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생활16 된장찌개 한 그릇이 몇 달 만에 제일 만족스러웠어요: 해외에서 한국 음식 챙겨 먹기 몇 달을 현지 음식만 먹었어요미국에 자리를 잡고 처음 몇 달은 근처 마트에서 파는 것만 먹었어요. 빵과 치즈, 냉동식품, 샐러드 같은 것들이요. 준비가 간단하고 익숙해지면 편해요. 굳이 멀리 갈 이유를 못 느꼈어요.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뭔가 계속 아쉬웠어요. 배는 부른데 먹은 것 같지 않은 기분이 있었어요. 정확히 뭐가 부족한지 설명하기 어려웠는데, 지금 생각하면 그건 영양의 문제라기보다 익숙함의 문제였던 것 같아요.그러다 어느 날 한인 마트를 찾아갔어요. 차로 40분쯤 걸리는 곳이었어요. 들어가서 김치 한 통과 된장, 고춧가루를 샀는데 계산하고 나오면서 기분이 좋더라고요. 그날 저녁에 끓인 된장찌개가 몇 달 만에 제일 만족스러운 한 끼였어요. 특별히 잘 끓인 것도 아니었는데 그랬어요.구하는 것부터 일.. 2026. 4. 20. 저녁 자리 다음 날이 늘 망가졌어요: 나가기 전에 정해두고 갑니다 저녁 자리 다음 날이 늘 망가졌어요미국에서 일하다 보면 저녁 식사 자리가 종종 생겨요. 고객이나 파트너와 한 끼 하면서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요. 이런 자리 자체는 좋아요. 화상으로 몇 번 하는 것보다 한 번 같이 밥을 먹는 게 관계에 훨씬 도움이 되거든요.문제는 그다음 날이었어요. 저녁 자리가 있었던 다음 날 오전은 거의 매번 상태가 나빴어요. 머리가 무겁고 집중이 안 됐어요. 처음에는 술 때문이라고 생각했는데, 술을 거의 안 마신 날에도 비슷했어요.몇 번 겪고 나서 공통점을 찾아봤어요. 술보다는 시간과 양이었어요. 이런 자리는 대체로 늦게 시작하고 오래 걸려요. 그리고 코스로 나오다 보니 평소보다 훨씬 많이 먹게 되고요. 밤늦게 많이 먹은 다음 날 아침이 좋을 리가 없었던 거예요. 당연한 건데 몇 년을.. 2026. 4. 19. 잘 만들려는 걸 포기하니 그제야 해 먹게 됐어요 요리를 전혀 안 하던 사람이었어요미국에 와서 한동안은 다 사 먹었어요. 요리를 할 줄도 몰랐고 할 생각도 없었어요. 시간을 아껴서 일하는 게 낫다고 생각했거든요. 한 끼 만드는 데 드는 시간에 일을 하면 그 돈으로 몇 끼는 사 먹을 수 있으니까요.계산은 맞는 것 같았는데 몇 달 지나니 문제가 보였어요. 우선 돈이 생각보다 많이 나갔어요. 미국은 외식 값이 비싸고 팁까지 붙으니 한 끼가 만만치 않아요. 그리고 매번 뭘 먹을지 정하는 것도 일이더라고요. 하루에 두세 번씩 그 결정을 해야 했어요. 사소해 보여도 매번 뭘 먹을지 고르는 게 은근히 피로하더라고요.무엇보다 먹고 나서 만족스럽지 않은 날이 많았어요. 배는 부른데 뭔가 아쉬운 상태요. 그러다 결국 해 먹어보기로 했어요. 잘하고 싶어서가 아니라 이대로는.. 2026. 4. 17. 카드가 다 되는 시대에 현금 오백 달러를 들고 다니는 이유 카드를 내밀었는데 고개를 젓던 순간계산대 앞에서 카드를 내밀었는데 상대가 고개를 젓는 순간이 있어요. 현금만 받는다는 뜻이에요. 요즘 세상에 카드가 안 되는 곳이 어디 있겠냐 싶지만, 실제로 다녀보면 생각보다 자주 마주쳐요. 로컬 시장의 좌판, 오래된 동네 식당, 작은 마을의 숙소 같은 곳들이 그래요. 문제는 이런 상황이 대체로 가장 곤란한 타이밍에 온다는 거예요. 짐을 들고 도착한 첫날, 배가 고픈 저녁 시간, 혹은 택시에서 내려야 하는 순간에요. 카드 단말기는 있는데 그날따라 통신이 안 돼서 결제가 안 되는 경우도 있어요. 가게 주인도 난감해하고 저도 난감한, 누구 잘못도 아닌 상황이 벌어지는 거예요. 저도 몇 번 겪고 나서야 알았어요. 결제 수단을 하나만 믿고 다니면, 그 하나가 안 되는 순간 아무.. 2026. 4. 6. 이전 1 2 3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