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180 혼자 먹는 밥이 저를 돌보는 시간이 된 이유 끼니는 거의 혼자 해결해요저는 밥을 거의 혼자 먹어요. 이동하며 지내는 생활이라 곁에 늘 함께 밥 먹을 사람이 있는 게 아니거든요. 아는 사람 없는 도시에 도착하면 아침도 점심도 저녁도 대개 저 혼자예요. 처음엔 이게 좀 쓸쓸하게 느껴졌어요. 원래 밥이라는 건 누군가와 마주 앉아 이야기하며 먹는 거라고 생각했으니까요. 그런데 이제는 혼자 먹는 게 제 일상의 기본값이 됐어요. 하루 세 끼 중에 누군가와 함께 먹는 날이 오히려 드물어요. 그러다 보니 혼자 밥 먹는 일에 대해 나름대로 생각이 많아졌어요. 처음의 어색함부터 지금의 익숙함까지, 혼자 먹는 밥을 두고 저는 꽤 여러 단계를 지나온 것 같아요. 그 이야기를 좀 해볼까 해요. 별것 아닌 것 같지만, 저에게는 혼자 먹는 밥이 생각보다 많은 걸 알려준 시간.. 2026. 8. 2. 옷 몇 벌로 사는 노마드의 빨래 옷이 몇 벌 안 돼요저는 옷이 몇 벌 없어요. 가진 걸 다 들고 다녀야 하니 옷장이라고 할 것도 없어요. 상의 몇 개, 하의 두어 개, 그걸 돌려가며 입어요. 처음 이렇게 다니기 시작할 때는 옷이 부족하면 불편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막상 해보니 생각보다 괜찮았어요. 사실 집에 옷장 가득 옷이 있어도 손이 가는 건 늘 몇 벌뿐이잖아요. 저는 그 몇 벌만 들고 다니는 셈이에요. 덕분에 아침에 뭘 입을지 고민할 일도 없어요. 어차피 선택지가 몇 개 안 되니까요. 그런데 옷이 적다는 건 편한 만큼 대가도 있어요. 같은 옷을 자주 입으니 그만큼 자주 빨아야 한다는 거예요. 옷이 많으면 며칠은 안 빨고 버틸 수 있는데, 저는 그럴 여유가 없어요. 입을 게 몇 벌 안 되니 조금만 미뤄도 바로 입을 옷이 떨어지거든요.. 2026. 8. 1. 노트북이 안 켜지던 아침 노트북 하나에 다 들어 있어요제 일은 노트북 한 대 안에 다 들어 있어요. 작업 파일도, 지금까지 만든 결과물도, 주고받은 메일과 자료도 전부 그 안에 있어요. 사무실이 따로 없으니 이 노트북이 곧 제 사무실이에요. 어디를 가든 가방에 이거 하나만 넣으면 일할 준비가 끝나요. 처음엔 그게 참 홀가분했어요. 무거운 서류함도, 고정된 책상도 없이 제 일 전부를 가방 하나에 담아 다닐 수 있다는 게요. 그런데 어느 순간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그럼 이 노트북이 없어지면 어떻게 되지. 제 일 전부가 이 작은 기계 하나에 들어 있다는 건, 뒤집어 보면 이거 하나만 잘못되면 전부가 사라진다는 뜻이기도 했어요. 그 생각을 처음 했을 때는 조금 아찔했는데, 그때만 해도 설마 그런 일이 있겠나 싶어 그냥 넘겼어요... 2026. 7. 31. 화는 대개 다른 데서 와요 저는 화를 잘 안 내는 사람인 줄 알았어요저는 오랫동안 제가 화를 잘 안 내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어요. 웬만한 일에는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는 편이고, 누가 무례하게 굴어도 그 자리에서 맞받아치기보다 속으로 삭이는 쪽이었어요. 주변에서도 저를 순한 사람으로 봤고, 저도 그런 제 모습이 싫지 않았어요. 다투는 걸 워낙 싫어해서, 웬만하면 제가 조금 손해 보고 마는 게 편했거든요. 그래서 저는 화라는 감정이 저와는 좀 거리가 있는 거라고 여겼어요. 화를 못 참는 건 성격이 급한 사람들 이야기지, 저 같은 사람의 일은 아니라고요. 그런데 낯선 곳에서 오래 지내다 보니 그게 착각이었다는 걸 알게 됐어요. 저는 화를 안 내는 사람이 아니라, 그동안 화날 일이 별로 없는 환경에 있었던 것뿐이더라고요. 익숙한 곳을 벗어.. 2026. 7. 30. 받을 주소가 없다는 것 주소를 적는 칸에서 멈칫해요어떤 서류나 화면을 채우다 보면 늘 잠깐 멈칫하는 칸이 있어요. 주소를 적는 칸이에요. 대부분의 양식은 사람에게 고정된 집 하나가 있다고 전제하고 만들어져 있어요. 그런데 저는 몇 주, 길어야 몇 달 단위로 지내는 곳을 옮겨요. 그러니 여기에 뭘 적어야 하나 매번 고민이 돼요. 지금 묵고 있는 숙소 주소를 적자니 곧 떠날 곳이고, 그렇다고 딱히 내 집이라고 할 만한 곳도 없어요. 남들에게는 아무것도 아닌 그 칸이 저에게는 늘 애매한 질문이에요. 처음에는 이게 별일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이런 순간이 쌓이다 보니 알게 됐어요. 세상은 사람이 한곳에 산다는 걸 기본값으로 두고 돌아간다는 걸요. 그 기본값에서 벗어난 사람에게는 사소한 데서 자꾸 걸리는 게 생겨요. 주소라는 게 그저 위.. 2026. 7. 29. 돈 달라는 말이 제일 어려웠어요 돈 달라는 말이 제일 어려웠어요제 일을 직접 꾸리게 되면서 여러 가지를 배워야 했는데, 그중에 제일 배우기 힘들었던 게 돈 이야기를 꺼내는 거였어요. 일 자체는 어떻게든 해내요. 밤을 새워서라도 결과물은 만들어내요. 그런데 다 만들고 나서 이제 돈을 주세요, 하고 말하는 그 한마디가 저에게는 제일 어려웠어요. 왜 그런가 생각해보면, 저는 원래 부탁이나 요구를 잘 못 하는 사람이에요. 상대가 조금이라도 불편해할까 봐 신경이 쓰이고, 돈 이야기를 꺼내면 그동안 좋게 쌓아온 관계가 갑자기 삭막해지는 것 같았어요. 분명히 제가 받아야 할 돈인데도, 그 말을 하는 제가 뭔가 야박한 사람이 되는 기분이었어요. 그래서 처음에는 상대가 알아서 챙겨주기를 은근히 기다렸어요. 일만 잘하면 돈은 자연스럽게 따라올 거라고 믿.. 2026. 7. 28. 이전 1 ··· 3 4 5 6 7 8 9 ··· 30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