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비즈니스 생산성 (Productivity)

고객은 미국, 나는 유럽: 겹치는 시간을 두 시간으로 줄이고 얻은 것

by wellnomadness 2026. 8. 5.

고객은 미국에 있고 저는 유럽에 있었어요

제 고객들은 대부분 미국에 있어요. 그런데 저는 일 년의 상당 기간을 다른 대륙에서 보내요. 처음 유럽에서 몇 달을 지내기로 했을 때 가장 걱정한 게 이 시차였어요. 시카고와 프라하는 일곱 시간 차이가 나요. 고객이 아침에 출근해서 메일을 보내면 제 쪽은 이미 저녁이에요. 고객이 퇴근하며 정리한 요청은 제가 자는 새벽에 도착하고요. 같이 일하는데 서로 깨어 있는 시간이 몇 시간밖에 겹치지 않는다는 게 처음에는 큰 문제처럼 느껴졌어요.

그래서 초반에는 무리를 했어요. 고객의 업무 시간에 맞춰 제 하루를 밀어붙인 거예요. 유럽 시간으로 오후 네 시에 시작해서 밤 열두 시 넘어까지 일했어요. 미국 고객이 깨어 있는 동안 저도 깨어 있어야 성실한 파트너라고 생각했거든요. 몇 주는 버텼는데, 그다음이 문제였어요. 낮에는 자고 밤에 일하니 그 도시에 있으면서도 도시를 전혀 못 봤고, 무엇보다 몸이 망가지기 시작했어요.


겹치는 시간을 두 시간으로 줄였어요

방식을 바꾼 계기는 단순했어요. 밤 열한 시에 온 메일을 확인하고 답장을 쓰다가, 제가 쓴 문장이 앞뒤가 안 맞는다는 걸 발견한 거예요. 피곤한 머리로 쓴 답장이 오히려 오해를 만들고 있었어요. 그날 밤 결심했어요. 시차를 없애려 하지 말고 그냥 인정하기로요.

제가 정한 규칙은 겹치는 시간을 하루 두 시간만 두는 거였어요. 유럽에 있을 때는 제 시간으로 오후 세 시부터 다섯 시, 미국 동부 기준으로는 오전 아홉 시부터 열한 시예요. 이 두 시간에는 반드시 자리에 앉아 있고, 통화나 화상 회의도 여기서만 잡아요. 나머지 시간은 각자의 시간이에요. 저는 제 아침에 집중해서 일하고, 고객은 자기 오후에 일해요.

이 두 시간을 정하면서 고객들에게 미리 알렸어요. 지금 유럽에 있어서 이 시간대에 확실히 응답할 수 있고, 그 외 시간에 보낸 메일은 다음 날 그 시간에 답장이 간다고요. 걱정과 달리 반발한 고객은 한 명도 없었어요. 오히려 언제 답이 오는지 알 수 있어서 편하다고 했어요. 사람들이 불안해하는 건 답장이 늦는 게 아니라 언제 올지 모르는 상태라는 걸, 여기서도 다시 확인했어요.

책상 위에 두 개의 시계가 나란히 놓여 서로 다른 시간을 가리키는 모습


시차가 오히려 유리했던 부분

몇 달 지나면서 예상 못 한 걸 알게 됐어요. 시차가 손해만은 아니라는 거예요. 고객이 잠든 시간에 저는 방해 없이 일해요. 미국에 있을 때는 오전 내내 전화와 메시지에 끊기던 작업이, 유럽에서는 통째로 다섯 시간을 붙잡을 수 있었어요. 제 생산성이 가장 높았던 시기가 오히려 시차가 큰 나라에 있을 때였어요.

고객 입장에서도 좋은 면이 있었어요. 미국 고객이 퇴근하며 요청을 남기면, 그들이 자는 동안 제가 작업해서 아침에 결과를 올려둬요. 고객은 출근했을 때 밤사이 진도가 나가 있는 걸 보게 되는 거예요. 어떤 고객은 이걸 두고 시간을 벌어주는 것 같다고 표현하더라고요. 같은 시차인데 밤새 붙잡느냐 아침에 넘기느냐에 따라 완전히 다른 이야기가 되는 거였어요.


겹치는 시간을 낭비하지 않는 법

겹치는 시간이 두 시간뿐이니, 그 시간을 어떻게 쓰느냐가 중요해졌어요. 제가 지키는 것들이 있어요. 우선 그 두 시간에는 혼자 할 수 있는 작업을 하지 않아요. 코드를 짜거나 문서를 쓰는 일은 아무 때나 할 수 있지만, 상대가 있어야 하는 일은 그때만 가능하니까요. 그래서 이 시간에는 확인이 필요한 질문, 결정이 필요한 사안, 통화 같은 것만 배치해요.

질문은 모아서 한 번에 보내요. 예전에는 생각날 때마다 하나씩 물었는데, 시차가 있으면 질문 하나에 하루가 걸려요. 세 번 주고받으면 사흘이 사라져요. 그래서 지금은 하루 동안 나온 질문들을 정리해 두었다가 겹치는 시간에 한꺼번에 보내요. 그리고 질문할 때는 제 나름의 답도 같이 적어요. 이렇게 하려는데 괜찮은지 묻는 방식이면 고객은 예 아니오만 답하면 되니까 한 번에 끝나요. 열린 질문을 던지면 답이 오는 데 하루, 그 답에 다시 묻는 데 또 하루가 걸려요.


도시를 옮길 때마다 하는 일

새 도시로 옮기면 시차가 또 바뀌어요. 그래서 도착하고 자리를 잡으면 제일 먼저 하는 일이 새 겹치는 시간을 계산하는 거예요. 미국 동부 기준 오전 아홉 시가 이 도시에서는 몇 시인지를 확인하고, 그 시간을 하루의 축으로 삼아 나머지 일과를 짜요. 아시아에 있을 때는 이게 새벽이 돼버려서 두 시간을 확보하기가 어려웠어요. 그때는 아예 겹치는 시간을 포기하고, 대신 하루 한 번 상세한 진행 상황 메일을 보내는 방식으로 바꿨어요. 실시간 대화 대신 기록으로 소통하는 거죠.

그리고 이동할 때는 고객에게 미리 알려요. 다음 주부터 어느 지역에 있고, 그래서 응답 가능한 시간이 이렇게 바뀐다고요. 짧은 메일 한 통이면 되는데, 이걸 안 보내면 고객은 갑자기 답장이 늦어진 이유를 모른 채 기다리게 돼요. 제가 어디에 있는지는 고객에게 중요하지 않지만, 언제 답을 받을 수 있는지는 아주 중요하거든요.


시차는 없애는 게 아니라 설계하는 것

지금 저는 시차를 문제로 보지 않아요. 처음에는 없애야 할 장애물이라고 생각해서 제 몸을 갈아 넣었는데, 그건 결국 오래 못 갈 방식이었어요. 시차는 없앨 수 없으니 설계해야 하는 조건이에요. 몇 시간을 겹칠지 정하고, 그 시간에 무엇을 할지 정하고, 나머지 시간은 각자 깊이 일하는 시간으로 쓰는 거예요.

다른 시간대의 고객과 일하고 계시다면, 상대의 시간표에 제 하루를 통째로 맞추려는 시도부터 멈춰보시길 권해요. 겹치는 시간을 짧게 정하고 그걸 상대에게 명확히 알리는 것만으로도 관계는 흔들리지 않아요. 저는 밤새 깨어 있으면서 성실함을 증명하려 했던 시기보다, 두 시간만 확실히 겹치고 나머지는 제 리듬대로 일하는 지금이 고객에게도 더 나은 파트너라고 생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