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180 허리띠 구멍이 한 칸 밀렸어요: 체중계 없이 지내며 만든 기준 허리띠 구멍이 한 칸 밀렸어요어느 날 아침에 옷을 입다가 이상한 걸 발견했어요. 늘 쓰던 허리띠 구멍이 아니라 한 칸 바깥쪽을 쓰고 있는 거예요. 언제부터 그랬는지 기억도 안 났어요. 아마 몇 주 전부터 조금씩 그러다가 그날 처음 알아챈 것 같아요. 저는 그때 여행 중이라 체중계가 없었고, 마지막으로 몸무게를 잰 게 언제인지도 가물가물했어요.놀란 건 살이 쪘다는 사실보다 제가 몰랐다는 사실이었어요. 매일 거울을 보는데도 몰랐어요. 조금씩 변하는 건 눈에 안 보이거든요. 거울 속 얼굴은 늘 어제와 비슷하니까요. 몸의 변화는 그렇게 조용히 진행되다가, 허리띠 같은 물건이 알려줄 때가 되어서야 드러나요.사진을 보고 알게 되는 경우도 있어요. 몇 달 전 사진과 최근 사진을 나란히 놓고 보면 거울로는 안 보이던 .. 2026. 8. 9. 삼 년 만에 단가를 올린 날: 두려워한 대화는 세 줄로 끝났어요 삼 년 동안 같은 금액을 받았어요한 고객과 삼 년 넘게 일한 적이 있어요. 처음 계약할 때 정한 금액을 그대로 삼 년 동안 받았어요. 그 사이에 제 실력은 늘었고, 작업 속도도 빨라졌고, 맡는 범위도 조금씩 넓어졌어요. 그런데 금액만 그대로였어요. 물가는 오르는데 제 단가만 삼 년 전에 멈춰 있었던 거예요.올려야 한다는 건 알고 있었어요. 다만 말을 못 꺼냈어요. 관계가 좋았거든요. 오랫동안 잘 지내온 사이에 돈 이야기를 꺼내서 분위기를 망칠까 봐 두려웠어요. 그리고 마음 한구석에는 이런 생각도 있었어요. 올려달라고 했다가 다른 사람을 찾겠다고 하면 어쩌지. 그 두려움 때문에 저는 매년 올려야지 생각만 하고 넘어갔어요.지금 돌아보면 제 안에 이상한 논리가 있었어요. 오래 함께한 고객에게는 예전 가격을 유.. 2026. 8. 9. 공항 카운터에서 여권을 다시 본 날: 만료일보다 반년 짧은 이유 탑승 수속 창구에서 들은 말몇 년 전, 여행을 앞두고 공항 카운터에서 예상치 못한 말을 들었어요. 직원이 제 여권을 넘겨보더니 유효기간이 얼마나 남았는지 아느냐고 물었어요. 저는 아직 반년쯤 남았다고 대답했어요. 그랬더니 그 나라는 입국 시점에 여권 유효기간이 6개월 이상 남아 있어야 한다고 하더라고요. 제 여권은 딱 그 경계선에 걸쳐 있었어요.그날은 다행히 통과했지만 카운터 앞에서 15분 동안 서 있는 동안 등에 땀이 났어요. 여권은 만료일까지 쓰는 거라고만 생각했지, 남은 기간이 부족하면 탑승 자체가 거부될 수 있다는 걸 그때 처음 알았어요. 나라마다 요구하는 잔여 기간이 다르고, 6개월을 요구하는 곳이 꽤 많아요. 그러니까 실제로 쓸 수 있는 기간은 만료일보다 반년 짧은 셈이에요.그날 카운터 직원이.. 2026. 8. 9. 백 개가 넘는 계정을 정리한 주말: 새벽에 온 로그인 알림 하나 때문에 같은 비밀번호를 여기저기 쓰고 있었어요혼자 일하는 사람에게 계정은 사무실 열쇠나 마찬가지예요. 메일함에는 고객과 주고받은 모든 기록이 있고, 클라우드에는 작업물이 있고, 결제 계정에는 돈이 오가요. 그런데 저는 오랫동안 이걸 허술하게 관리했어요. 비밀번호 몇 개를 만들어두고 여기저기 돌려썼거든요. 외우기 편하니까요.정신이 든 건 어느 날 새벽에 온 알림 때문이었어요. 낯선 지역에서 제 계정에 로그인 시도가 있었다는 메일이었어요. 다행히 차단됐지만, 그날 밤 잠이 안 왔어요. 만약 그 하나가 뚫렸다면 같은 비밀번호를 쓰던 다른 계정들도 줄줄이 열렸을 테니까요. 제 사업 전체가 비밀번호 하나에 매달려 있었다는 걸 그제야 알았어요.비밀번호를 외우지 않기로 했어요그다음 주말에 날을 잡고 계정을 전부 정리했어요... 2026. 8. 8. 도착 사흘째에 탈이 났어요: 새 도시 첫 사흘을 보내는 법 도착 사흘째에 탈이 났어요새 도시에 도착하면 저는 그 지역 음식부터 찾아 먹어요. 그게 그곳에 왔다는 실감을 주거든요. 그런데 그 습관 때문에 여러 번 고생했어요. 한 번은 도착 사흘째 되는 날 밤부터 배가 뒤틀리기 시작했어요. 새벽 내내 화장실을 오갔고, 아침에는 일어설 힘도 없었어요. 하필 그날 오후에 화상 회의가 잡혀 있었는데, 취소 메일을 쓰는 손이 떨릴 정도였어요.돌아보면 원인은 뻔했어요. 도착하자마자 사흘 동안 낯선 음식만 먹었고, 그중에는 길거리에서 산 것도 있었어요. 물도 그냥 수돗물을 마셨고요. 여행자에게 흔한 일이라고들 하지만, 막상 겪어보니 흔한 일로 넘길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어요. 이틀을 통째로 잃었고 일정도 밀렸어요.그날 새벽에 제일 힘들었던 건 몸보다 상황이었어요. 낯선 숙소에.. 2026. 8. 8. 고객 사이트를 멈추게 한 날: 숨기려던 십 분이 제일 위험했어요 고객 사이트를 제 손으로 멈추게 했어요혼자 일하면서 가장 심장이 내려앉았던 순간을 꼽으라면 그날이에요. 고객 사이트에 수정 사항을 반영하고 있었는데, 작업을 마치고 확인해 보니 사이트가 열리지 않았어요. 새로고침을 몇 번 해도 마찬가지였어요. 제가 건드린 부분 때문에 전체가 멈춰버린 거예요. 하필 그 고객은 온라인으로 주문을 받는 곳이었어요. 사이트가 멈춘 시간만큼 매출이 사라지는 구조였죠.처음 몇 분 동안 제 머릿속에 든 생각은 부끄럽게도 하나였어요. 고객이 알아채기 전에 고칠 수 있을까. 조용히 되돌려 놓으면 아무 일도 없던 게 되니까요. 그래서 십 분쯤 혼자 붙잡고 씨름했어요. 그런데 원인이 잡히지 않았고, 시간만 흘렀어요.숨기려던 십 분이 제일 위험했어요그 십 분을 지나면서 정신이 들었어요. 지금.. 2026. 8. 8. 이전 1 2 3 4 5 6 ··· 30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