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180 마흔 넘어 허리를 삐끗하고 알게 된 것 허리를 삐끗한 날, 대수롭지 않게 넘겼어요처음 허리가 삐끗했을 때 저는 그걸 사건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어요. 무거운 걸 든 것도 아니고, 넘어진 것도 아니었어요. 그냥 앉아 있다가 몸을 옆으로 돌리는 순간 허리 아래쪽에서 뭔가 걸리는 느낌이 났어요. 그날은 조금 뻐근한 정도라 파스 하나 붙이고 넘어갔어요. 살면서 이런 일은 몇 번 있었고, 그때마다 며칠이면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돌아왔거든요. 그래서 이번에도 당연히 그럴 줄 알았어요. 원인을 짚어보라면 답도 이미 정해져 있었어요. 운동 부족이요. 하루의 대부분을 앉아서 보내는 생활을 오래 했으니, 허리가 항의하는 게 이상한 일도 아니었어요. 그래서 스스로 내린 결론도 단순했어요. 요즘 너무 안 움직였구나, 좀 걸어야겠다. 그 정도였어요. 그때는 이게 몇.. 2026. 7. 21. 한 달이면 될 줄 알았던 프로그램이 일 년이 된 이유 이삿짐 견적 프로그램 하나만 만들어달라는 부탁미국에서 어느 정도 자리를 잡고 일하던 때였어요. 알고 지내던 지인에게 프로그램 개발 의뢰를 받았어요. 이삿짐 견적을 계산해 주는 프로그램이었어요. 짐의 종류와 양, 이동 거리 같은 걸 입력하면 견적이 나오는 구조라고 했어요. 설명만 들었을 때는 계산 로직 몇 개와 입력 화면 하나면 되겠다 싶었어요. 짐이 몇 개인지 넣고 거리를 곱하면 금액이 나오는, 어렵지 않은 구조로 보였거든요. 의뢰한 지인도 마찬가지였어요. 간단한 거니까 금방 되지 않겠냐고 했고, 저도 그 말에 동의했어요. 아는 사이니까 가격도 편하게 매겼어요. 정식으로 받을 금액보다 한참 낮은 액수를 불렀고, 기간은 한 달 정도면 충분할 거라고 봤어요. 견적서라고 할 것도 없이 간단한 내용만 정리해서 .. 2026. 7. 20. 분명히 가득 채웠는데요? 미국 렌터카 반납 때마다 기름값을 뜯기던 시절 반납 카운터에서 시작된 실랑이미국은 차 없이 살기 어려운 나라예요. 대중교통만으로는 장을 보러 가는 것조차 버거운 동네가 많아서, 제 차를 마련하기 전까지는 필요한 날마다 렌터카를 빌려 썼어요. 운전면허도 낯설고 도로도 낯설던 시절이었지만, 렌터카는 선택이 아니라 생존 수단에 가까웠어요. 그런데 차를 빌리는 것보다 더 어려운 게 있었어요. 바로 반납이었어요. 반납하러 갈 때마다 이상한 일이 반복됐거든요. 반납 전에 분명히 주유소에 들러서 기름을 채우고 갔는데도, 직원이 계기판을 보더니 픽업할 때보다 기름이 적다고 하는 거예요. 처음에는 제가 뭘 잘못했나 싶었어요. 반납 직전에 채웠으니 오는 길에 쓴 기름이라고 해봐야 얼마 되지도 않을 텐데, 직원은 계기판을 힐끗 보고는 당연하다는 듯 부족분을 청구서에 적.. 2026. 7. 19. 시카고에서 침대 밖으로 나오기까지: 국제 전화카드로 버티던 시절과 아침 산책의 시작 가족도 친구도 없는 도시에 혼자 남겨진 기분미국 정착 초창기, 시카고에서 보낸 시절 이야기예요. 그때 저는 멘탈이 가장 바닥까지 내려갔던 시기를 겪었어요. 가족도 그립고, 친구도 그립고, 일은 많은데 돈은 되지 않았어요. 하루 종일 일에 파묻혀 있다가 문득 고개를 들면, 정말 누군가와 이야기하고 싶고 만나고 싶은데 주위에는 아무도 없었어요. 한국에서는 전화 한 통이면 친구를 만날 수 있었고, 가족은 늘 가까이에 있었어요. 그런데 시카고에서는 아는 사람 하나 없이 모든 걸 혼자 해결해야 했어요. 낯선 언어, 낯선 시스템, 낯선 거리 속에서 하루하루를 버티는 느낌이었어요. 몸이 힘든 건 참을 수 있었는데, 마음 붙일 곳이 없다는 게 생각보다 훨씬 힘들었어요. 특히 주말이 무서웠어요. 평일에는 일이라도 붙잡고.. 2026. 7. 18. 멀티태스킹을 끊고 알게 된 것: 프로젝트 두 개를 동시에 굴리다 배운 몰입의 효율 프로젝트 두 개를 동시에 맡았던 시절혼자 일하기 시작하고 몇 년쯤 지났을 때의 이야기예요. 그동안 일이 끊길까 봐 늘 불안했는데, 어느 달에 프로젝트 문의가 두 건이 거의 동시에 들어왔어요. 하나는 진행 중이던 웹사이트 리뉴얼이었고, 다른 하나는 새로 들어온 온라인 예약 시스템 구축이었어요. 일정이 겹친다는 걸 알면서도 둘 다 놓치고 싶지 않았어요. 혼자 일하는 사람에게 일감 두 개는 곧 몇 달치 생활비였으니까요. 오전에는 이쪽, 오후에는 저쪽, 이렇게 하루를 반으로 나눠서 쓰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계산했어요.처음 일주일은 계획대로 되는 것 같았어요. 오전에 리뉴얼 작업을 하다가 점심을 먹고 예약 시스템으로 넘어갔어요. 스스로가 꽤 유능하게 느껴지기도 했어요. 두 개의 일을 동시에 굴리고 있다는 사실 자체.. 2026. 7. 17. 신용 기록 없는 유학생의 미국 첫 아파트 계약기: 시카고에서 배운 리스와 렌터스 보험 계좌 다음 관문은 집이었다시카고에서 은행 계좌를 만들고 나니 다음 숙제가 기다리고 있었어요. 바로 집이었어요. 유학 초기에는 아는 분 집에 잠시 얹혀 지내면서 학교를 다녔는데, 언제까지나 신세를 질 수는 없었어요. 학기가 자리를 잡아가면서 제 이름으로 된 아파트 리스 계약이 필요해졌어요. 한국에서는 부동산에 가서 집을 보고 계약금을 걸면 끝나는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미국의 아파트 계약은 완전히 다른 세계였어요. 집을 구하는 게 아니라, 제가 세입자로서 자격이 있는지 심사를 받는 과정에 가까웠어요.학교 게시판과 지역 신문 광고를 뒤져서 통학이 가능한 동네의 아파트 몇 곳을 골랐어요. 첫 번째로 방문한 곳은 규모가 꽤 큰 관리회사가 운영하는 아파트였어요. 방을 보여주기도 전에 사무실에서 신청서부터 내밀었어요.. 2026. 7. 16. 이전 1 ··· 5 6 7 8 9 10 11 ··· 30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