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프리랜서48

메일을 세 번 보냈는데 답이 없었어요: 고객이 조용해졌을 때 일을 굴리는 법 확인만 해주시면 되는 일이었어요작업을 절반쯤 진행하고 중간 확인을 요청했어요. 방향이 맞는지 봐주시면 다음으로 넘어갈 수 있는 단계였어요. 오래 걸리는 일도 아니었어요. 열어보고 괜찮다고 한마디만 하면 되는 거였어요.그런데 답이 없었어요. 며칠 기다리다 한 번 더 보냈고 또 며칠 뒤에 다시 보냈어요. 그동안 저는 그 일을 손에 쥐고 있었어요.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가 없으니까요.결국 2주쯤 지나서 답이 왔어요. 미안하다는 말과 함께요. 내부에 다른 일이 생겨서 못 봤다고 하셨어요. 저와는 아무 상관 없는 이유였어요. 그 2주 동안 제가 했던 온갖 짐작이 전부 빗나간 거예요.나중에 알고 보니 그분은 그 2주 동안 다른 일에 붙어 계셨어요. 제 작업이 중요하지 않다고 판단하신 것도 아니고 그냥 순서에서 밀린.. 2026. 8. 25.
3년 전에 제가 만든 걸 제가 못 알아봤어요: 나중의 나는 남이더라고요 3년 전에 제가 만든 걸 다시 열었어요오래전에 마무리한 고객에게서 연락이 왔어요. 그때 만든 걸 조금 수정해야 하는데 봐줄 수 있냐는 이야기였어요. 3년쯤 지난 뒤였어요. 저는 흔쾌히 하겠다고 했어요. 제가 만든 거니까 금방 할 줄 알았거든요. 오랜만에 연락이 온 것도 반가웠고요.그런데 파일을 열고 나서 한참을 들여다봤어요. 제가 만든 게 맞는데 이해가 안 됐어요. 여기가 왜 이렇게 되어 있는지, 이 부분은 왜 다른 방식으로 안 했는지가 하나도 기억이 안 났어요.결국 수정 자체보다 파악하는 데 시간이 더 걸렸어요. 반나절이면 될 거라고 말씀드렸는데 이틀이 걸렸어요. 그때 좀 창피했어요. 제 실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제가 저에게 아무것도 안 남겨뒀기 때문에 생긴 일이었으니까요.그 이틀 중 하루는 그냥 읽기.. 2026. 8. 22.
소개로 온 일은 거절하기가 어려웠어요: 순서를 바꾸고 나서 달라진 것 일의 대부분이 소개로 들어와요저는 광고를 해본 적이 없어요. 홈페이지도 오래 방치해 뒀고, 영업이라고 할 만한 활동도 거의 안 해요. 그런데도 일은 계속 들어왔어요. 대부분 예전에 같이 일했던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제 이야기를 해서 연결된 건들이에요.이게 얼마나 되나 한번 세어봤는데, 최근 몇 년 동안 받은 일 중 광고나 검색으로 저를 찾아온 건 거의 없었어요. 나머지는 전부 누군가를 거쳐서 왔어요. 처음에는 운이 좋다고 생각했는데, 몇 년 반복되니 이게 제 일이 굴러가는 방식이라는 걸 인정하게 됐어요.좋은 점은 분명해요. 소개로 오면 이미 신뢰가 어느 정도 깔려 있어요. 제가 어떤 사람이고 일을 어떻게 하는지를 소개한 사람이 대신 설명해 준 상태니까요. 처음부터 저를 증명할 필요가 없고, 가격 이야기도.. 2026. 8. 19.
잔금이 두 달째 안 들어왔어요: 메일 문장을 바꾸자 3일 만에 해결된 일 일은 끝났는데 잔금이 안 들어왔어요몇 년 전에 6개월짜리 프로젝트를 마무리한 적이 있어요. 최종 결과물을 넘기고, 인수인계 문서까지 정리해서 보내고, 고생하셨다는 인사도 주고받았어요. 계약서상 잔금은 인수 확인 후 2주 안에 지급하기로 되어 있었고요. 저는 당연히 들어올 줄 알았어요.2주가 지났는데 소식이 없었어요. 3주째에 담당자에게 확인 메일을 보냈더니 회계 쪽에 넘겼다는 답이 왔어요. 그 말을 믿고 또 기다렸어요. 한 달이 지나고, 두 달이 지났어요. 그동안 메일을 3번 더 보냈고 답은 점점 늦어졌어요. 나중에는 아예 오지 않았고요.그 두 달 동안 제일 힘들었던 건 돈이 없다는 사실보다 그 일에 계속 신경이 쓰인다는 거였어요. 새 프로젝트를 하고 있는데도 문득문득 그 생각이 났고, 메일함을 여는 습.. 2026. 8. 16.
세 가지를 동시에 건드리다 아무것도 못 끝낸 주: 10분만 먼저 적어보세요 한꺼번에 몰리는 시기가 있어요혼자 일하면 일이 고르게 들어오지 않아요. 몇 주째 조용하다가 어느 날 갑자기 세 곳에서 동시에 연락이 오는 식이에요. 저에게도 그런 주가 있었어요. 진행 중이던 프로젝트의 마감이 다가오는데, 다른 고객의 급한 수정 요청이 들어왔고, 그 와중에 새 문의까지 겹쳤어요. 전부 이번 주 안에 답을 줘야 하는 것들이었어요.그때 제가 한 행동이 지금 생각하면 최악이었어요. 모든 걸 조금씩 건드린 거예요. 아침에 마감 작업을 조금 하다가, 수정 요청 메일이 신경 쓰여서 그쪽을 보고, 그러다 새 문의에 답장을 쓰기 시작했어요. 하루가 끝났을 때 세 가지 모두 진행 중이었고 완료된 건 하나도 없었어요. 다음 날 아침에는 셋 다 어디까지 했는지 다시 파악해야 했고요.더 나빴던 건 마음 상태였.. 2026. 8. 14.
월말 30분이 만든 것: 바쁘기만 하고 남는 게 없던 해를 끝내며 1년이 어떻게 갔는지 몰랐어요어느 해 연말에 한 해를 정리해 보려고 앉았다가 당황했어요. 올해 무슨 일을 했는지 떠올리는 데 한참이 걸렸거든요. 분명 쉬지 않고 일했는데 기억나는 건 최근 2~3달뿐이었어요. 봄에 무슨 프로젝트를 했는지, 그때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가 흐릿했어요. 메일함을 뒤져가며 기억을 되살려야 했어요.그때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혼자 일하면 성장이든 정체든 알려주는 사람이 없잖아요. 조직에 있으면 분기 평가나 연말 리뷰 같은 절차가 있어서 강제로라도 돌아보게 되는데, 저에게는 그런 게 하나도 없었어요. 그러니 1년이 그냥 흘러간 거예요. 바빴다는 감각만 남고 실체는 없는 상태였어요.그래서 그 다음달부터 월말에 30분을 비워두기 시작했어요. 거창한 회고는 아니고, 이번 달을 짧게 돌.. 2026. 8.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