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으로 간 게 언제인지 몰랐어요
어느 날 이가 살짝 시렸어요. 찬 걸 마실 때만 그랬고 금방 사라져서 대수롭지 않게 넘겼어요.
그러다 문득 마지막으로 치과에 간 게 언제인지 떠올려봤어요. 그런데 기억이 안 났어요. 2년인지 3년인지 가늠이 안 되더라고요.
다른 병원은 그렇지 않아요. 어디가 아파서 간 거니까 언제 갔는지가 사건과 함께 기억나요. 치과는 아픈 데가 없어도 가는 곳이라 오히려 기억에 안 남아요.
그때 알았어요. 저는 아플 때 가는 곳만 관리하고 있었어요.
그 시린 느낌도 며칠 있다가 없어졌어요. 없어지니까 또 잊었어요. 그러다 몇 달 뒤에 다시 왔고, 그때야 이게 사라진 게 아니라는 걸 알았어요.
그리고 제가 관리한다고 생각하던 것들을 떠올려봤어요. 대부분 눈에 보이거나 느껴지는 것들이었어요. 안 보이고 안 느껴지는 건 관리 목록에 아예 없었어요.
주기가 없어졌어요
한국에 살 때는 이게 문제가 아니었어요. 다니던 곳이 있었고 때가 되면 연락이 왔어요.
그 연락이 없어지니까 주기가 통째로 사라졌어요. 아무도 저에게 갈 때가 됐다고 알려주지 않으니까요.
그리고 다니던 곳이 없으니 매번 처음부터 시작해야 해요. 어디가 괜찮은지 알아보고, 예약하고, 지난 상태를 설명하고요. 이 과정 자체가 문턱이라 자꾸 미루게 됐어요.
그러다 도시를 옮기면 또 처음이에요. 몇 년 동안 이걸 반복하다 보니 그냥 아무 데도 안 가는 상태가 됐어요.
돌아보면 제가 게을러서라기보다 그 리듬을 만들어주던 게 사라진 거였어요. 그런데 그걸 대신할 걸 만들어두지 않았어요.
기록도 흩어져 있었어요. 한국에서 받은 것, 여기서 받은 것이 서로 연결이 안 돼요. 그러니 제 상태가 몇 년에 걸쳐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아무도 모르는 거예요. 저조차도요.
어디가 괜찮은지 판단하기도 어려웠어요. 후기를 봐도 뭘 기준으로 좋다는 건지 모르겠더라고요. 그러다 보니 알아보는 단계에서 멈추고 며칠이 지나가는 일이 반복됐어요.
여기는 순서도 달랐어요
미국에서 처음 갔을 때는 방식이 달라서 좀 헤맸어요.
우선 청소하는 사람과 보는 사람이 나뉘어 있어요. 저는 그걸 몰라서 처음에 누구에게 뭘 물어야 할지 몰랐어요.
예약도 오래 걸려요. 오늘 전화해서 이번 주에 가는 건 잘 안 돼요. 몇 주 뒤로 잡히는 게 보통이에요. 그러니 아프고 나서 연락하면 이미 늦어요.
그리고 다음 예약을 그 자리에서 잡아줘요. 나갈 때 6개월 뒤 날짜를 받아 오는 식이에요. 저는 이게 좋았어요. 제가 기억할 필요가 없으니까요.
문제는 그 6개월 뒤에 제가 그 도시에 없을 수도 있다는 거예요. 잡아놓고 못 간 적이 여러 번이에요.
비용 구조도 달라서 처음에는 헷갈렸어요. 그 부분은 지금도 갈 때마다 확인해요. 다만 그건 다른 이야기라 여기서는 줄일게요.
언어도 문턱이었어요. 입을 벌린 채로 설명을 듣는 상황이라 되묻기가 어렵거든요. 그래서 지금은 시작하기 전에 궁금한 걸 먼저 물어봐요. 앉고 나면 대화가 어려워지니까요.

아플 때 가면 늦더라고요
시린 게 좀 오래가서 결국 갔어요. 그리고 거기서 들은 이야기가 저에게는 새로웠어요.
제가 느끼기 전부터 진행된 것들이 있었대요. 느낌이 왔을 때는 이미 시간이 좀 지난 상태인 거예요.
그러니까 다른 데와 순서가 반대예요. 대부분은 불편하면 가서 확인하면 되는데, 여기는 불편해지기 전에 가야 확인이 되는 거였어요.
이걸 알고 나서 태도가 바뀌었어요. 아프면 가는 곳 목록에서 빼고 때가 되면 가는 곳으로 옮겼어요. 제 머릿속에서 분류를 바꾼 거예요.
그리고 이건 미루면 커지는 종류라는 것도 들었어요. 저는 다른 걸 미루듯이 이것도 미루고 있었는데 성격이 다르더라고요.
그날 하나 더 들은 게 있어요. 한쪽으로만 씹는 습관이 있다는 거였어요. 저는 그런 줄도 몰랐어요. 남이 봐야 아는 것들이 있더라고요.
그리고 저처럼 몇 년 만에 오는 사람이 드물지 않다고 하셨어요. 그 말이 위로가 되면서도 좀 이상했어요. 다들 미루는 데는 이유가 있는 거겠죠.
달력에 넣어뒀어요
지금은 방법이 단순해요. 달력에 넣어뒀어요.
몇 달에 한 번 알림이 오게 해뒀어요. 그날 예약을 잡으라는 게 아니라 지금 어디 있는지 보고 갈 수 있는지 판단하라는 알림이에요.
그 시점에 오래 머물 곳에 있으면 잡아요. 이동 중이면 다음 알림 때로 미뤄요. 미루는 건 같은데 잊어버리는 것과는 다르잖아요.
그리고 오래 머물 도시가 정해지면 도착하고 얼마 안 돼서 알아봐요. 떠나기 직전에 하려고 하면 시간이 안 맞더라고요. 예약이 몇 주 뒤로 잡히니까요.
기록도 사진으로 남겨둬요. 진료 뒤에 받는 서류를 찍어두는 거예요. 매번 다른 곳에 가니까 지난번에 뭘 했는지 제가 설명할 수 있어야 하더라고요.
알림을 걸어두고 나서도 처음에는 계속 미뤘어요. 알림이 와도 지금은 바쁘다며 넘겼거든요. 그래서 알림 문구를 바꿨어요. 지금 어디 있는지만 확인하라고요. 그러니 넘기기가 애매해져서 결국 하게 되더라고요.
그리고 한 곳에 오래 머물게 되면 그 도시에서 한 번은 꼭 가요. 다음에 또 올지 모르지만 적어도 그 기간에는 다니던 곳이 생기는 거니까요. 매번 처음인 상태를 조금이라도 줄이려는 거예요.
매일 하는 것도 조금 바꿨어요
매일 하는 것도 몇 가지 바뀌었는데 대단한 건 아니에요.
닦는 시간을 늘렸어요. 예전에는 대충 헹구고 끝냈는데 지금은 시간을 좀 더 써요. 뭘 새로 사서 하는 게 아니라 그냥 시간이에요.
그리고 세게 닦지 않게 됐어요. 세게 닦는 게 잘 닦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라는 이야기를 듣고 바꿨어요.
커피를 자주 마시는 것도 신경이 쓰였어요. 지금은 마시고 나서 물을 한 모금 마셔요. 이건 어디서나 되니까 이동해도 안 끊겨요.
여행용으로 작은 걸 챙기는 것도 정해뒀어요. 이동하는 날에도 저녁에 하던 걸 그대로 하려고요. 짐이 늘어나는 건 아주 조금이고요.
밤에 하는 걸 특히 신경 써요. 아침에는 어차피 나가야 하니 급하게 하게 되잖아요. 밤에는 시간이 있으니 그때 제대로 하는 걸로 정했어요.
아플 때 가는 곳과 때가 되면 가는 곳
정리하면 제가 이 구분을 몰랐어요.
몸에 관한 것들을 다 같은 방식으로 다루고 있었어요. 불편하면 확인하고 아니면 그냥 지내는 식으로요. 그게 대부분에는 맞는 방식이에요.
그런데 몇 가지는 그렇지 않더라고요. 신호가 오기 전에 봐야 하는 것들이요. 저는 그 목록을 따로 갖고 있지 않았어요.
이동하며 살면 이 목록을 스스로 관리해야 해요. 한곳에 살면 다니던 곳에서 챙겨주는데 저에게는 그런 게 없으니까요.
이 목록에 몇 가지를 더 넣었어요. 어떤 것들인지는 사람마다 다를 텐데, 저는 그 목록을 만들어둔 것 자체가 도움이 됐어요. 안 만들어두면 신호가 없는 건 영원히 순서가 안 오거든요.
혹시 마지막으로 간 게 언제인지 떠오르지 않으신다면 그게 신호일 수 있어요. 저는 그 질문에 답을 못 한 날에 처음으로 이게 문제라는 걸 알았어요. 아픈 데가 없어서 안 간 게 아니라 아픈 데가 없으니까 안 간 거였더라고요.
'마인드셋 & 웰니스 (Mindset & Wellness)' 카테고리의 다른 글
| 남자가 무슨 선크림이냐던 내가 아침마다 챙겨 바르는 이유 (0) | 2026.05.19 |
|---|---|
| 같은 양을 마셨는데 다음 날이 이틀이 됐어요 (0) | 2026.05.17 |
| 아침 조명을 샀다가 실패했어요: 못 일어나는 사람에게 안 맞는 방법이었습니다 (0) | 2026.05.14 |
| 인공눈물이 5분을 못 갔어요: 눈을 감고 있는 시간은 아무도 안 셉니다 (0) | 2026.05.13 |
| 제일 비싼 통이 제 것이었어요: 가격을 효과의 근거로 삼고 있었습니다 (0) | 2026.05.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