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259 사진첩을 넘기다 몇 달째 내가 없다는 걸 알았어요: 혼자 찍는 습관 사진첩을 넘기다 이상한 걸 발견했어요휴대폰 사진첩을 정리하다가 최근 몇 달치를 쭉 넘겨봤어요. 음식 사진, 풍경 사진은 많은데 정작 제 얼굴이 나온 사진이 하나도 없었어요.처음엔 그냥 우연이겠거니 했어요. 그런데 한 달, 두 달, 세 달을 거슬러 올라가도 마찬가지였어요. 어느 순간부터 저는 사진 속 풍경의 일부가 아니라 그걸 찍는 사람으로만 존재하고 있었어요.예전 사진첩을 열어보니 몇 년 전만 해도 셀카나 누군가 찍어준 제 사진이 꽤 있었어요. 언제부터 이렇게 됐는지 정확히 기억도 안 났어요.날짜별로 훑어보다가 한 지점에서 뚝 끊긴 걸 알았어요. 그 이후로는 정말 단 한 장도 없었어요.그 지점이 정확히 어느 도시로 넘어가던 시기였는지도 떠올려봤어요. 신기하게도 혼자 다니는 일정이 유독 많아진 시기와 맞아.. 2026. 9. 26. 나라마다 다른 인보이스 세금 번호 규정, 매번 새로 검색부터 해야 했다 인보이스를 보냈는데 클라이언트가 세금 번호를 안 넣으면 결제가 안 된다고 답장을 보내왔어요. 그런 번호가 필요한지 저는 처음 듣는 얘기였어요.인보이스가 반려당했다새 클라이언트와 첫 프로젝트를 마치고 늘 하던 대로 인보이스를 만들어 보냈어요. 이름, 금액, 작업 내용까지 다 채운 평범한 양식이었어요.그런데 클라이언트 쪽 회계팀에서 연락이 왔어요. 세금 관련 등록 번호가 없으면 자기네 시스템에서 이 인보이스를 처리할 수 없다는 내용이었어요.평소에는 인보이스 양식 하나로 모든 클라이언트를 상대했어요. 나라마다 세금 제도가 다르다는 걸 머리로는 알고 있었지만, 실제로 서류를 요구받은 적이 없다 보니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지냈던 거예요.저는 그런 번호를 가지고 있지도 않았고, 어떻게 발급받는지도 몰랐어요. 프리랜.. 2026. 9. 25. 숙소 세탁기 버튼을 잘못 눌러서 옷을 다 버렸어요: 그 뒤로 생긴 확인 습관 세탁기에서 옷을 꺼내고 할 말을 잃었어요새 숙소에 도착한 다음 날, 밀린 빨래를 하려고 세탁기 앞에 섰어요. 버튼이 전부 현지어로만 적혀 있었어요.번역 앱으로 하나씩 찍어보며 대충 감으로 코스를 골랐어요. 온도 표시도 숫자만 보고 적당히 눌렀어요. 그때는 별생각 없이 그냥 시작 버튼을 눌렀어요.버튼이 열 개도 넘게 붙어 있었는데, 그중 절반은 번역 앱을 갖다 대도 정확한 뜻이 안 나왔어요. 대충 비슷해 보이는 그림 아이콘만 믿고 눌렀던 게 사실이었어요.한 시간쯤 뒤 세탁이 끝났다는 소리가 나서 문을 열었어요. 그런데 꺼낸 옷들이 뭔가 이상했어요. 좋아하던 니트가 손바닥만 하게 줄어들어 있었어요.처음엔 잘못 본 줄 알고 눈을 비비고 다시 봤어요. 몇 번을 다시 펼쳐봐도 크기는 그대로였고, 현실을 받아들이는.. 2026. 9. 25. 몇 나라를 거쳐왔는지 세어본 밤, 숫자 앞에서 마음이 복잡해졌다 여권 갱신을 하러 사진관에 앉아 있다가 문득 궁금해졌어요. 이 여권에 도장이 몇 개나 찍혔을까 하고요. 그날 밤 숙소로 돌아와 하나하나 세어봤어요.여권을 펼치고 도장을 세기 시작했다여권 갱신 신청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낡은 옛날 여권을 서랍에서 꺼내봤어요. 몇 년 동안 한 번도 다시 펼쳐본 적이 없었어요.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도장들이 빼곡했어요. 색깔도, 모양도, 언어도 다 제각각이었어요. 어떤 건 선명했고, 어떤 건 흐릿해서 겨우 알아볼 정도였어요.어떤 페이지는 도장이 겹쳐 찍혀서 어느 게 입국이고 어느 게 출국인지 구분도 안 됐어요. 그런 페이지 앞에서는 한참을 돋보기라도 있으면 좋겠다 싶을 정도로 들여다봤어요.하나씩 손가락으로 짚어가며 세어봤어요. 입국과 출국 도장을 다 합치니 생각보다 .. 2026. 9. 24. 포트폴리오 사이트가 하필 그날 다운됐어요: 미팅 직전 서버 오류의 기억 미팅 직전에 포트폴리오 사이트가 먹통이 됐어요새로운 클라이언트와의 첫 화상 미팅을 앞두고 있었어요. 시작 10분 전, 혹시 몰라 제 포트폴리오 사이트를 한 번 열어봤어요. 그런데 화면에 "이 사이트에 연결할 수 없습니다"라는 문구만 떴어요.몇 번을 새로고침해봐도 마찬가지였어요. 휴대폰 데이터로도 접속해봤는데 똑같았어요. 그제야 이게 제 인터넷 문제가 아니라 사이트 자체의 문제라는 걸 알았어요.혹시 캐시 문제인가 싶어서 브라우저를 완전히 껐다 켜보기도 했어요. 다른 사이트는 다 멀쩡하게 열렸는데, 유독 제 포트폴리오 사이트만 그 화면 그대로였어요.호스팅 업체 상태 페이지에 들어가 보니 서버 점검 중이라는 공지가 떠 있었어요. 예정에 없던 긴급 점검이라고 했어요. 하필 미팅 시간과 겹친 게 믿기지 않았어요... 2026. 9. 24. 숙소 보증금 정산에서 생긴 실랑이, 체크아웃 날 한 시간을 더 붙잡혔다 체크아웃 날 짐을 다 싸고 열쇠를 반납하러 갔는데, 집주인이 벽에 난 작은 흠집을 가리키며 보증금에서 빼겠다고 했어요. 제가 낸 흠집이 아니었어요.멀쩡히 나가려던 날 흠집 얘기가 나왔다한 달 넘게 지낸 숙소였어요. 짐을 다 정리하고 마지막으로 방을 한 번 둘러본 뒤 집주인에게 열쇠를 건네러 갔어요.집주인이 같이 방을 확인하자고 하더니, 벽 한쪽 구석의 작은 흠집을 가리켰어요. 제가 만든 게 아니냐고 물었어요.순간 뭐라고 답해야 할지 몰라서 몇 초간 그냥 벽만 바라봤어요. 짐을 다 싼 홀가분한 기분이 그 몇 초 만에 확 가라앉았어요.전혀 기억에 없는 흠집이었어요. 처음 입주할 때부터 있었는지, 제가 지내는 동안 생긴 건지도 확신이 안 섰어요.벽 쪽으로 가까이 가서 다시 살펴봤지만, 워낙 작은 자국이라 언제.. 2026. 9. 23. 이전 1 2 3 4 5 6 ··· 44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