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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금니가 먼저 알려줬어요: 스트레스를 턱에 저장하고 있었던 몇 년 치과에서 들은 뜻밖의 말정기 검진을 받으러 간 치과에서 의사가 제 어금니를 한참 보더니 이렇게 물었어요. 혹시 이를 갈거나 꽉 무는 습관이 있느냐고요. 저는 없다고 했어요. 잘 때 이를 간다는 소리를 누구에게도 들어본 적이 없었거든요. 그랬더니 의사가 어금니 표면이 평평하게 닳아 있다고 알려줬어요. 나이에 비해 마모가 빠른 편이라고요. 잘 때만이 아니라 깨어 있는 동안 무의식적으로 어금니를 꽉 물고 있는 사람도 많다는 설명이었어요.그 말을 듣고 나서야 몇 가지가 연결됐어요. 언젠가부터 오후만 되면 턱 근처가 뻐근했고, 아침에 일어나면 관자놀이 쪽이 묵직했어요. 저는 그걸 전부 눈이 피곤해서라고 생각했어요. 모니터를 오래 봐서 그러려니 했던 거예요. 원인이 눈이 아니라 턱일 수도 있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 2026. 8. 6.
첫 세금 신고에서 배운 것: 통장에 들어온 돈이 다 내 돈은 아니었어요 4월이 다가오는데 아무것도 몰랐어요미국에서 혼자 일을 시작한 첫해, 겨울이 끝나갈 무렵부터 주변에서 자꾸 같은 이야기가 들렸어요. 세금 신고 준비는 하고 있느냐는 거였어요. 저는 그때까지 세금이라는 걸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이 없었어요. 한국에서 직장을 다닐 때는 회사가 알아서 처리해 줬고, 연말정산이라고 서류 몇 장 내는 게 전부였거든요. 그런데 미국에서 혼자 일한다는 건 제가 곧 회사이자 직원이라는 뜻이었어요. 아무도 대신 계산해 주지 않는다는 걸 그제야 깨달았어요.더 당황스러웠던 건 제가 받은 서류였어요. 고객사들이 연초에 보내온 서류에 제가 그해 받은 금액이 적혀 있었어요. 회사에 소속된 직원이 받는 서류와는 다른 종류였는데, 세금이 하나도 떼이지 않은 총액이 그대로 찍혀 있었어요. 그러니까 그동.. 2026. 8. 5.
고객은 미국, 나는 유럽: 겹치는 시간을 두 시간으로 줄이고 얻은 것 고객은 미국에 있고 저는 유럽에 있었어요제 고객들은 대부분 미국에 있어요. 그런데 저는 일 년의 상당 기간을 다른 대륙에서 보내요. 처음 유럽에서 몇 달을 지내기로 했을 때 가장 걱정한 게 이 시차였어요. 시카고와 프라하는 일곱 시간 차이가 나요. 고객이 아침에 출근해서 메일을 보내면 제 쪽은 이미 저녁이에요. 고객이 퇴근하며 정리한 요청은 제가 자는 새벽에 도착하고요. 같이 일하는데 서로 깨어 있는 시간이 몇 시간밖에 겹치지 않는다는 게 처음에는 큰 문제처럼 느껴졌어요.그래서 초반에는 무리를 했어요. 고객의 업무 시간에 맞춰 제 하루를 밀어붙인 거예요. 유럽 시간으로 오후 네 시에 시작해서 밤 열두 시 넘어까지 일했어요. 미국 고객이 깨어 있는 동안 저도 깨어 있어야 성실한 파트너라고 생각했거든요. 몇.. 2026. 8. 5.
사흘이면 끝날 감기를 이 주로 만든 이야기: 혼자 일하는 사람의 병가 아파도 대신할 사람이 없어요회사를 다닐 때는 아프면 병가를 냈어요. 하루 쉬면 팀에서 누군가 제 일을 봐줬고, 돌아오면 밀린 일이 조금 쌓여 있는 정도였어요. 혼자 일하기 시작하고 나서 가장 크게 달라진 건 그 안전망이 사라졌다는 거예요. 제가 누우면 그날 일은 아무도 하지 않아요. 고객에게 가야 할 답장도, 마감을 앞둔 작업도 그대로 멈춰요. 그래서 저는 오랫동안 아픈 걸 인정하지 않는 방식으로 버텼어요. 목이 칼칼하면 약을 털어 넣고, 열이 조금 나면 두꺼운 옷을 입고 앉아 일했어요.그렇게 버티는 게 프로페셔널한 태도라고 생각했어요. 아파서 일정을 미루는 건 신뢰를 잃는 일이라고 믿었거든요. 낯선 나라에서 겨우 만든 고객들이라, 한 번의 지연이 관계를 끝낼 수도 있다는 불안이 늘 있었어요. 그런데 그.. 2026. 8. 4.
십 년 무사고인데 필기에서 떨어졌어요: 시카고 운전면허와 첫 자동차 보험료 시카고에서 차 없이 산다는 것시카고에 자리를 잡고 은행 계좌와 집 문제가 해결되고 나니, 다음 벽은 이동이었어요. 시내에 살 때는 지하철과 버스로 어떻게든 다닐 만했는데, 일이 늘면서 외곽으로 나가야 하는 날이 생기기 시작했어요. 대중교통으로 2시간 걸리는 곳이 차로는 30분이었어요. 미팅 한 번에 왕복 4시간을 길에서 쓰다 보니, 차가 사치가 아니라 일에 필요한 도구라는 걸 인정하게 됐어요. 한국에서 이미 면허가 있었으니 국제면허증으로 버티면 되겠거니 했는데, 그게 오래갈 수 없다는 것도 곧 알게 됐고요.미국에서 운전면허는 단순히 운전 자격증이 아니에요. 신분증 역할을 해요. 은행 창구에서도, 술집 입구에서도, 병원 접수대에서도 사람들이 요구하는 건 여권이 아니라 운전면허증이었어요. 여권을 내밀면 다들.. 2026. 8. 4.
일과 쉼의 경계는 스스로 긋는 선이었어요 일이 언제 끝나는지 모르겠어요저는 일이 끝나는 시간이 딱히 없어요. 정해진 퇴근 시각이 있는 게 아니거든요. 예전에 어딘가에 속해 일할 때는 몇 시가 되면 일이 끝났어요. 자리를 정리하고 문을 나서면 그걸로 오늘 일은 마무리였어요. 그런데 지금은 그 선이 없어요. 노트북만 열면 언제든 일할 수 있으니, 뒤집어 보면 언제든 일하고 있는 셈이에요.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메일을 확인하고, 밥 먹다가도 일 생각을 하고, 밤에 누워서도 내일 할 일을 떠올려요. 일이 하루의 특정 시간에 담겨 있지 않고 온종일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거예요. 처음엔 이게 오히려 편하다고 생각했어요. 내가 원할 때 일하면 되니까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알게 됐어요. 원할 때 일할 수 있다는 건, 원치 않을 때도 일에서 못 벗어난다는.. 2026. 8.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