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일을 열 때마다 로고가 조금씩 달랐어요
새 클라이언트의 웹사이트 작업을 맡으면서 브랜드 자료를 받았어요. 로고 파일, 컬러 가이드, 폰트까지 다 포함된 압축 파일이었어요. 정리가 잘 돼 있어 보여서 마음이 놓였어요.
그런데 파일을 하나씩 열어보니 로고가 폴더마다 조금씩 달랐어요. 어떤 건 여백이 더 넓었고, 어떤 건 색상 톤이 미묘하게 차이가 났어요. 처음엔 제가 잘못 본 줄 알았어요.
파일명도 제각각이었어요. 최종, 진짜최종, 수정본 같은 이름이 붙은 파일이 대여섯 개나 있었는데, 그중 어느 게 실제로 쓰이는 최신 버전인지 알 수 없었어요.
일단 파일 생성 날짜순으로 정렬해봤어요. 가장 최근 날짜의 파일을 기준으로 삼으려 했지만, 그것도 확실한 방법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파일 생성 날짜는 그저 마지막으로 누군가의 컴퓨터에 저장된 시점일 뿐, 실제로 최종 확정된 버전이라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었으니까요. 압축 파일을 처음 받았을 때 느꼈던 안도감이 순식간에 불안함으로 바뀌었어요. 이대로 작업을 시작했다가는 나중에 전부 다시 해야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스쳤어요.
클라이언트에게 물어봐도 답이 제각각이었다
클라이언트 담당자에게 어떤 파일이 정확한 버전인지 물어봤어요. 담당자는 확실하지 않다며 마케팅팀에 확인해보겠다고 했어요. 회사 내부에서도 통일된 기준이 없다는 게 느껴졌어요.

며칠 뒤 마케팅팀에서 답이 왔는데, 그마저도 제가 갖고 있던 파일 중 어느 것과도 정확히 일치하지 않았어요. 색상 코드 하나가 미세하게 달랐어요.
담당자도 그 사실에 놀란 눈치였어요. 회사 내에서 여러 사람이 각자 다른 버전으로 작업해온 게 그대로 쌓인 결과였던 거예요. 몇 년 전 로고를 리뉴얼하면서 새 가이드가 나왔는데, 정작 그 소식이 회사 내 모든 팀에 전달되지 않았던 거라는 정황도 뒤늦게 드러났어요. 어떤 팀은 여전히 예전 버전을 그대로 쓰고 있었던 셈이에요.
이런 상태로 작업을 진행하면 나중에 어느 부서에서 또 다른 버전을 들고 와서 수정을 요구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불안한 마음으로 일단 작업을 잠시 멈췄어요. 마감 일정은 이미 정해져 있는데 기준 자료조차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작업을 계속 진행하는 게 오히려 더 큰 리스크로 느껴졌어요. 하루이틀 늦어지더라도 여기서 확실히 짚고 넘어가는 게 낫겠다고 판단했어요.
기준이 될 하나의 파일을 새로 만들었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서 직접 기준 파일을 만들기로 했어요. 받은 파일들을 다 모아놓고 색상 코드, 폰트 크기, 로고 여백까지 하나씩 비교표로 정리했어요.
차이가 나는 부분마다 표시를 해두고, 클라이언트에게 어떤 걸 공식 버전으로 삼을지 하나씩 확인받았어요. 담당자도 이 과정을 거치면서 오히려 정리가 됐다며 고마워했어요. 표를 만드는 데만 반나절 가까이 걸렸지만, 그 시간이 전혀 아깝지 않았어요. 이 작업을 미리 안 했다면, 나중에 인쇄물과 웹사이트 색상이 미묘하게 다른 채로 동시에 나갔을 수도 있었으니까요.
그렇게 확정된 내용을 바탕으로 브랜드 가이드 문서를 새로 만들었어요. 로고 사용 규칙, 정확한 색상 코드, 여백 기준까지 한 페이지에 정리했어요. 원래 제 작업 범위는 아니었지만, 이 기준 문서 없이는 어떤 작업도 다시 흔들릴 수 있겠다는 생각에 시간을 들여서라도 만들어두는 게 낫겠다고 판단했어요. 반나절 정도가 걸렸지만, 그 이후 작업 과정은 훨씬 매끄러워졌어요.
문서를 완성해서 클라이언트에게 보내주니, 자기네도 이런 정리된 자료가 없었다며 앞으로 내부에서도 이걸 기준으로 쓰겠다고 했어요. 담당자는 이 문서를 사내 여러 팀에게 공유하겠다고 했고, 다음 회의 때는 마케팅팀 책임자까지 참석해서 고맙다는 인사를 전해왔어요. 원래는 제가 맡은 웹사이트 작업 범위에 없던 일이었는데, 뜻하지 않게 회사 전체의 오래된 골칫거리를 하나 해결해준 셈이 됐어요.
이런 일이 처음이 아니었다는 걸 깨달았다
돌이켜보니 비슷한 일이 예전에도 있었어요. 다른 클라이언트 프로젝트에서도 로고 파일이 버전마다 미묘하게 달랐던 적이 있었어요. 그때는 그냥 제가 알아서 하나를 골라 썼어요.
그 선택이 나중에 문제가 됐던 기억도 떠올랐어요. 인쇄물에 쓰인 로고와 웹사이트에 쓰인 로고가 미세하게 달라서, 클라이언트 쪽에서 뒤늦게 지적한 적이 있었어요. 그때는 부랴부랴 파일을 다시 맞추느라 이미 인쇄까지 끝난 자료는 그대로 둘 수밖에 없었어요.
그때는 그냥 운이 나빴다고 넘겼는데, 지금 생각하면 애초에 기준 파일을 요청하지 않은 제 쪽의 실수이기도 했어요. 클라이언트가 자료를 잘 정리해서 줄 거라고 막연히 기대했던 게 문제였어요. 실제로는 회사 규모가 크든 작든 브랜드 자료가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는 경우가 오히려 드물다는 걸 여러 프로젝트를 거치며 알게 됐어요.
이제는 시작 전에 기준부터 확인한다
그 뒤로 새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마다 브랜드 자료를 받으면 가장 먼저 하나하나 비교해보는 절차를 거쳐요. 조금이라도 차이가 보이면 바로 클라이언트에게 확인 질문을 보내요.
받은 파일이 하나뿐이라도, 최신 버전이 맞는지 한 번 더 물어보는 습관이 생겼어요. 괜히 유난스러워 보일까 싶어 망설였던 적도 있었는데, 오히려 꼼꼼하다는 인상을 주는 경우가 더 많았어요.
확정된 기준은 프로젝트 폴더 맨 위에 따로 표시해서 저장해둬요. 나중에 다시 열어봐도 헷갈리지 않도록요. 파일 이름에도 확정된 날짜와 승인자 이름을 함께 적어두는 규칙을 만들었어요. 몇 달 뒤에 다시 그 프로젝트를 열어봐도 어떤 버전이 공식적으로 승인된 건지 한눈에 알아볼 수 있게 됐어요.
사소한 파일 하나가 신뢰를 만든다
이번 일을 겪고 나서, 제가 만드는 결과물이 클라이언트 내부의 혼란을 그대로 이어받을 수도 있다는 걸 새삼 깨달았어요. 정리되지 않은 자료를 그대로 쓰면, 그 혼란까지 제가 떠안는 셈이었어요.
지금은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 브랜드 가이드 문서가 없으면 아예 먼저 만들어드리겠다고 제안해요. 그 작업이 결과물의 완성도뿐 아니라 저에 대한 신뢰로도 이어진다는 걸 이번에 확실히 배웠어요. 사소해 보이는 파일 정리 하나가, 결국 프로젝트 전체를 매끄럽게 만드는 첫걸음이라는 걸 알게 됐어요. 파일 하나의 혼란을 방치했다면 제 작업 결과물도 그 혼란의 일부가 됐을 거라는 생각을 하면, 그때 잠시 멈추고 확인했던 선택이 여전히 옳았다고 느껴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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