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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생산성 (Productivity)

삼 년 만에 단가를 올린 날: 두려워한 대화는 세 줄로 끝났어요

by wellnomadness 2026. 8. 9.

삼 년 동안 같은 금액을 받았어요

한 고객과 삼 년 넘게 일한 적이 있어요. 처음 계약할 때 정한 금액을 그대로 삼 년 동안 받았어요. 그 사이에 제 실력은 늘었고, 작업 속도도 빨라졌고, 맡는 범위도 조금씩 넓어졌어요. 그런데 금액만 그대로였어요. 물가는 오르는데 제 단가만 삼 년 전에 멈춰 있었던 거예요.

올려야 한다는 건 알고 있었어요. 다만 말을 못 꺼냈어요. 관계가 좋았거든요. 오랫동안 잘 지내온 사이에 돈 이야기를 꺼내서 분위기를 망칠까 봐 두려웠어요. 그리고 마음 한구석에는 이런 생각도 있었어요. 올려달라고 했다가 다른 사람을 찾겠다고 하면 어쩌지. 그 두려움 때문에 저는 매년 올려야지 생각만 하고 넘어갔어요.

지금 돌아보면 제 안에 이상한 논리가 있었어요. 오래 함께한 고객에게는 예전 가격을 유지해 주는 게 의리라고 생각한 거예요. 그런데 그건 의리가 아니라 제가 대화를 피하려고 만든 명분이었어요. 진짜 의리라면 서로 지속 가능한 조건에서 오래 일하는 것일 텐데, 저는 그 조건을 혼자 감당하면서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어요. 그런 관계는 오래갈 수 없다는 걸 나중에야 알았고요.


계기는 새 고객의 견적이었어요

방향을 바꾼 계기는 새 고객에게 견적을 낸 날이었어요. 비슷한 규모의 일에 제 현재 기준으로 금액을 적어 보냈는데, 그쪽에서 별말 없이 받아들였어요. 그 순간 계산이 됐어요. 같은 일을 하는데 오래된 고객에게는 몇 년 전 금액을, 새 고객에게는 지금 금액을 받고 있었던 거예요. 오래 함께한 쪽이 오히려 손해를 보는 이상한 구조였어요.

그때 알았어요. 단가를 못 올린 건 상대 때문이 아니라 제가 말을 안 해서였다는 걸요. 고객은 제가 얼마를 받고 싶은지 알 방법이 없어요. 제가 아무 말도 안 하면 지금 금액에 만족하고 있다고 여기는 게 당연하죠. 침묵을 동의로 해석하는 건 상대의 잘못이 아니에요.

그때 실제로 계산도 해봤어요. 삼 년 동안 그 고객에게 들인 시간에 지금 단가를 곱하고, 실제 받은 금액을 뺐어요. 나온 숫자를 보고 한참을 앉아 있었어요. 몇 달치 생활비에 해당하는 금액이었거든요. 말 한마디를 못 꺼내서 잃은 돈이 그만큼이라는 걸 눈으로 확인하니, 메일을 쓸 용기가 그제야 생겼어요.

메일 초안이 열린 노트북과 단가 계산이 적힌 메모지


메일을 쓸 때 정한 원칙

그래서 인상 안내 메일을 썼어요. 쓰면서 제가 지킨 것들이 있어요. 우선 사과하지 않았어요. 죄송하지만이라는 말로 시작하면 제가 잘못한 일처럼 보이잖아요. 단가 조정은 정당한 사업상의 결정이지 잘못이 아니니까요. 대신 그동안 함께 일해온 것에 대한 감사를 먼저 적고, 이어서 조정 사실을 담담하게 전했어요.

그리고 적용 시점을 넉넉히 뒀어요. 다음 달부터가 아니라 두 달 뒤부터라고 했어요. 상대에게도 예산을 조정할 시간이 필요하니까요. 갑자기 통보하는 것과 미리 알리는 것은 받는 입장에서 완전히 다른 이야기예요.

이유는 짧게만 적었어요. 길게 설명할수록 변명처럼 들리더라고요. 몇 년간 조정 없이 유지해 왔고 이제 현재 기준에 맞추려 한다는 정도로 충분했어요. 그리고 협상 여지를 남기지 않았어요. 얼마면 괜찮으시겠느냐고 물으면 그때부터 흥정이 시작되거든요. 새 금액을 명확히 적었어요.


답장은 짧았어요

보내고 나서 며칠 동안 마음이 불편했어요. 답장이 안 오는 시간이 유독 길게 느껴졌고요. 그런데 돌아온 답장은 세 줄이었어요. 알겠다는 말과 그동안 조정이 없었던 걸 몰랐다는 말, 그리고 계속 잘 부탁한다는 말이었어요. 제가 삼 년 동안 두려워한 대화가 세 줄로 끝난 거예요.

모든 고객이 이렇게 반응하지는 않아요. 그 뒤에 다른 고객에게 같은 안내를 했을 때는 예산이 안 된다는 답이 왔어요. 그때는 범위를 줄이는 것으로 합의했어요. 금액을 유지하는 대신 제가 맡는 일을 줄인 거예요. 결과적으로 시간당으로 보면 원하던 수준이 됐고요. 인상이 거절당했다고 해서 협상이 끝나는 건 아니라는 것도 그때 배웠어요.

거절을 대비해 미리 정해둔 것도 있어요. 어느 선 아래로는 내려가지 않겠다는 기준이에요. 이걸 정해두지 않으면 대화 중에 상대의 반응에 밀려서 즉흥적으로 양보하게 되더라고요. 저는 메일을 보내기 전에 최소 금액과 조정 가능한 범위를 종이에 적어두고 시작해요. 그러면 어떤 답이 와도 당황하지 않아요.

답장을 기다리는 동안의 마음가짐도 중요했어요. 저는 첫 인상 안내를 보내고 나서 며칠 동안 메일함을 수십 번 열어봤어요. 그러다 보니 다른 일에 집중이 안 되더라고요. 지금은 보내고 나면 그 건은 머릿속에서 내려놔요. 상대가 예산을 확인하고 내부 논의를 하는 데 시간이 걸리는 게 당연하니까요. 일주일이 지나도 답이 없으면 그때 짧게 한 번 확인 메일을 보내요. 조급하게 굴수록 협상에서 불리해진다는 걸 몇 번 겪었어요.


지금은 시기를 정해두고 검토해요

그 경험 이후로 저는 단가 검토를 연중 행사로 만들었어요. 매년 같은 시기에 고객별 단가를 훑어보고, 조정이 필요하면 그때 안내해요. 정해진 시기가 있으면 말을 꺼내기가 훨씬 쉬워져요. 지금 갑자기 올리는 게 아니라 매년 하는 검토라는 프레임이 생기니까요. 상대도 그렇게 받아들이고요.

그리고 새 고객과 계약할 때는 처음부터 조정 가능성을 계약 조건에 넣어요. 일 년 단위로 단가를 검토한다는 문장 하나만 있어도 나중에 대화가 편해져요. 첫 계약에서 이 한 줄을 빠뜨려서 삼 년을 끌었던 경험이 있으니까요.

인상 폭에 대해서도 기준이 생겼어요. 몇 년치를 한 번에 몰아서 올리려 하면 숫자가 커져서 상대가 놀라고, 저도 말을 꺼내기가 더 어려워져요. 그래서 지금은 매년 조금씩 조정하는 쪽을 택해요. 작은 폭이면 대화도 가벼워지고, 상대도 예산에 반영하기 쉬워요. 삼 년을 미뤘다가 한꺼번에 올리려 했던 그때가 제일 힘들었어요.


말하지 않으면 아무도 몰라요

혼자 일하면 연봉 협상 시즌도, 인사팀도, 자동으로 오르는 호봉도 없어요. 아무도 제 대신 제 값을 챙겨주지 않아요. 그런데 그 사실을 알면서도 저는 삼 년을 미뤘어요. 관계가 나빠질까 봐, 거절당할까 봐요. 지나고 보니 제가 두려워한 일은 일어나지 않았고, 대신 삼 년치의 차액이 사라졌어요.

지금 몇 년째 같은 금액을 받고 계신다면, 올려야지 생각만 하는 대신 이번 달에 메일을 써보세요. 사과하지 말고, 시점을 넉넉히 주고, 금액을 명확히 적으세요. 거절당하면 범위를 줄이는 방법도 있어요. 어느 쪽이든 말을 꺼낸 사람만 얻을 수 있는 결과예요.

한 가지만 덧붙이면, 인상을 알리기 전에 최근 몇 달 동안 제 일이 어땠는지 스스로 점검해 보세요. 마감을 잘 지켰고 결과물에 문제가 없었다면 훨씬 당당하게 말할 수 있어요. 반대로 최근에 실수가 있었다면 그것부터 만회하고 나서 이야기하는 게 순서예요. 단가는 결국 신뢰 위에 얹히는 숫자니까요.

그리고 인상 이후가 더 중요해요. 올린 금액에 맞는 결과물을 내야 다음 조정도 가능하니까요. 저는 단가를 올린 고객에게는 그 뒤 몇 달 동안 더 신경을 써요. 응답을 빠르게 하고, 요청하지 않은 개선점도 발견하면 알려드리고요. 값을 올렸으면 그만큼 달라진 게 있어야 한다는 게 제 생각이에요. 그렇게 하고 나면 다음 해에 다시 조정을 이야기할 때 훨씬 떳떳해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