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택근무8 일과 쉼의 경계는 스스로 긋는 선이었어요 일이 언제 끝나는지 모르겠어요저는 일이 끝나는 시간이 딱히 없어요. 정해진 퇴근 시각이 있는 게 아니거든요. 예전에 어딘가에 속해 일할 때는 몇 시가 되면 일이 끝났어요. 자리를 정리하고 문을 나서면 그걸로 오늘 일은 마무리였어요. 그런데 지금은 그 선이 없어요. 노트북만 열면 언제든 일할 수 있으니, 뒤집어 보면 언제든 일하고 있는 셈이에요.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메일을 확인하고, 밥 먹다가도 일 생각을 하고, 밤에 누워서도 내일 할 일을 떠올려요. 일이 하루의 특정 시간에 담겨 있지 않고 온종일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거예요. 처음엔 이게 오히려 편하다고 생각했어요. 내가 원할 때 일하면 되니까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알게 됐어요. 원할 때 일할 수 있다는 건, 원치 않을 때도 일에서 못 벗어난다는.. 2026. 8. 3. 출퇴근이 없으니 하루에 끝이 없어요 출퇴근이 없다는 것출퇴근이 없는 생활을 오래 하고 있어요. 회사를 다닐 때는 이런 삶을 부러워했어요. 아침에 만원 지하철에 시달릴 일도 없고, 정해진 시간에 어디로 갈 필요도 없으니까요. 실제로 그런 자유는 좋아요. 그런데 이 생활을 해보면 아무도 잘 말해주지 않는 부분이 있어요. 출퇴근이 없다는 건 하루에 시작도 끝도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는 거예요. 언제 시작해도 되고 언제 끝내도 되니까, 거꾸로 말하면 하루가 어디서 시작해서 어디서 끝나는지가 흐릿해요. 저는 이게 생각보다 큰 문제라는 걸 한참 뒤에야 알았어요. 자유롭게 쓰라고 통째로 주어진 하루가, 오히려 손가락 사이로 다 새어나가더라고요. 솔직히 이 글을 쓰는 오늘도 그런 날이에요. 아침부터 뭔가 계속 하고는 있는데 정신은 하나도 없어요.정신없는 .. 2026. 7. 25. 저녁 회복 루틴을 만들려다 그만둔 이유 저녁 회복 루틴을 만들어보려 했어요어느 날부터 저녁을 잘 보내야겠다고 마음먹었어요. 하루를 어떻게 끝내느냐가 다음 날을 좌우한다는 이야기를 여기저기서 읽었거든요. 그래서 저녁 루틴이라는 걸 만들어보기로 했어요. 따뜻한 물에 몸을 담그고, 눈을 감고 숨을 고르고, 자기 전에 내일 할 일을 적고, 종이책을 조금 읽는 식으로요. 좋다는 건 다 모아서 순서를 짰어요. 처음 며칠은 그럴듯했어요. 뭔가 나를 잘 돌보고 있다는 기분이 들었어요. 그런데 얼마 안 가 이상한 일이 벌어졌어요. 저녁마다 그 순서를 다 지켰는지 신경 쓰기 시작한 거예요. 오늘은 호흡을 빼먹었네, 책을 못 읽었네 하면서요. 쉬려고 만든 루틴인데, 그 루틴을 지키는 게 어느새 또 하나의 숙제가 되어 있었어요. 못 지킨 날은 저녁을 망친 것 같은.. 2026. 6. 11. 아무도 내 일을 봐주지 않는다는 것 사장이면서 직원이에요일을 스스로 꾸린다는 건 사장이면서 동시에 직원이라는 뜻이에요. 위에 보고할 상사도 없고, 옆에서 같이 일할 동료도 없고, 아래에서 일을 나눠 받을 사람도 없어요. 결정을 내리는 것도 저고, 그 결정대로 실제로 일하는 것도 저예요. 처음 이 생활을 시작했을 때는 그게 다 좋아 보였어요. 눈치 볼 사람도 없고, 회의도 없고, 제 시간을 제가 정하니까요. 회사를 다닐 때 그렇게 벗어나고 싶던 것들이 다 사라졌어요.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알게 됐어요. 그 사라진 것들 중에 사실 저를 도와주던 것도 꽤 많았다는 걸요. 저는 회사가 없어졌으면 하는 것만 기억했지, 회사가 조용히 해주던 일들은 생각도 못 했어요. 막상 그게 없어지고 나서야 그 자리가 얼마나 컸는지 보였어요.아무도 내 일을 봐.. 2026. 6. 10. 깨끗한 책상이 저에게는 정답이 아니었어요 저는 책상이 어수선한 사람이에요저는 책상이 늘 어수선한 사람이에요. 게다가 여러 도시를 옮겨 다니며 일하다 보니, 그 어수선한 책상이 몇 주마다 통째로 바뀌어요. 숙소가 바뀌면 책상도 바뀌니까요. 그래서 책상 정리라는 게 저에게는 남들과 조금 다른 문제였어요. 아무튼 일을 하다 보면 자료며 메모며 이것저것이 책상 위에 쌓여요. 정리를 아예 안 하는 건 아닌데, 며칠만 지나면 다시 그 상태가 돼요. 그런데 책상을 깨끗이 비우면 집중이 잘된다는 이야기를 여기저기서 들었어요. 노트북 하나만 남기고 다 치우라는 조언도 많이 봤고요. 어수선한 책상이 정신까지 어수선하게 만든다는 말도 있었어요. 그런 말들을 들으면 제 책상이 문제인 것 같아서 마음이 좀 불편했어요. 남들은 다 깨끗한 책상에서 집중해서 일하는데 저만.. 2026. 6. 9. 모니터 속 세계에서 내 눈을 구원하는 법: 시력 보호의 골든타임 창밖이 안개 낀 것처럼 보이던 저녁캘리포니아 거점에 머물던 때였어요. 마감이 겹쳐서 하루 12시간 넘게 모니터를 들여다본 날이 있었는데, 저녁에 잠깐 쉬려고 창밖을 봤더니 풍경이 안개가 낀 것처럼 뿌옇게 보였어요. 눈을 비비고 다시 봐도 마찬가지였어요. 피곤해서 그렇겠지 하고 잤는데, 다음 날 아침에도 눈앞의 글자가 바로 선명해지지 않았어요. 그때 처음으로 겁이 났어요. 사실 신호는 그전부터 있었어요. 어느 순간부터 스마트폰의 작은 글자를 읽을 때 저도 모르게 눈을 찡그리고 있었고, 오후 늦게는 모니터 글자가 살짝 겹쳐 보이는 날도 있었어요. 나이 탓이겠거니 하고 넘겼는데, 창밖이 뿌옇게 보인 그날은 넘길 수가 없었어요. 노트북으로 먹고사는 사람에게 눈은 사실상 일하는 도구의 전부인데, 그 도구가 고장 .. 2026. 4. 21. 이전 1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