넣어도 5분을 못 갔어요
오후만 되면 눈이 뻑뻑했어요. 모래가 굴러가는 것 같다는 표현이 딱 맞았어요.
그래서 인공눈물을 늘 책상에 두고 썼어요. 넣으면 잠깐 괜찮아져요. 그런데 5분쯤 지나면 다시 돌아왔어요.
하루에 몇 번을 넣었는지 모르겠어요. 나중에는 넣는 게 습관이 돼서 뻑뻑하지 않아도 손이 가더라고요.
몇 달을 그렇게 지내고 나서야 이게 채워서 될 일이 아닌가 보다 생각했어요.
종류를 바꿔보기도 했어요. 여러 개를 사서 번갈아 써봤는데 어느 것도 오래가지는 않았어요. 그래서 제품 문제가 아니라는 것까지는 알았어요.
들고 다니는 것도 일이었어요. 액체라 짐에 넣을 때 신경 쓰이고, 나라를 옮기면 쓰던 걸 못 구하는 경우도 있었어요. 그러면 또 새로 골라야 했고요.
노안인 줄 알았어요
그 무렵 저는 이게 나이 문제라고 생각했어요.
마흔이 넘으면 눈이 그렇다는 이야기를 여기저기서 들었으니까요. 그래서 어쩔 수 없는 거라고 여기고 그냥 지냈어요.
그런데 이상한 게 있었어요. 하루 종일 그런 게 아니라 오후에만 그랬어요. 오전에는 멀쩡했고요. 나이 때문이면 아침에도 그래야 하잖아요.
그리고 일이 없는 날에는 덜했어요. 여행하는 날이나 밖에서 보낸 날에는 저녁까지도 괜찮았어요.
그러니까 시간이 문제가 아니라 그 시간에 제가 뭘 하고 있었느냐가 문제였어요.
화면을 크게 하거나 글자를 키워보기도 했어요. 그건 읽기가 편해지긴 했는데 뻑뻑한 건 그대로였어요. 잘 안 보이는 것과 마른 건 다른 문제였던 거예요.
안경을 맞춰볼까도 생각했어요. 그런데 그 전에 뭔가 놓치고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이 계속 들었어요. 오후에만 그런 게 계속 걸렸거든요.
눈을 안 감고 있었어요
며칠 저를 지켜보다가 알아차렸어요. 일에 붙어 있을 때 제가 눈을 거의 안 깜빡이고 있었어요.
뭔가를 붙잡고 있으면 그래요. 문장을 고치거나 숫자를 대조하는 동안에는 눈이 그 자리에 고정돼 있어요. 그러다 다 끝나고 나서야 한 번 크게 감게 돼요.
그걸 알고 나서 세어보려고 했는데 안 되더라고요. 세려고 하면 의식하게 되니까 평소보다 많이 깜빡이게 되거든요.
그래서 정확히 얼마나 줄어드는지는 저도 몰라요. 다만 그 시간에 제 눈이 계속 열려 있었다는 건 확실해요.
그동안 저는 화면을 얼마나 봤는지만 신경 썼어요. 눈을 얼마나 감았는지는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어요.
회의가 긴 날이 특히 심했어요. 화면 속 사람을 보고 있어야 하니까 시선을 뗄 수가 없어요. 혼자 작업할 때는 그래도 가끔 다른 데를 보는데 회의는 그게 안 되더라고요.
그리고 잘될 때 더 심해요. 일이 술술 풀리는 시간에는 아예 눈을 안 떼거든요. 그러니 좋은 날일수록 저녁에 눈이 더 힘들었어요.
주변에도 비슷한 분들이 있어요. 다들 뭘 넣거나 바르는 이야기를 해요. 그런데 눈을 얼마나 감고 있느냐를 이야기하는 사람은 못 봤어요.

따뜻한 수건을 올려봤어요
그러다 우연히 해본 게 있어요. 밤에 세수하면서 수건을 따뜻하게 적셔 눈 위에 잠깐 올려뒀어요.
별생각 없이 한 건데 그날 밤이 편했어요. 다음 날 아침에도 평소보다 덜 뻑뻑했고요.
그래서 그 뒤로 밤마다 해요. 오래 하지도 않아요. 수건이 식을 때까지니까 몇 분이에요.
따뜻한 게 좋은 건지 눈을 감고 있는 게 좋은 건지는 저도 모르겠어요. 아마 둘 다일 수도 있고요. 다만 그 몇 분 동안은 확실히 눈이 감겨 있어요.
기구도 하나 사봤어요. 열이 나는 안대 같은 거요. 몇 번 쓰다가 안 쓰게 됐어요. 충전해야 하고 챙겨 다녀야 하는데 수건은 어느 숙소에나 있으니까요.
온도는 별로 신경 안 써요. 너무 뜨거우면 안 되겠다 싶어서 손등에 대보고 괜찮으면 올려요. 수건이 식으면 그냥 끝내고요.
그리고 이 몇 분 동안 아무것도 안 하게 되는 게 좋았어요. 눈을 감고 있으니 화면을 볼 수가 없잖아요. 하루의 끝에 그런 시간이 하나 생긴 셈이에요.
이동하는 날에도 이건 끊기지 않아요. 수건은 어디에나 있고 뜨거운 물도 대체로 나오니까요. 지금까지 못 한 날이 거의 없었어요.
낮에는 안 되더라고요
이걸 낮에도 해보려고 했는데 그건 잘 안 됐어요.
일하는 중간에 화장실에 가서 수건을 적시고 몇 분 올려두고 오는 게 번거로워요. 두어 번 하고 나면 안 하게 돼요.
대신 낮에는 다른 걸 해요. 통화할 때 눈을 감아요. 화면을 볼 필요가 없는 통화면 눈을 감고 이야기해요. 그러면 그 20분 동안 눈이 쉬어요.
이게 따로 시간을 안 빼도 된다는 게 좋아요. 어차피 해야 하는 통화 안에 들어가 있으니까요.
그리고 생각을 정리해야 할 때도 눈을 감아요. 화면을 보면서 고민하는 것보다 감고 생각하는 게 빠를 때가 있더라고요. 눈이 쉬는 건 덤이고요.
화면을 잠깐 끄는 것도 해봤어요. 그런데 화면을 꺼도 눈은 뜨고 있으니까 별 차이가 없더라고요. 중요한 건 화면이 아니라 눈꺼풀이었어요.
눈을 감고 통화하면 상대의 말이 더 잘 들리는 것 같기도 해요. 화면에 뭐가 떠 있으면 자꾸 그쪽을 보게 되잖아요. 그것까지 없어지니 대화에만 있게 돼요.
환경도 한몫했어요
숙소에 따라 확실히 다르다는 것도 알게 됐어요.
에어컨 바람이 얼굴 쪽으로 오는 방에서는 훨씬 심했어요. 겨울에 난방이 센 곳도 그랬고요. 건조한 지역에 있을 때는 며칠 만에 티가 났어요.
그래서 도착하면 앉을 자리를 정할 때 바람이 어디서 오는지를 봐요. 책상을 옮길 수 있으면 옮기고, 안 되면 방향만 틀어요.
물을 옆에 두는 것도 그때 생긴 습관이에요. 눈 때문에 시작한 건 아닌데 같이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다만 이런 건 제 느낌이라 확실하지 않아요. 뻑뻑한 게 계속되거나 잘 안 보이는 날이 이어진다면 그건 다른 이유일 수 있으니 확인을 받는 게 맞아요.
비행기 안이 제일 나빴어요. 몇 시간을 건조한 공기 속에 있으니까요. 그래서 긴 비행에서는 자는 게 아니어도 눈을 감고 있으려고 해요.
그리고 건조한 곳에서는 잠깐씩 눈을 감는 횟수를 늘려요. 몇 초씩이라도요. 그 지역에 있는 동안만 그러는 건데 며칠 지나면 확실히 달라요.
감고 있는 시간은 아무도 안 세요
정리하면 제가 놓친 게 하나 있었어요.
화면을 얼마나 보는지는 다들 세요. 저도 그건 신경 썼어요. 그런데 눈을 감고 있는 시간은 아무도 안 세더라고요. 세는 방법도 없고요.
그러니 그게 얼마나 짧아졌는지 알아차릴 방법이 없어요. 저는 몇 년 동안 넣는 걸로 채우려고만 했지 감는 쪽은 생각도 못 했어요.
지금은 뻑뻑하면 넣기 전에 잠깐 감아요. 그것만으로 되는 날도 꽤 있어요. 안 되면 그때 넣고요.
이 관점이 다른 데도 적용되더라고요. 뭘 얼마나 하는지는 다들 세는데 얼마나 안 하는지는 잘 안 세잖아요. 그런데 문제는 대개 안 하는 쪽에 있었어요.
그래서 지금은 하루를 볼 때 안 한 시간도 같이 봐요. 얼마나 앉아 있었는지 말고 얼마나 일어났는지, 얼마나 봤는지 말고 얼마나 감았는지를요. 세기는 어려운데 적어도 그런 게 있다는 건 알고 있어요.
혹시 인공눈물을 계속 넣는데도 오후가 힘드시다면, 하루 중에 눈을 감고 있는 시간이 얼마나 되는지 한번 떠올려보시면 좋겠어요. 저는 그 시간이 거의 없다는 걸 알고 나서야 방향을 바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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