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생활16 남자가 무슨 선크림이냐던 내가 아침마다 챙겨 바르는 이유 거울 속 눈가 잡티를 발견한 날몇 년 전 캘리포니아로 장거리 로드트립을 다녀온 적이 있어요. 며칠 내내 강한 햇살 아래서 운전을 했고, 돌아와서도 창가 자리에서 오후 햇빛을 받으며 일하는 날이 이어졌어요. 그러던 어느 날 아침, 세수를 하다가 거울 속 제 얼굴에서 낯선 걸 발견했어요. 눈가 주변에 전에 없던 칙칙한 잡티가 몇 개 생겨 있었어요. 솔직히 그때까지 저는 선크림을 바르는 남자가 아니었어요. 남자가 무슨 선크림이냐는 생각으로 평생 맨얼굴로 햇볕을 받고 다녔거든요. 여름 바닷가에서 어깨가 벗겨질 정도로 타도 며칠 지나면 돌아오니까 대수롭지 않게 여겼고, 얼굴은 더더욱 신경 쓴 적이 없었어요. 그런데 그 잡티를 보는 순간, 이게 단순히 나이 탓이 아니라 그동안 얼굴을 방치해온 결과라는 생각이 들었어.. 2026. 5. 19. 제일 비싼 통이 제 것이었어요: 가격을 효과의 근거로 삼고 있었습니다 제일 비쌌던 통 이야기예요한때 제 책상에 있던 통 중에 유독 비싼 게 두 개 있었어요. 다른 것들은 한 통에 10달러에서 20달러 사이인데, 그 둘은 자릿수가 달랐어요. 한 달 치를 사면 다른 영양제 몇 달 치 값이 나왔어요.하나는 NMN이라는 이름으로 팔리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글루타치온이었어요. 둘 다 그때 한창 이야기가 많이 나오던 것들이에요. 나이 드는 속도가 어떻고 세포가 어떻고 하는 설명이 붙어 있었고, 유명한 사람들이 먹는다는 이야기도 따라다녔어요.그 설명들이 맞는지 저는 지금도 몰라요. 확인할 방법이 없었고, 제 몸에서 뭔가 달라졌는지도 솔직히 구분이 안 됐어요. 다만 이 글에서 하고 싶은 이야기는 효과가 아니에요. 제가 왜 그 비싼 걸 몇 달이나 샀는지에 관한 거예요.비싸니까 다를 거.. 2026. 5. 11. 비즈니스 에너지를 바꾸는 1인 기업가의 주말 루틴: 파머스 마켓 로컬 푸드 토요일 아침, 장바구니부터 챙기는 이유토요일 아침이면 커피를 한 잔 내려 마시고 장바구니를 챙겨서 집을 나서요. 목적지는 차로 십 분 거리에 서는 파머스 마켓(Farmers Market)이에요. 지역 농부들이 직접 재배한 채소와 과일을 들고나오는 주말 장터인데, 이 장보기가 벌써 몇 년째 이어지는 저의 주말 시작 의식이 됐어요. 하얀 텐트가 줄지어 서고, 농장마다 그날 새벽에 실어 온 채소와 과일을 좌판에 쌓아놓는데, 이른 시간에 가야 좋은 물건을 고를 수 있어서 주말인데도 부지런히 나가게 돼요. 주중 내내 컴퓨터 앞에서 데이터와 씨름하다가, 토요일 아침에 흙냄새가 남아 있는 채소들 사이를 걷다 보면 일주일 동안 눌려 있던 감각이 깨어나는 기분이에요. 사실 처음부터 이런 사람이었던 건 아니에요. 몇 년 .. 2026. 5. 9. 검색하다 무서워진 밤, 다음 날 제가 실제로 바꾼 건 세 가지였어요 검색하다 무서워진 밤이 있었어요몇 년 전에 잠이 안 와서 이것저것 검색하다가 생활용품에 관한 글을 하나 읽었어요. 우리가 매일 쓰는 물건에서 몸에 안 좋은 게 나온다는 내용이었어요. 그 글에서 다음 글로 넘어가고, 또 다음 글로 넘어가면서 새벽까지 읽었어요.다 읽고 나니 방 안의 물건이 전부 달라 보였어요. 물병도, 세면대 위의 것들도, 냉장고에 든 용기도요. 그때 제 기분은 걱정보다는 배신감에 가까웠어요. 이런 걸 아무도 안 알려줬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그런데 며칠 지나고 나서 다시 생각해 보니 그날 밤 제가 얻은 게 뭔지 애매했어요. 무서워진 건 확실한데 뭘 해야 할지는 여전히 몰랐어요. 읽은 글들이 대체로 위험을 설명하는 데 대부분을 쓰고, 그래서 어쩌라는 부분은 짧았거든요. 그 짧은 부분에는 대개.. 2026. 5. 4. 청구서가 몇 달 뒤에 오는 나라에서: 원격 진료를 쓰게 된 이유와 한계 청구서가 몇 달 뒤에 왔어요미국에서 병원에 가면 그 자리에서 얼마인지 모르는 경우가 많아요. 접수할 때 보험 카드를 내고, 진료를 받고, 그냥 나와요. 그리고 몇 주에서 몇 달 뒤에 우편으로 청구서가 와요. 그때야 얼마인지 알게 되는 거예요.저는 이 방식이 제일 적응이 안 됐어요. 금액이 큰 것도 부담이지만, 그보다 예측이 안 되는 게 힘들었어요. 같은 증상으로 갔는데 어떤 곳은 얼마, 다른 곳은 그 몇 배가 나오기도 하고요. 보험이 어디까지 처리해 주는지도 받아봐야 알아요.이러다 보니 어떻게 됐냐면, 웬만하면 안 가게 됐어요. 이 정도는 참자, 며칠 지나면 낫겠지 하면서요. 몸이 아픈 것보다 청구서가 무서워서 미루는 상태가 된 거예요. 나중에 생각해 보니 이건 돈을 아끼는 게 아니었어요. 작을 때 처리.. 2026. 5. 2. 결과지에 화살표가 하나 떴어요: 먹는 걸 다 적어보고 알게 된 것 결과지에 화살표가 하나 있었어요몇 년 전 건강검진 결과지를 받았는데 항목 하나에 화살표가 붙어 있었어요. 기준 범위를 살짝 벗어났다는 표시였어요. 크게 벗어난 건 아니고 경계선 근처였어요. 나머지는 다 정상이었고요. 그래서 더 애매했어요. 확실히 나쁘면 바로 움직였을 텐데 이 정도면 그냥 넘어가도 되지 않나 싶은 크기였거든요.그걸 보고 처음 든 생각은 술 때문인가였어요. 그런데 그 시기에 술을 거의 안 마시고 있었어요. 그다음에 떠오른 건 운동을 안 해서, 잠을 못 자서 같은 것들이었어요. 짐작만 늘어나고 답은 안 나왔어요.예전 같으면 여기서 검색을 시작했을 거예요. 그런데 이번에는 그러지 않고 진료 예약을 잡았어요. 검색으로 좁혀지는 게 없다는 걸 몇 번 겪고 나서 생긴 습관이에요. 결과적으로 이게 잘.. 2026. 4. 25. 이전 1 2 3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