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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택근무19

창문이 안 열리는 방에서 일해 보고 알게 된 것: 오후가 무거운 건 제 탓이 아니었어요 몇 시간 지나면 방이 무거워져요문을 닫고 한자리에서 2~3시간쯤 일하면 방의 공기가 달라지는 게 느껴져요. 딱히 답답하다고 표현하기도 애매한데, 머리가 한 겹 둔해지고 글이 잘 안 읽혀요. 저는 이걸 오랫동안 체력 문제라고 생각했어요. 잠을 덜 잤나, 점심을 많이 먹었나 하면서요.그래서 대응도 늘 제 몸 쪽으로 했어요. 뭘 더 마시거나, 잠깐 눕거나, 스트레칭을 하거나요. 방을 의심해 본 적은 한 번도 없었어요. 방은 아침에도 그대로였고 지금도 그대로니까 변수가 아니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아침의 방과 3시간 뒤의 방은 같은 방이 아니었어요.이게 특히 심했던 건 작은 방에서 일할 때였어요. 숙소가 원룸이거나 방 하나를 통째로 작업실로 쓰는 경우가 많은데, 공간이 좁을수록 그 무거워지는 속도가 빨라요. .. 2026. 5. 25.
한 주가 지났는데 뭘 했는지 기억이 안 났어요: 지친 게 아니라 지루했던 겁니다 지난주에 뭘 했는지 기억이 안 났어요금요일 저녁에 한 주를 돌아보려고 앉았어요. 그런데 월요일에 뭘 했는지가 떠오르지 않았어요.기록을 열어보니 일은 했어요. 결과물도 있고 보낸 메일도 있어요. 그런데 그게 어느 날이었는지가 하나도 구분이 안 됐어요.한 주가 통째로 한 덩어리처럼 느껴졌어요. 다섯 날이 아니라 긴 하루 하나를 보낸 것 같았어요.그때는 그게 피곤해서라고 생각했어요. 나중에 보니 그게 아니었어요.사진첩을 열어봐도 마찬가지였어요. 그 주에 찍은 사진이 하나도 없었어요. 찍을 만한 장면이 없었던 거예요.누가 지난주 어땠냐고 물으면 답할 게 없었어요. 바빴다고 하기에는 딱히 그렇지도 않고, 한가했다고 하기에도 아니고요. 그냥 지나갔다는 말밖에 안 나왔어요.모든 날이 똑같이 생겼어요그 시기에 제 하루.. 2026. 5. 15.
걸으면서 일하면 두 배가 될 줄 알았어요: 되는 일이 따로 있더라고요 걸으면서 일하면 두 배가 될 줄 알았어요한동안 걸으면서 일해보려고 했던 시기가 있어요. 앉아 있는 시간이 너무 길다는 게 계속 마음에 걸렸거든요.생각은 단순했어요. 어차피 걸어야 하고 어차피 일해야 하니까 같이 하면 시간이 절약된다는 거였어요. 하루에 두 가지를 겹쳐서 처리하는 셈이니까요.그때 저는 이런 걸 영리한 방법이라고 생각했어요. 실제로 그렇게 말하는 글도 여럿 봤고요. 일하면서 걸으면 성과가 몇 배가 된다는 식으로요.그런데 며칠 해보고 알았어요. 두 가지를 겹치면 두 배가 되는 게 아니라 둘 다 반쪽이 되는 경우가 있더라고요.그 무렵 저는 하루에 앉아 있는 시간을 재고 있었어요. 숫자를 보고 나면 늘 기분이 안 좋았어요. 그런데 줄일 방법은 딱히 없었고요. 일이 다 앉아서 하는 것들이었으니까요... 2026. 5. 8.
탭이 40개 열려 있었어요: 책상은 어수선해도 되는데 화면은 아니더라고요 탭이 40개쯤 열려 있었어요어느 날 화면이 이상해서 봤더니 브라우저 위쪽에 글자가 하나도 안 보였어요. 탭이 너무 많아서 이름이 전부 잘려 있었던 거예요.세어보니 40개가 넘었어요. 그중에 오늘 연 건 몇 개 안 됐어요. 나머지는 며칠 전, 몇 주 전에 열어놓고 그대로 둔 것들이었어요.그런데 이상한 건 제가 그걸 불편해하지 않고 있었다는 거예요. 필요한 걸 찾을 때마다 하나씩 눌러보면서도 많다는 생각을 안 했어요.그날 처음으로 이게 제 집중을 갉아먹고 있었던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기계가 느려진 것도 그 무렵이었어요. 처음에는 오래 써서 그런가 했는데 탭을 줄이고 나니 확실히 나아졌어요. 눈에 안 보이는 부담이 계속 걸려 있었던 거예요.창도 여러 개였어요. 브라우저를 두세 개 띄워놓고 각각에 탭.. 2026. 5. 6.
40대의 손목을 지키는 법: 버티컬 마우스와 텐키리스 키보드 이야기 옆으로 누운 마우스를 처음 봤을 때미팅차 들른 어느 사무실에서 이상하게 생긴 마우스를 처음 봤어요. 벌써 몇 년 전 일이에요. 마우스가 옆으로 세워져 있는 모양이라, 처음엔 책상 위 장식품인 줄 알았어요. 상대방이 그걸 쥐고 일하는 걸 보고 솔직히 속으로 웃었어요. 저런 걸 왜 쓰나, 쓸데없이 요란하게 생긴 물건 아닌가 싶었거든요. 미팅 중간에 궁금해서 물어봤더니, 그분은 손목 때문에 고생을 좀 하고 나서 바꿨다며 담담하게 말했어요. 한 번 아파보면 알게 된다는 말도 덧붙였는데, 그때는 그 말이 귀에 들어오지 않았어요. 버티컬 마우스(Vertical Mouse)라는 이름을 알게 된 것도 그날이었어요. 손목 보호용이라는 설명을 듣고도 별 감흥이 없었어요. 그때 제 손목은 멀쩡했고, 마우스는 그냥 클릭만 잘.. 2026. 4. 16.
아침에 일을 시작하지 못하던 문제를 푼 방법 아침 의식을 만들어보려 했어요낯선 도시에서 일을 시작하는 게 어렵다는 이야기를 하려면 아침 이야기부터 해야 해요. 창밖에 처음 보는 거리가 펼쳐져 있으면 노트북을 여는 게 잘 안 돼요. 저는 이 문제를 루틴으로 풀어보려고 했어요. 앉기 전에 정해진 순서대로 몇 가지를 하면 뇌가 일할 준비를 한다는 이야기를 어디선가 읽었거든요. 그래서 순서를 만들었어요. 세수를 하고, 가볍게 몸을 풀고, 오늘 할 일을 떠올리고, 물을 한 잔 마시고 앉는 식이었어요. 처음 며칠은 그럴듯했어요. 순서대로 하고 앉으니 뭔가 준비된 기분이 들었어요. 그런데 그 기분이 오래가지 않았어요. 두 주쯤 지나니 순서를 다 밟고 앉아도 화면 앞에서 멍하니 있는 날이 생겼어요. 준비만 끝나고 정작 일은 시작되지 않는 거예요.준비 단계가 늘어.. 2026. 4.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