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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생활60

혼자 사는 집의 식사 습관, 아무도 안 보니까 점점 대충 먹게 됐다 정신없이 바빴던, 퇴근도 없는 하루 끝에 냉장고를 열었는데 계란 두 개와 시들어가는 김치뿐이었어요. 그걸로 저녁을 때웠어요. 그게 벌써 며칠째였는지 세어보다가 그만뒀어요. 세다 보면 더 우울해질 것 같았거든요.보는 사람이 없으니 점점 편해졌다처음 혼자 살기 시작했을 때는 그래도 끼니를 챙겨 먹었어요. 국을 끓이고 반찬을 몇 가지 만들어뒀어요. 나름 자취 초보의 의욕이 있었던 시기였어요.그런데 몇 달이 지나면서 저도 모르게 조금씩 게을러졌어요. 국 끓이는 대신 그냥 김치찌개 하나만 끓이고, 그것도 귀찮으면 계란 프라이 하나로 끝냈어요.누가 보는 게 아니니까 상 차리는 것 자체가 의미 없게 느껴졌어요. 밥그릇, 국그릇 다 꺼내는 대신 냄비째 그냥 먹는 날이 늘었어요. 설거지거리가 하나 줄어든다는 게 그때는 .. 2026. 9. 3.
나라마다 다른 분리배출 규칙, 새 숙소 첫날 쓰레기봉투부터 틀렸다 새 숙소에 도착한 첫날 저녁, 별생각 없이 아무 봉투에나 쓰레기를 담아 내놨어요. 다음 날 그대로 문 앞에 남아 있었어요. 이 도시는 지정 봉투가 따로 있었고, 그걸 모르고 아무 봉투나 쓰면 수거해 가지 않는다는 걸 그렇게 알았어요.나라마다 기준이 다 달랐다한국에서는 종량제 봉투 하나면 웬만한 건 다 해결됐어요. 그런데 나라를 옮길 때마다 그 기준이 완전히 달랐어요. 같은 나라 안에서도 도시마다 미묘하게 달라서 늘 처음부터 다시 배워야 했어요.어떤 도시는 색깔별로 봉투를 나눠 팔았어요. 초록은 일반, 노랑은 재활용, 이런 식으로요. 처음엔 그것도 몰라서 아무 봉투나 썼다가 수거가 안 됐어요.어떤 곳은 재활용을 병, 종이, 플라스틱으로 또 세분화했어요. 한국에서는 그냥 플라스틱 하나로 묶던 걸 세 가지로 .. 2026. 9. 2.
생일 아침에 문자 몇 개만 왔어요: 타향에서 세 번째로 혼자 맞은 생일 생일 아침에 문자 몇 개만 왔어요눈을 뜨자마자 습관처럼 휴대폰부터 봤어요. 생일 축하 문자 세 개와 카카오톡 알림 몇 개가 전부였어요.한국에 있을 때는 아침부터 케이크 사진이 오가고, 저녁엔 누군가와 밥을 먹었어요. 여기서는 그런 하루가 없어요. 알림이 몇 개 뜨는 것 말고는 평소와 다를 바 없는 아침이었어요.숫자로 세어보면 올해가 세 번째로 혼자 맞는 생일이었어요. 그동안 매번 조금씩 다르게 대응해봤지만 다 완전하진 않았어요. 매년 방법을 바꿔가며 시행착오를 겪었던 셈이에요.아침에 일어나서 평소처럼 일을 시작했어요. 생일이라고 뭔가 달라지는 건 없었어요. 달력에 적힌 숫자 하나가 바뀐 것뿐, 할 일 목록은 어제와 똑같았어요. 메일을 확인하고 회의 자료를 준비하는 순서도 그대로였어요.그런데 오후쯤 되니 .. 2026. 9. 2.
타향에서 혼자 열이 39도까지 오른 밤, 상비약부터 다시 채웠다 새벽 3시에 체온계를 봤어요. 눈금이 39도를 가리키고 있었어요. 방에는 저 혼자였고, 다음 날 무슨 약을 먹어야 하는지도 몰랐어요.그냥 버티면 될 줄 알았다열이 오르기 시작한 건 저녁부터였어요. 처음엔 그냥 피곤해서 그런 줄 알았어요.누워서 자면 나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한국에 있었으면 엄마한테 전화하거나 편의점에서 뭐라도 사 왔을 텐데, 여기선 그럴 사람이 없었어요. 몇 시간을 그렇게 뒤척이며 아침이 오기만 기다렸어요.밤이 깊어질수록 열은 더 올랐어요. 몸이 떨리고 이불을 몇 겹을 덮어도 추웠어요. 창문을 다 닫고 히터까지 켰는데도 한기가 가시지 않았어요.그때 처음 알았어요. 혼자 있다는 게 평소엔 아무렇지 않다가, 아플 때만 갑자기 크게 느껴지는 거였어요.물을 가지러 부엌까지 가는 것도 힘들었어요... 2026. 8. 31.
한국에서 온 친구와 보낸 며칠, 여행 온 사람과 사는 사람은 시간표가 달랐다 한국에서 친구가 놀러 온다고 했을 때 제일 먼저 든 감정은 반가움이 아니었어요. 그 주에 마감이 있었거든요. 그리고 그 생각을 한 제가 좀 별로였어요.반가운데 계산이 먼저 됐다연락을 받자마자 달력을 열었어요. 그 주에 뭐가 있는지, 며칠을 비울 수 있는지를 봤어요.그러고 나서 좀 이상했어요. 오랜만에 만나는 친구인데 제가 일정부터 계산하고 있었으니까요.그런데 어쩔 수가 없어요. 저는 여기서 살고 있는 거지 여행 중이 아니거든요. 친구가 오는 그 주에도 일은 그대로 있어요.회사에 다니면 휴가를 내면 되잖아요. 저는 낼 데가 없어요. 안 하면 그만큼 밀리고 그건 다음 주로 넘어가요.그래서 반가움과 부담이 같이 왔어요. 이 감정을 친구에게 말할 수는 없어서 그냥 좋다고만 했고요.돌아보면 이게 제일 어려운 부분.. 2026. 8. 30.
넉 달을 매일 마주쳤는데 이름도 몰랐어요: 짧게 사는 사람의 이웃 엘리베이터에서 매일 마주치는 분이 있었어요한 건물에 넉 달쯤 살았을 때예요. 아침에 나가는 시간이 비슷해서 거의 매일 같은 분과 엘리베이터를 탔어요.처음 며칠은 가볍게 인사를 나눴어요. 그러다 어느 순간부터 서로 고개만 까딱하게 됐고, 나중에는 각자 휴대전화를 봤어요.이상한 건 그게 어색해서가 아니었다는 거예요. 인사를 더 이어가면 다음이 있어야 하는데, 저는 그 다음을 만들 생각이 없었거든요.떠나는 날 짐을 들고 나오다 그분과 마지막으로 마주쳤어요. 저는 그날도 그냥 고개만 까딱하고 나왔어요.그 넉 달 동안 그분에 대해 아는 게 하나도 없었어요. 몇 층에 사는지, 무슨 일을 하는지, 이름이 뭔지요. 매일 봤는데도 그래요.돌아보면 제가 먼저 닫은 쪽이었어요. 상대는 처음에 몇 마디 더 붙이려고 했던 것 .. 2026. 8.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