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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생활6

한 달이면 될 줄 알았던 프로그램이 일 년이 된 이유 이삿짐 견적 프로그램 하나만 만들어달라는 부탁미국에서 어느 정도 자리를 잡고 일하던 때였어요. 알고 지내던 지인에게 프로그램 개발 의뢰를 받았어요. 이삿짐 견적을 계산해 주는 프로그램이었어요. 짐의 종류와 양, 이동 거리 같은 걸 입력하면 견적이 나오는 구조라고 했어요. 설명만 들었을 때는 계산 로직 몇 개와 입력 화면 하나면 되겠다 싶었어요. 짐이 몇 개인지 넣고 거리를 곱하면 금액이 나오는, 어렵지 않은 구조로 보였거든요. 의뢰한 지인도 마찬가지였어요. 간단한 거니까 금방 되지 않겠냐고 했고, 저도 그 말에 동의했어요. 아는 사이니까 가격도 편하게 매겼어요. 정식으로 받을 금액보다 한참 낮은 액수를 불렀고, 기간은 한 달 정도면 충분할 거라고 봤어요. 견적서라고 할 것도 없이 간단한 내용만 정리해서 .. 2026. 7. 20.
분명히 가득 채웠는데요? 미국 렌터카 반납 때마다 기름값을 뜯기던 시절 반납 카운터에서 시작된 실랑이미국은 차 없이 살기 어려운 나라예요. 대중교통만으로는 장을 보러 가는 것조차 버거운 동네가 많아서, 제 차를 마련하기 전까지는 필요한 날마다 렌터카를 빌려 썼어요. 운전면허도 낯설고 도로도 낯설던 시절이었지만, 렌터카는 선택이 아니라 생존 수단에 가까웠어요. 그런데 차를 빌리는 것보다 더 어려운 게 있었어요. 바로 반납이었어요. 반납하러 갈 때마다 이상한 일이 반복됐거든요. 반납 전에 분명히 주유소에 들러서 기름을 채우고 갔는데도, 직원이 계기판을 보더니 픽업할 때보다 기름이 적다고 하는 거예요. 처음에는 제가 뭘 잘못했나 싶었어요. 반납 직전에 채웠으니 오는 길에 쓴 기름이라고 해봐야 얼마 되지도 않을 텐데, 직원은 계기판을 힐끗 보고는 당연하다는 듯 부족분을 청구서에 적.. 2026. 7. 19.
마사지 대신 욕조에 소금 두 컵: 미국 생활에서 엡솜 솔트에 정착한 이유 운동한 날 저녁마다 찾아오던 묵직한 피로미국에서 일하다 보면 하루가 길어요. 비즈니스 미팅을 소화하고, 스탠딩 데스크와 워킹패드를 오가며 긴 업무 시간을 보낸 날에는 하체와 허리에 묵직한 피로가 쌓여요. 여기에 하체 근력 운동까지 한 날이면 저녁쯤에는 온몸이 뻐근하게 굳는 게 느껴져요. 한국에 있을 때라면 동네 마사지숍에 갔을 텐데, 미국은 마사지 비용이 만만치 않아요. 서비스 요금에 팁까지 더하면 한 번 받는 데 부담스러운 금액이 나와요. 처음 몇 번은 그 돈을 내고 받아봤는데, 매주 다니기에는 무리라는 결론이 났어요. 그렇다고 뻐근한 몸을 그냥 방치하자니 다음 날 아침까지 피로가 고스란히 남았어요. 아침에 일어나서 책상 앞에 앉아도 몸이 무거우면 일의 시작부터 더디거든요. 몸의 피로가 하루 이틀 쌓이.. 2026. 5. 28.
남자가 무슨 선크림이냐던 내가 아침마다 챙겨 바르는 이유 거울 속 눈가 잡티를 발견한 날몇 년 전 캘리포니아로 장거리 로드트립을 다녀온 적이 있어요. 며칠 내내 강한 햇살 아래서 운전을 했고, 돌아와서도 창가 자리에서 오후 햇빛을 받으며 일하는 날이 이어졌어요. 그러던 어느 날 아침, 세수를 하다가 거울 속 제 얼굴에서 낯선 걸 발견했어요. 눈가 주변에 전에 없던 칙칙한 잡티가 몇 개 생겨 있었어요. 솔직히 그때까지 저는 선크림을 바르는 남자가 아니었어요. 남자가 무슨 선크림이냐는 생각으로 평생 맨얼굴로 햇볕을 받고 다녔거든요. 여름 바닷가에서 어깨가 벗겨질 정도로 타도 며칠 지나면 돌아오니까 대수롭지 않게 여겼고, 얼굴은 더더욱 신경 쓴 적이 없었어요. 그런데 그 잡티를 보는 순간, 이게 단순히 나이 탓이 아니라 그동안 얼굴을 방치해온 결과라는 생각이 들었어.. 2026. 5. 19.
비즈니스 에너지를 바꾸는 1인 기업가의 주말 루틴: 파머스 마켓 로컬 푸드 토요일 아침, 장바구니부터 챙기는 이유토요일 아침이면 커피를 한 잔 내려 마시고 장바구니를 챙겨서 집을 나서요. 목적지는 차로 십 분 거리에 서는 파머스 마켓(Farmers Market)이에요. 지역 농부들이 직접 재배한 채소와 과일을 들고나오는 주말 장터인데, 이 장보기가 벌써 몇 년째 이어지는 저의 주말 시작 의식이 됐어요. 하얀 텐트가 줄지어 서고, 농장마다 그날 새벽에 실어 온 채소와 과일을 좌판에 쌓아놓는데, 이른 시간에 가야 좋은 물건을 고를 수 있어서 주말인데도 부지런히 나가게 돼요. 주중 내내 컴퓨터 앞에서 데이터와 씨름하다가, 토요일 아침에 흙냄새가 남아 있는 채소들 사이를 걷다 보면 일주일 동안 눌려 있던 감각이 깨어나는 기분이에요. 사실 처음부터 이런 사람이었던 건 아니에요. 몇 년 .. 2026. 5. 9.
카드가 다 되는 시대에 현금 오백 달러를 들고 다니는 이유 카드를 내밀었는데 고개를 젓던 순간계산대 앞에서 카드를 내밀었는데 상대가 고개를 젓는 순간이 있어요. 현금만 받는다는 뜻이에요. 요즘 세상에 카드가 안 되는 곳이 어디 있겠냐 싶지만, 실제로 다녀보면 생각보다 자주 마주쳐요. 로컬 시장의 좌판, 오래된 동네 식당, 작은 마을의 숙소 같은 곳들이 그래요. 문제는 이런 상황이 대체로 가장 곤란한 타이밍에 온다는 거예요. 짐을 들고 도착한 첫날, 배가 고픈 저녁 시간, 혹은 택시에서 내려야 하는 순간에요. 카드 단말기는 있는데 그날따라 통신이 안 돼서 결제가 안 되는 경우도 있어요. 가게 주인도 난감해하고 저도 난감한, 누구 잘못도 아닌 상황이 벌어지는 거예요. 저도 몇 번 겪고 나서야 알았어요. 결제 수단을 하나만 믿고 다니면, 그 하나가 안 되는 순간 아무.. 2026. 4.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