거쳐왔는지 세어본 밤, 숫자 앞에서 마음이 복잡해졌다 여권 갱신을 하러 사진관에 앉아 있다가 문득 궁금해졌어요. 이 여권에 도장이 몇 개나 찍혔을까 하고요. 그날 밤 숙소로 돌아와 하나하나 세어봤어요.여권을 펼치고 도장을 세기 시작했다여권 갱신 신청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낡은 옛날 여권을 서랍에서 꺼내봤어요. 몇 년 동안 한 번도 다시 펼쳐본 적이 없었어요.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도장들이 빼곡했어요. 색깔도, 모양도, 언어도 다 제각각이었어요. 어떤 건 선명했고, 어떤 건 흐릿해서 겨우 알아볼 정도였어요.어떤 페이지는 도장이 겹쳐 찍혀서 어느 게 입국이고 어느 게 출국인지 구분도 안 됐어요. 그런 페이지 앞에서는 한참을 돋보기라도 있으면 좋겠다 싶을 정도로 들여다봤어요.하나씩 손가락으로 짚어가며 세어봤어요. 입국과 출국 도장을 다 합치니 생각보다 .. 2026. 9.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