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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생산성 (Productivity)

이 주만 시간을 적어봤어요: 바쁜데 남는 게 없던 이유가 거기 있었어요

by wellnomadness 2026. 8. 11.

하루 종일 일했는데 뭘 했는지 몰랐어요

어느 날 저녁에 이상한 기분이 들었어요. 아침부터 저녁까지 쉬지 않고 일한 것 같은데, 오늘 뭘 했느냐고 물으면 대답할 게 없는 거예요. 분명 바빴어요. 노트북 앞에 앉아 있었고, 메일을 쓰고, 화면을 들여다봤어요. 그런데 결과물로 남은 게 별로 없었어요. 그런 날이 한 번이면 넘어갔을 텐데, 몇 주째 반복되고 있다는 걸 알아채고 나서 뭔가 잘못됐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문제를 파악하려면 먼저 재봐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무엇에 얼마나 시간을 쓰는지 기록해 보기로 했어요. 거창한 도구를 쓴 건 아니고, 종이 노트에 시작 시간과 끝 시간, 무슨 일을 했는지를 한 줄씩 적었어요. 지금은 간단한 앱을 쓰지만 시작은 그렇게 종이였어요.

기록 자체가 번거로울 거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해보니 그렇지 않았어요. 하나의 작업을 시작할 때 한 줄, 끝날 때 한 줄이면 끝이니까요. 오히려 기록하려고 지금 뭘 하는지 의식하는 것 자체가 도움이 됐어요.


이 주치 기록을 보고 놀랐어요

이 주 동안 모은 기록을 정리해 봤어요. 결과는 예상과 많이 달랐어요. 저는 하루의 대부분을 실제 작업에 쓰고 있다고 믿었는데, 순수하게 결과물을 만드는 데 쓴 시간은 하루 서너 시간 정도였어요. 나머지는 메일과 메신저 확인, 자료 찾기, 견적 문의 응대, 회의, 그리고 정체를 알 수 없는 시간이었어요.

특히 놀란 건 메일과 메신저였어요. 한 번 확인하는 데는 몇 분 안 걸리는데, 하루에 그걸 스무 번 넘게 하고 있었어요. 다 더하니 두 시간 가까이 됐어요. 게다가 확인할 때마다 하던 일의 흐름이 끊기니 실제 손실은 그 두 시간보다 훨씬 컸어요. 기록을 안 했다면 절대 몰랐을 사실이에요.

또 하나는 작업 사이의 전환 시간이었어요. A 프로젝트를 하다가 B로 넘어갈 때마다 십오 분에서 이십 분씩 어영부영하는 시간이 있었어요. 저는 그걸 그냥 쉬는 시간이라고 생각했는데, 기록해 보니 하루에 그런 구간이 대여섯 번 있었어요. 다 합치면 하루에 한 시간이 넘는 시간이 전환에만 쓰이고 있었던 거예요.

시간대별 차이도 드러났어요. 같은 한 시간이라도 오전 아홉 시의 한 시간과 오후 세 시의 한 시간이 만들어내는 결과물이 달랐어요. 오전에는 한 시간에 끝내던 작업이 오후에는 두 시간이 걸리는 식이었죠. 막연히 오후에 집중이 덜 된다고 느끼기만 했는데, 기록을 보니 그 차이가 두 배 가까이 났어요. 그 뒤로는 어려운 일을 오전에 배치하고 단순한 정리 작업을 오후로 미뤄요.

노트북 옆에 펼쳐진 노트에 손으로 적은 시작 시간과 종료 시간 기록


견적이 왜 늘 빗나갔는지 알았어요

이 기록이 가장 크게 도움이 된 건 견적이었어요. 저는 오랫동안 견적을 감으로 냈어요. 비슷한 일을 해본 기억을 떠올려서 며칠쯤 걸리겠다고 말하는 식이었죠. 그런데 그 감이 늘 낙관적이었어요. 실제로는 예상보다 이삼 일씩 더 걸렸고, 그만큼 제 단가가 깎이는 셈이었어요.

기록이 쌓이자 근거가 생겼어요. 이런 종류의 작업은 실제로 몇 시간이 걸리는지 숫자로 알게 된 거예요. 게다가 제가 견적에서 늘 빼먹던 것들도 보였어요. 고객과 주고받는 대화, 수정 요청 반영, 최종 확인 같은 시간이요. 이런 건 작업이 아니라고 생각해서 계산에 넣지 않았는데, 기록해 보니 전체의 삼분의 일이 넘었어요.

지금은 견적을 낼 때 순수 작업 시간에 소통과 수정에 드는 시간을 따로 더해요. 그렇게 하고부터 견적이 실제와 크게 어긋나지 않아요. 마감을 못 지켜서 밤을 새우는 일도 눈에 띄게 줄었고요.


고객별로 보면 더 선명해져요

기록을 고객별로 묶어보면 또 다른 게 보여요. 어느 고객에게 얼마의 시간이 들어가는지가 나오거든요. 여기에 각 고객에게 받은 금액을 나누면 시간당 수익이 나와요. 이 숫자를 처음 봤을 때 저는 한참을 앉아 있었어요. 매출이 가장 큰 고객이 시간당으로는 가장 낮았거든요.

매출만 보고 있으면 이걸 알 수가 없어요. 큰 금액이 찍힌 고객이 당연히 좋은 고객처럼 보이니까요. 그런데 그 금액을 만드는 데 제 시간의 얼마가 들어갔는지를 같이 봐야 실제 그림이 나와요. 저는 이 계산을 하고 나서 고객 구성을 다시 정리하게 됐어요.

고객별 기록은 대화할 때도 근거가 돼요. 범위를 넘어서는 요청이 들어왔을 때 이 작업에는 대략 몇 시간이 든다고 구체적으로 말할 수 있으니까요. 예전에는 그게 좀 부담스러운 일이라는 느낌만 전달했는데, 그러면 상대도 감이 안 오잖아요. 숫자가 있으면 감정이 아니라 사실로 이야기하게 돼요. 그리고 상대도 대개는 그 숫자를 듣고 이해해 줘요.


기록하면서 저절로 달라진 것들

재미있는 건 기록만 했는데도 행동이 달라졌다는 거예요. 메일 확인을 하려다가 이걸 또 기록해야 한다고 생각하면 손이 멈춰요.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횟수가 줄었어요. 지금은 하루 세 번 정해진 시간에만 확인해요.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기록이 제 습관을 보여줬기 때문에 바꾸게 된 거예요.

작업 전환도 줄였어요. 하루에 여러 프로젝트를 오가는 대신 반나절씩 묶어서 배치해요. 전환 때마다 이십 분씩 새어 나간다는 걸 숫자로 봤으니 그걸 줄이는 게 당연했죠. 예전에는 여러 개를 동시에 굴리는 게 유능한 거라고 생각했는데, 기록이 그 착각을 깨줬어요.

그리고 일을 마치는 시간이 생겼어요. 기록을 보면 오늘 몇 시간을 실제로 일했는지가 나오니까요. 예전에는 저녁이 되어도 충분히 일한 것 같지 않아서 계속 붙잡고 있었어요. 지금은 숫자를 보고 오늘 할 만큼 했다고 판단하면 노트북을 닫아요. 막연한 죄책감 대신 기록이 판단해 주니 저녁 시간이 편해졌어요. 혼자 일하는 사람에게는 시작보다 끝내는 게 어려운데, 이 기록이 그 신호가 되어줬어요.


매일 하지는 않아요

지금은 이 기록을 상시로 하지 않아요. 몇 달에 한 번, 이 주 정도만 집중해서 재요. 매일 기록하는 게 부담이 되면 결국 안 하게 되고, 그렇다고 아예 안 하면 시간 감각이 다시 흐려지거든요. 정기 검진처럼 주기적으로 확인하는 방식이 저에게는 맞았어요.

그리고 기록은 반성문이 아니라 자료예요. 처음에는 제가 시간을 낭비한 게 드러나서 스스로를 탓하게 됐는데, 그러면 기록하기가 싫어져요. 지금은 좋고 나쁨을 판단하지 않고 그냥 적어요. 판단은 이 주가 끝나고 정리할 때 하는 거고, 적는 동안에는 사실만 남기면 돼요.


재보지 않으면 알 수 없어요

혼자 일하면 제 시간을 어떻게 쓰는지 봐주는 사람이 없어요. 조직에 있으면 회의나 보고를 통해 어디에 시간이 갔는지 자연스럽게 드러나는데, 혼자면 스스로 재보지 않는 한 알 수가 없어요. 저는 몇 년을 감으로 살다가 이 주치 기록으로 그동안의 착각을 확인했어요.

혹시 하루 종일 바빴는데 뭘 했는지 모르겠는 날이 반복된다면, 딱 이 주만 적어보시길 권해요. 앱이든 종이든 상관없어요. 시작 시간과 끝 시간, 무엇을 했는지 한 줄이면 충분해요. 이 주 뒤에 그 기록을 펼쳐보면, 바쁜데 남는 게 없던 이유가 거기 적혀 있을 거예요. 저는 그 이유를 알고 나서야 하루를 다시 설계할 수 있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