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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생산성 (Productivity)

백 개가 넘는 계정을 정리한 주말: 새벽에 온 로그인 알림 하나 때문에

by wellnomadness 2026. 8. 8.

같은 비밀번호를 여기저기 쓰고 있었어요

혼자 일하는 사람에게 계정은 사무실 열쇠나 마찬가지예요. 메일함에는 고객과 주고받은 모든 기록이 있고, 클라우드에는 작업물이 있고, 결제 계정에는 돈이 오가요. 그런데 저는 오랫동안 이걸 허술하게 관리했어요. 비밀번호 몇 개를 만들어두고 여기저기 돌려썼거든요. 외우기 편하니까요.

정신이 든 건 어느 날 새벽에 온 알림 때문이었어요. 낯선 지역에서 제 계정에 로그인 시도가 있었다는 메일이었어요. 다행히 차단됐지만, 그날 밤 잠이 안 왔어요. 만약 그 하나가 뚫렸다면 같은 비밀번호를 쓰던 다른 계정들도 줄줄이 열렸을 테니까요. 제 사업 전체가 비밀번호 하나에 매달려 있었다는 걸 그제야 알았어요.


비밀번호를 외우지 않기로 했어요

그다음 주말에 날을 잡고 계정을 전부 정리했어요. 우선 비밀번호 관리 프로그램을 하나 쓰기 시작했어요. 제가 외우는 건 그 프로그램을 여는 비밀번호 하나뿐이고, 나머지는 전부 프로그램이 만들어준 복잡한 문자열로 바꿨어요. 처음에는 외우지 못한다는 게 불안했는데, 며칠 지나니 오히려 마음이 편해졌어요. 어차피 외울 수 없는 비밀번호라야 안전한 거니까요.

정리하면서 놀란 건 계정 개수였어요. 백 개가 넘었어요. 그중 절반 이상은 몇 년째 쓰지 않는 것들이었고요. 안 쓰는 계정은 그냥 방치하면 되는 줄 알았는데, 오히려 그런 곳이 털려서 문제가 생기는 경우가 많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안 쓰는 건 시간을 들여 탈퇴하거나 정리했어요.

순서를 정한 것도 도움이 됐어요. 백 개를 한 번에 바꾸려니 엄두가 안 나서, 뚫렸을 때 피해가 큰 순서로 줄을 세웠어요. 메일 계정이 첫 번째였어요. 메일이 뚫리면 다른 계정의 비밀번호를 전부 재설정할 수 있으니 사실상 모든 열쇠의 열쇠거든요. 그다음이 결제와 은행, 그다음이 작업 자료가 있는 클라우드였어요. 중요한 열 개만 그날 처리하고 나머지는 몇 주에 걸쳐 천천히 바꿨어요.

이단계 인증 화면이 열린 노트북과 인증 코드가 뜬 휴대전화


이단계 인증을 전부 켰어요

그다음에 한 일은 이단계 인증을 켜는 거였어요. 비밀번호를 알아도 제 손에 있는 기기가 없으면 못 들어오게 하는 장치예요. 메일, 클라우드, 결제 관련 계정부터 순서대로 켰어요. 로그인할 때마다 한 단계가 늘어나니 처음에는 번거로웠는데, 지금은 그 몇 초가 제일 값싼 보험이라고 생각해요.

한 가지 주의할 게 있어요. 인증을 문자로만 받도록 해두면 해외에서 곤란해질 수 있어요. 저처럼 나라를 옮겨 다니면 그 번호로 문자가 안 오는 상황이 생기거든요. 실제로 저는 유럽에 있을 때 한 계정에 못 들어가서 애를 먹은 적이 있어요. 그래서 지금은 문자 대신 인증 앱을 쓰고, 비상용 백업 코드를 따로 보관해요. 그 코드는 온라인이 아니라 종이에 적어 여권과 함께 둬요.


고객의 계정을 다룰 때

일하다 보면 고객의 계정 정보를 받아야 하는 경우가 있어요. 여기에는 제 나름의 규칙을 뒀어요. 우선 메신저나 메일로 비밀번호를 그냥 받지 않아요. 그런 기록은 대화방에 영원히 남거든요. 대신 가능하면 제 계정을 협업자로 초대해 달라고 요청해요. 그러면 비밀번호를 알 필요가 없고, 일이 끝나면 저를 빼기만 하면 되니까 서로 깔끔해요.

초대 방식이 불가능해서 어쩔 수 없이 정보를 받아야 하면, 작업이 끝난 뒤에 비밀번호를 바꾸시라고 반드시 안내해요. 그리고 제 쪽에 남은 기록도 지워요. 고객의 열쇠를 계속 갖고 있는 건 상대에게도 저에게도 위험한 일이에요. 만에 하나 그 고객에게 사고가 생기면 열쇠를 가진 사람이 의심받게 되니까요.


공용 와이파이에서 배운 것

이동하며 일하다 보니 공항이나 카페의 공용 와이파이를 쓸 일이 많아요. 예전에는 아무 생각 없이 연결해서 은행 업무까지 봤어요. 지금은 공용 네트워크에서 민감한 일을 하지 않아요. 급하면 휴대전화의 데이터를 노트북에 연결해서 써요. 조금 느려도 그편이 마음이 편해요.

그리고 낯선 곳에서 노트북을 잠깐 두고 자리를 뜨는 일도 안 해요. 화장실에 갈 때도 노트북을 닫고 가방에 넣거나 아예 들고 가요. 기기를 잃어버리는 것보다 그 안의 고객 자료가 넘어가는 게 훨씬 큰 문제라는 걸 알고 있으니까요. 그래서 노트북 자체도 잠금과 암호화를 걸어뒀어요. 암호화를 해두면 기기를 잃어버려도 안에 있는 파일은 열 수 없어요. 요즘 운영체제에는 대부분 기본으로 들어 있는 기능이라 설정에서 켜기만 하면 되는데, 저는 이걸 몇 년이나 꺼둔 채로 다녔어요.


사고가 나면 혼자 감당해야 해요

회사에 있을 때는 보안을 담당하는 부서가 따로 있었어요. 뭔가 이상하면 신고하면 됐고, 문제가 생겨도 조직이 함께 감당했어요. 혼자 일하면 그 역할까지 제가 해야 해요. 사고가 나면 손해도 책임도 전부 제 몫이고, 무엇보다 고객의 자료가 걸려 있어요. 제 실수로 고객이 피해를 입는 상황은 상상하기도 싫어요.

주말 하루를 들여 정리한 그날이, 제가 제 사업에 한 투자 중 가장 값싼 편에 속한다고 생각해요. 지금 여러 곳에 같은 비밀번호를 쓰고 계시다면, 언젠가 시간이 날 때가 아니라 이번 주말에 정리하시길 권해요. 저는 새벽에 온 알림 하나로 겨우 정신을 차렸는데, 그 알림이 안 왔다면 어떻게 됐을지 지금도 가끔 생각해요.

전부 한 번에 하려고 하면 시작을 못 해요. 저도 그래서 몇 년을 미뤘고요. 오늘 딱 하나만 하신다면 메일 계정의 비밀번호를 다른 어디에도 쓰지 않는 것으로 바꾸고 이단계 인증을 켜세요. 십 분이면 되는 일이고, 그 십 분이 나머지 계정들을 지키는 벽이 돼요. 나머지는 시간이 날 때 천천히 해도 늦지 않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