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180 저녁마다 조명을 켰다 껐다 했어요: 전구 두 개로 결정을 줄인 이야기 저녁마다 같은 결정을 반복하고 있었어요한 도시에 몇 달 머물기로 하고 방을 정리하던 시기에 알게 된 게 있어요. 제가 저녁마다 조명을 두고 같은 고민을 반복하고 있다는 거였어요. 일이 끝나갈 무렵이면 천장등이 너무 밝다고 느껴지는데, 끄자니 어둡고 켜두자니 눈이 피곤했어요. 그래서 스탠드를 켰다가 다시 끄고, 천장등을 껐다가 다시 켜는 일을 매일 반복했어요.사소해 보이지만 이런 작은 결정이 하루에 몇 번씩 쌓이면 은근히 지쳐요. 일하는 내내 판단을 계속하다가 저녁에도 또 뭔가를 정하고 있으니까요. 그러다 어느 날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이건 매번 정할 게 아니라 한 번 정해두고 자동으로 되게 하면 되는 일 아닌가.저는 원래 집에 기기를 늘리는 걸 좋아하지 않아요. 짐이 늘어나는 것도 싫고, 설정하느라 시.. 2026. 6. 4. 화면 앞에서 세 시간을 못 넘긴 날: 노트북을 덮고 종이를 꺼냈어요 화면 앞에서 세 시간을 못 넘긴 기획서몇 년 전, 규모가 좀 있는 프로젝트의 구조를 짜야 하는 일이 있었어요. 문서를 열어놓고 오전 내내 앉아 있었는데 첫 화면을 넘기지 못했어요. 썼다 지웠다를 반복하다가 점심때가 됐고, 오후에도 비슷했어요. 머릿속에는 분명 여러 갈래가 있는데 그게 문장으로 나오지 않았어요.저녁에 답답한 마음으로 노트북을 덮고, 옆에 있던 종이 노트를 펴서 손으로 적기 시작했어요. 정리된 문장이 아니라 떠오르는 대로요. 이건 이렇게 하면 되고, 저건 걸리는데 왜 걸리는지, 그러면 어떤 선택지가 있는지를 화살표로 이어가며 적었어요. 40분쯤 지나니 종이 두 장이 채워졌고, 그 안에 제가 오전 내내 못 잡던 구조가 대략 그려져 있었어요.그날 이후로 저는 막히는 일이 생기면 화면을 붙잡고 버.. 2026. 6. 3. 아스팔트를 벗어나 대자연으로: 하체 부담 줄이고 멘탈 비우는 트레일 러닝 매력 아스팔트 위에서 다리가 먼저 신호를 보냈어요달리기는 제가 오래 유지해 온 거의 유일한 운동이에요. 러닝화 한 켤레만 있으면 어느 도시에서든 할 수 있으니, 장소를 옮겨 다니며 일하는 저에게는 이만한 운동이 없었어요. 그런데 마흔을 넘기고 나서부터 달리고 난 다음 날의 느낌이 달라졌어요. 미국 주택가의 단단한 아스팔트 위를 매일 뛰다 보니, 예전에는 하루면 풀리던 다리의 묵직함이 이틀 사흘씩 가더라고요. 특히 무릎과 정강이에 남는 뻐근함이 신경 쓰이기 시작했어요. 달리는 거리는 그대로인데 회복이 느려진 거예요.처음에는 나이 탓이려니 하고 달리는 양을 줄였어요. 그런데 양을 줄이니 몸이 아니라 마음이 답답해졌어요. 저에게 달리기는 체력 관리이면서 동시에 스트레스 배출구였거든요.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 2026. 6. 2. 커피 넉 잔을 한 잔으로 줄인 석 달: 버섯 커피와 마카 시도기 하루 넉 잔의 커피로 버티던 시절한때 저는 하루에 커피를 서너 잔씩 마셨어요. 아침에 눈뜨자마자 한 잔, 업무 시작하며 한 잔, 점심 먹고 한 잔, 그리고 오후에 처지면 또 한 잔. 낯선 시장에서 혼자 사업을 굴리다 보면 하루 종일 긴장 상태로 지내게 되는데, 그 긴장을 커피로 유지하고 있었던 거예요. 문제는 이 방식이 갈수록 잘 안 통했다는 거예요. 오후가 되면 오히려 더 급격하게 방전됐고, 저녁 늦게 마신 커피 때문에 잠자리에서 몇 시간씩 뒤척였어요. 잠을 설치니 다음 날 커피가 더 필요해지는 악순환이었죠.몸이 보내는 신호도 무시하기 어려워졌어요. 서너 잔째 커피를 마신 날에는 심장이 괜히 빨리 뛰고, 손끝이 미세하게 떨리고, 집중이라기보다는 초조함에 가까운 상태가 됐어요. 각성이 아니라 채찍질이라는.. 2026. 6. 1. 에어컨을 낮춰도 등이 뜨거웠던 밤: 침대 온도를 바꾸고 얻은 잠 에어컨을 낮춰도 등이 뜨거웠던 밤하루 일정을 다 마치고 지친 몸으로 침대에 누웠는데, 삼십 분이 지나도 한 시간이 지나도 잠이 안 오는 밤이 있어요. 저는 오랫동안 그걸 스트레스 탓이라고 생각했어요. 사업 걱정이 많아서 잠이 안 오는 거라고요. 그런데 어느 날 밤 뒤척이다가 문득 알아챘어요. 머리가 복잡해서가 아니라, 등이 뜨거워서 뒤척이고 있다는 걸요. 에어컨을 꽤 낮게 틀어놨는데도 이불 속, 정확히는 매트리스와 닿은 등과 허리가 후끈하게 달아올라 있었어요.미국 숙소에서 흔한 두껍고 푹신한 매트리스와 메모리폼 베개는 몸을 감싸주는 대신 체열을 그대로 머금어요. 방 공기가 아무리 서늘해도 몸이 닿은 면은 계속 뜨거운 거예요. 원인을 알고 나니 해결할 방법도 보이기 시작했어요. 그날부터 저는 침실의 공기 .. 2026. 5. 31. 스마트폰 흑백 모드 활용법: 숏폼의 유혹을 끊고 업무 몰입도를 높이는 설정 틈만 나면 숏폼을 넘기고 있었어요어느 날 오후, 십 분만 쉬려고 소파에 앉았다가 정신을 차려보니 사십 분째 숏폼을 넘기고 있는 저를 발견했어요. 더 놀란 건 그 사십 분 동안 뭘 봤는지 하나도 기억나지 않는다는 거였어요. 스마트폰으로 비즈니스를 꾸리는 사람이라 폰을 멀리할 수도 없는데, 폰을 잡을 때마다 일 확인은 삼 분, 무의식적인 스크롤은 삼십 분이 되는 날이 반복됐어요. 처음에는 제 의지력을 탓했어요. 마흔 넘어서 숏폼에 빠진 스스로가 한심하기도 했고요.그런데 이게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는 걸 알게 된 계기가 있어요. 구글에서 디자인 윤리를 담당했던 트리스탄 해리스가 한 이야기를 접했는데, 앱들이 슬롯머신처럼 색상과 알림을 설계해서 사용자의 주의를 붙잡도록 만들어져 있다는 거였어요. 빨간 알림 배지,.. 2026. 5. 30. 이전 1 ··· 13 14 15 16 17 18 19 ··· 30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