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180 식곤증의 범인은 점심 접시에 있었어요: 오후를 되찾은 점심 루틴 점심만 먹으면 무너지던 오후한동안 오후만 되면 이상하리만큼 일이 안 되던 시기가 있었어요. 중요한 기획안을 붙잡고 있는데 머릿속에 안개가 낀 것처럼 멍하고, 모니터의 글자가 눈에 들어오지 않았어요. 처음에는 전날 잠을 못 자서 그런가 했어요. 그다음에는 제 의지력을 탓했어요. 커피를 두 잔씩 마셔봐도 소용이 없었고, 억지로 버티다 보면 오후 서너 시간을 거의 통째로 날리는 날도 있었어요. 혼자 일하는 사람에게 오후 반나절은 하루 매출의 절반이나 마찬가지인데 말이에요.그러다 어느 날 패턴이 보였어요. 유독 심하게 무너진 날들을 되짚어 보니, 공통점이 잠이 아니라 점심이었어요. 급하다는 이유로 햄버거 세트를 시켰거나, 미국식 식당에서 접시 가득 나온 파스타를 남기기 아까워 다 먹은 날. 그런 날 오후는 어김.. 2026. 6. 15. 남 보는 데서 운동하는 게 어색했어요 여행지에서는 운동을 자꾸 걸렀어요여행지에서 운동은 늘 뒷전으로 밀렸어요. 집에 있을 때는 그래도 다니던 곳이 있었는데, 낯선 도시에서는 헬스장을 등록하기도 애매하고 방은 좁아서 몸을 크게 쓰기 어려웠어요. 며칠 안 하면 몸이 무거워지고, 무거워지면 더 하기 싫어지는 게 반복됐어요. 한동안은 여행을 다녀올 때마다 몸이 굳어서 돌아왔어요. 짧은 일정이면 그러려니 했는데, 몇 주씩 머무는 생활이 이어지니 그냥 넘길 일이 아니었어요. 방에서 할 수 있는 걸 해보기도 했는데, 좁은 방 안에서 할 수 있는 동작은 뻔해서 며칠 만에 물렸어요. 화면 속 영상을 따라 하다가도 얼마 못 가 그만두게 됐어요. 결국 밖으로 나가는 수밖에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어요. 그런데 밖에서 운동한다는 게 저에게는 생각보다 큰 결심이었어요.. 2026. 6. 14. 잘 만들면 알아줄 거라 생각했어요 미국에서 일을 받아서 하기 시작했을 때, 저는 한 가지를 당연하게 여겼어요. 결과물이 좋으면 알아준다는 거였어요. 그래서 일을 맡으면 조용히 작업에 몰두했어요. 중간에 이런저런 연락을 하는 건 오히려 상대를 귀찮게 하는 거라고 생각했어요. 다 만들어서 깔끔하게 보여주는 게 예의라고 여겼거든요. 한국에서 일할 때는 그게 통했어요. 맡겼으면 믿고 기다리고 결과로 말하는 분위기에 저도 익숙했으니까요. 그런데 미국 쪽 일을 하면서 이 방식이 자꾸 어긋나기 시작했어요. 분명 열심히 하고 있는데, 상대는 제가 일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아닌지를 불안해했어요. 처음에는 왜 그러는지 이해가 안 됐어요. 결과물은 문제없이 나오고 있었고, 오히려 예정보다 앞서갈 때도 있었으니까요. 저는 제 성실함이 당연히 전해질 거라고 믿.. 2026. 6. 13. 효능은 모르겠고, 좋아하는 차가 하나 생겼어요 집중에 좋다길래 말차를 시작했어요말차를 마시기 시작한 건 남들 말 때문이었어요. 커피 대신 말차를 마시면 오후에 집중이 잘된다는 이야기를 여기저기서 들었어요. 카페인은 있는데 커피처럼 확 올랐다 뚝 떨어지지 않는다고요. 그 말이 솔깃했어요. 저도 오후만 되면 집중이 흐트러지는 게 늘 고민이었거든요. 마침 제가 지내던 곳 근처에 말차를 파는 카페가 있어서 한 잔 사 마셔봤어요. 초록색이 진한 라떼였어요. 솔직히 첫 잔은 별로였어요. 단맛 뒤로 풀 냄새 같은 게 나서 이걸 왜 마시나 싶었어요. 그래도 몸에 좋다니까, 집중에 좋다니까 며칠 더 마셔봤어요. 처음에는 순전히 효과를 기대하고 마신 거예요. 맛있어서가 아니라, 이걸 마시면 오후가 좀 나아지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요.기대했던 효과는 잘 모르겠어요그런데.. 2026. 6. 12. 저녁 회복 루틴을 만들려다 그만둔 이유 저녁 회복 루틴을 만들어보려 했어요어느 날부터 저녁을 잘 보내야겠다고 마음먹었어요. 하루를 어떻게 끝내느냐가 다음 날을 좌우한다는 이야기를 여기저기서 읽었거든요. 그래서 저녁 루틴이라는 걸 만들어보기로 했어요. 따뜻한 물에 몸을 담그고, 눈을 감고 숨을 고르고, 자기 전에 내일 할 일을 적고, 종이책을 조금 읽는 식으로요. 좋다는 건 다 모아서 순서를 짰어요. 처음 며칠은 그럴듯했어요. 뭔가 나를 잘 돌보고 있다는 기분이 들었어요. 그런데 얼마 안 가 이상한 일이 벌어졌어요. 저녁마다 그 순서를 다 지켰는지 신경 쓰기 시작한 거예요. 오늘은 호흡을 빼먹었네, 책을 못 읽었네 하면서요. 쉬려고 만든 루틴인데, 그 루틴을 지키는 게 어느새 또 하나의 숙제가 되어 있었어요. 못 지킨 날은 저녁을 망친 것 같은.. 2026. 6. 11. 아무도 내 일을 봐주지 않는다는 것 사장이면서 직원이에요일을 스스로 꾸린다는 건 사장이면서 동시에 직원이라는 뜻이에요. 위에 보고할 상사도 없고, 옆에서 같이 일할 동료도 없고, 아래에서 일을 나눠 받을 사람도 없어요. 결정을 내리는 것도 저고, 그 결정대로 실제로 일하는 것도 저예요. 처음 이 생활을 시작했을 때는 그게 다 좋아 보였어요. 눈치 볼 사람도 없고, 회의도 없고, 제 시간을 제가 정하니까요. 회사를 다닐 때 그렇게 벗어나고 싶던 것들이 다 사라졌어요.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알게 됐어요. 그 사라진 것들 중에 사실 저를 도와주던 것도 꽤 많았다는 걸요. 저는 회사가 없어졌으면 하는 것만 기억했지, 회사가 조용히 해주던 일들은 생각도 못 했어요. 막상 그게 없어지고 나서야 그 자리가 얼마나 컸는지 보였어요.아무도 내 일을 봐.. 2026. 6. 10. 이전 1 ··· 11 12 13 14 15 16 17 ··· 30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