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180 2주만 시간을 적어봤어요: 바쁜데 남는 게 없던 이유가 거기 있었어요 하루 종일 일했는데 뭘 했는지 몰랐어요어느 날 저녁에 이상한 기분이 들었어요. 아침부터 저녁까지 쉬지 않고 일한 것 같은데, 오늘 뭘 했느냐고 물으면 대답할 게 없는 거예요. 분명 바빴어요. 노트북 앞에 앉아 있었고, 메일을 쓰고, 화면을 들여다봤어요. 그런데 결과물로 남은 게 별로 없었어요. 그런 날이 한 번이면 넘어갔을 텐데, 몇 주째 반복되고 있다는 걸 알아채고 나서 뭔가 잘못됐다는 생각이 들었어요.문제를 파악하려면 먼저 재봐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무엇에 얼마나 시간을 쓰는지 기록해 보기로 했어요. 거창한 도구를 쓴 건 아니고, 종이 노트에 시작 시간과 끝 시간, 무슨 일을 했는지를 한 줄씩 적었어요. 지금은 간단한 앱을 쓰지만 시작은 그렇게 종이였어요.기록 자체가 번거로울 거라고 생각했는데.. 2026. 8. 11. 잘 시간 대신 일어날 시간을 정했어요: 순서를 바꾸고 되찾은 오전 잠드는 시간을 지키려다 실패했어요한동안 저는 취침 시간을 정해두고 지키려고 애썼어요. 열한 시에는 눕자고 스스로와 약속했죠. 그런데 이게 잘 안 됐어요. 마감이 급한 날에는 새벽까지 일하게 되고, 고객과 통화가 늦어지는 날도 있고, 시차가 다른 나라로 이동하면 그 약속 자체가 무의미해졌어요. 지키지 못한 날이 쌓이니 아예 포기하게 되더라고요.문제는 그다음이었어요. 자는 시간이 들쭉날쭉해지니 일어나는 시간도 같이 흔들렸어요. 늦게 잔 날은 늦게 일어나고, 그러면 그날 밤에 또 늦게 자게 되고요. 이 고리가 며칠만 반복되면 오전이 통째로 사라져요. 저는 그 시기에 오후 두 시가 되어서야 제대로 일을 시작하는 날이 많았어요.그러다 순서를 바꿔보기로 했어요. 잠드는 시간이 아니라 일어나는 시간을 고정하는 거예요.. 2026. 8. 11. 문의가 뚝 끊긴 달을 지나며 배운 것: 조용한 달은 매년 다시 와요 문의가 뚝 끊긴 달이 있었어요혼자 일하다 보면 이상하게 조용한 달이 와요. 저에게도 그런 달이 있었어요. 진행하던 프로젝트가 마무리되고, 다음 건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고, 새 문의도 없는 상태가 몇 주째 이어졌어요. 처음 일주일은 그동안 못 쉬었으니 쉬어가자는 마음이었어요. 이 주째가 되니 슬슬 불안해졌고, 삼 주째에는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메일함부터 확인하게 됐어요.그때 제일 힘든 건 돈 자체가 아니라 마음이었어요. 통장 잔고는 몇 달치 여유가 있었는데도 불안했거든요. 이대로 영영 일이 안 들어오면 어쩌지 하는 생각이 하루에도 몇 번씩 들었어요. 근거 없는 걱정이라는 걸 알면서도 멈춰지지 않았어요. 조직에 있을 때는 일이 없는 날도 월급이 나왔으니 이런 종류의 불안을 겪을 일이 없었죠.더 나빴던 건 그.. 2026. 8. 10. 한여름에 목이 칼칼했던 이유: 제 자리 위에 에어컨이 있었어요 한여름에 목이 아프기 시작했어요몇 해 전 여름, 낮 기온이 삼십오 도를 넘던 시기에 목이 칼칼해지기 시작했어요. 처음에는 감기려니 했는데 이상했어요. 밖에 나가면 오히려 괜찮고, 실내에서 일하다 보면 심해지는 거예요. 어깨도 뻐근하고 팔이 시렸어요. 한여름에 몸이 시리다는 게 스스로도 이해가 안 됐어요.원인은 며칠 지나서야 알았어요. 그때 제가 일하던 곳은 냉방이 아주 강한 카페였어요. 밖은 삼십오 도인데 안은 이십 도쯤 됐던 것 같아요. 반팔 차림으로 들어가 서너 시간을 앉아 있으니 몸이 계속 차가운 바람을 맞고 있었던 거예요. 게다가 제 자리가 하필 에어컨 바람이 직접 닿는 위치였어요. 몇 시간씩 찬 바람을 목과 어깨에 맞고 있었으니 탈이 안 나는 게 이상했죠.밖에 나가면 괜찮아지고 들어오면 다시 안.. 2026. 8. 10. 몇 년 만에 간 한국에서 이방인이 됐어요: 오래 밖에 산 사람의 귀국 준비 몇 년 만에 한국에 갔어요미국에 자리를 잡고 여러 나라를 오가며 일하다 보니, 정작 한국에 가는 일이 뜸해졌어요. 몇 년 만에 인천공항에 내렸을 때 제일 먼저 든 생각은 이상하게도 낯설다는 거였어요. 제가 나고 자란 나라인데 공항 구조가 바뀌어 있었고, 안내 화면도 처음 보는 방식이었어요. 입국 심사를 마치고 밖으로 나오면서 조금 멍했어요.가장 당황스러웠던 건 결제였어요. 택시를 타려는데 카드 단말기에 제가 모르는 방식이 떠 있었고, 편의점에서는 다들 휴대전화를 대고 나가더라고요. 저는 지갑에서 카드를 꺼내는 유일한 사람이었어요. 몇 년 사이에 일상이 이렇게 달라졌구나 싶었어요. 해외에 오래 있으면 그 나라 소식은 뉴스로 접하지만, 생활의 결이 바뀌는 건 뉴스에 안 나오거든요.그 며칠 동안 저는 한국에서.. 2026. 8. 10. 금요일 오후를 비워둔 이유: 배울 시간이 없다는 말은 사실이 아니었어요 배울 시간이 없다는 말을 몇 년 했어요혼자 일하면서 가장 무서운 건 제가 알고 있는 것만으로 계속 먹고살 수 있느냐는 문제예요. 조직에 있으면 교육을 보내주거나, 새로운 걸 아는 동료가 옆에서 알려주기도 해요. 혼자면 그런 게 없어요. 배우는 것도 제가 시간을 내서 해야 하는데, 그 시간은 곧 돈이 되지 않는 시간이에요. 그래서 저는 몇 년 동안 배울 시간이 없다는 말을 달고 살았어요.그러다 어느 순간 고객의 문의 내용이 달라지는 걸 느꼈어요. 예전에는 안 나오던 용어들이 나오기 시작했고, 제가 대답을 얼버무리는 일이 생겼어요. 아직 일이 끊긴 건 아니었지만, 이대로 몇 년이 더 지나면 위험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때가 배울 시간을 내기로 한 시점이었어요.더 무서웠던 건 제가 그 변화를 늦게 알아챘다.. 2026. 8. 9. 이전 1 2 3 4 5 ··· 30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