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못 일어나던 시기가 있었어요
한동안 아침이 계속 무거웠어요. 알람을 맞춰놔도 몇 번을 끄고 다시 잤어요.
늦게 자서 그런 것도 아니었어요. 일찍 누운 날에도 똑같았어요. 시간으로는 충분히 잤는데 일어나지지가 않았어요.
그때 저는 밤에 일하는 날이 많았어요. 시차가 다른 곳과 이야기할 일이 있으면 그 시간에 맞춰야 했거든요. 그러다 보니 하루의 앞뒤가 흐려졌어요.
그러다 빛 이야기를 들었어요. 아침에 밝은 걸 보면 몸이 아침인 줄 안다는 이야기요.
그 시기에 하루의 모양이 계속 흔들렸어요. 어떤 날은 새벽에 자고 어떤 날은 저녁에 졸았어요. 규칙이 없으니 몸이 어느 쪽에도 못 맞추더라고요.
주변에서는 일찍 자라고 했어요. 맞는 말인데 그게 제 마음대로 되는 게 아니잖아요. 상대편 업무 시간에 맞춰야 하는 통화가 있으면 그날은 어쩔 수가 없어요.
그래서 조명을 하나 샀어요
아침에 밖에 나가면 되는데 그게 잘 안 됐어요. 겨울이라 어두웠고 비 오는 날도 많았고요.
그래서 실내에서 대신할 걸 찾았어요. 아주 밝은 조명을 파는 게 있더라고요. 값이 싸지는 않았는데 그때는 절실해서 샀어요.
받고 나서 며칠은 꼬박꼬박 했어요. 일어나서 책상에 앉아 켜두고 차를 마셨어요.
그리고 실제로 괜찮았어요. 켜두고 앉아 있으면 확실히 눈이 떠지는 느낌이었어요. 그때는 이걸 진작 살걸 그랬다고 생각했어요.
고를 때는 꽤 알아봤어요. 어떤 게 좋은지 며칠 찾아보고 골랐어요. 그 시간까지 합치면 값보다 그게 더 들었을 거예요.
택배로 받는 것도 일이었어요. 몇 달만 머무는 곳이라 받을 주소를 정하는 것부터 신경 쓰였거든요. 그런 수고를 들여서 들여놨으니 더 잘 써야 한다는 마음도 있었어요.
그리고 이걸 켜두고 앉아 있는 30분을 따로 내야 했어요. 아침에 30분을 비워두는 게 생각보다 큰 일이더라고요. 일정이 있는 날에는 아예 못 하고 넘어갔어요.
몇 주 지나니 안 켜게 됐어요
그런데 한 달쯤 지나고 나서 보니 안 켜고 있었어요.
이유는 단순했어요. 그걸 켜려면 일어나서 책상까지 가야 하잖아요. 그런데 제 문제는 못 일어나는 거였어요.
못 일어나는 사람에게 일어나서 뭘 켜라는 건 성립이 안 되는 방법이었어요. 잘 일어나는 날에만 켜게 되니까 정작 필요한 날에는 안 쓰는 거예요.
이걸 알고 나서 좀 허탈했어요. 물건이 나빠서가 아니라 제가 그걸 쓸 수 있는 상태가 아닐 때만 필요했던 거니까요.
그러고 나서 그 조명은 몇 달 자리만 차지했어요. 도시를 옮기면서 두고 왔고요. 부피가 커서 어차피 가져갈 수도 없었어요.
쓰다 만 물건이 하나 생기면 그게 계속 눈에 걸려요. 저걸 사놓고 안 쓴다는 게 볼 때마다 떠올라요. 그러다 나중에는 아예 안 보이는 데로 치워뒀어요.
그리고 이런 게 처음이 아니었어요. 필요할 것 같아서 샀다가 몇 번 쓰고 마는 게 몇 년 동안 몇 개 있었어요. 그때마다 물건이 아니라 제 의지를 탓했고요.
어느 날 아침에 켜려다가 그만둔 적이 있어요. 오늘은 됐다 싶었거든요. 그게 며칠 이어지니 자연스럽게 안 하게 됐어요. 습관이 끊기는 건 결심해서가 아니라 그냥 그렇게 되는 거였어요.

그냥 커튼을 안 닫아봤어요
그 뒤에 우연히 알게 된 게 있어요. 커튼을 안 닫고 잔 날 아침이 달랐어요.
숙소에 암막이 없어서 어쩔 수 없이 그랬던 건데, 아침에 밝아지면서 자연스럽게 눈이 떠졌어요. 알람이 울리기 전에 이미 깨어 있는 날도 있었고요.
이게 조명보다 나았던 이유는 제가 아무것도 안 해도 된다는 점이었어요. 켜지도 않고 앉아 있지도 않아요. 그냥 자기 전에 커튼을 안 닫으면 끝이에요.
해야 할 일이 밤에 있고 효과는 아침에 오는 구조라서, 아침에 힘든 저에게 맞았어요.
물론 안 되는 곳도 있어요. 창이 없거나 밖이 계속 어두운 곳이요. 큰길가라 밤새 불빛이 들어오는 방도 있었고요. 그런 곳에서는 이 방법이 안 통해요.
밤에 켜두는 조명을 손보는 것도 해봤는데 그건 다른 이야기라 여기서는 줄일게요. 이 글에서 하고 싶은 건 아침 쪽이에요.
그리고 아침에 밝아지는 시각이 계절과 위치에 따라 크게 달라요. 그건 제가 정하는 게 아니라 그 도시가 정하는 거고요. 그 부분은 따로 겪은 게 있어서 여기서는 짧게만 적어둘게요.
숙소를 볼 때 창을 봐요
그래서 숙소를 고를 때 확인하는 게 하나 늘었어요. 침대에서 창이 보이는지, 그 창이 어느 쪽을 향하는지요.
사진으로는 방향까지 알기 어려워서 지도로 한 번 봐요. 몇 초면 되는데 그 몇 초가 그다음 몇 달의 아침을 정하더라고요.
그리고 도착하면 첫날 밤에 커튼을 어떻게 할지 정해요. 밖이 밝은 동네면 반만 열어두고, 조용하고 어두우면 다 열어둬요.
이게 도시마다 다시 정해야 하는 일이라 좀 번거롭긴 해요. 그래도 기구를 들고 다니는 것보다는 나아요.
같은 건물 안에서도 방마다 달라요. 한 번은 이사한 방이 반대쪽을 향해서 아침이 훨씬 늦게 왔어요. 같은 도시 같은 계절인데도 그랬어요.
그리고 아침에 커튼을 열어두면 그 방이 밝아지는 걸 보게 돼요. 켜는 게 아니라 밝아지는 거라 시간이 걸리는데, 그 사이에 천천히 깨는 게 저에게는 더 맞았어요.
밤에 일하는 건 여전해요
한 가지 솔직하게 적어둘게요. 이걸로 밤낮이 정리된 건 아니에요.
저는 여전히 시차가 다른 곳에 맞춰 밤에 일해요. 그건 제 일의 조건이라 바꾸기 어려워요. 그러니 아침이 무거운 날은 지금도 있어요.
다만 그런 날이 줄었고, 무엇보다 그게 제 의지 문제가 아니라는 걸 알게 됐어요. 예전에는 못 일어나는 제가 게으른 것 같았거든요.
그리고 밤 회의가 잡힌 다음 날은 아침 일정을 안 잡아요. 못 일어날 걸 알면서 잡아놓고 못 지키는 게 제일 나쁘더라고요.
이건 빛으로 되는 게 아니라 일정으로 푸는 부분이에요. 두 가지를 섞어서 생각하니 몇 년을 헤맸어요.
그리고 밤에 일한 날은 아침에 억지로 밝은 걸 보는 게 오히려 안 좋았어요. 잠을 몇 시간 못 잔 상태에서 깨우기만 하면 그날 오후가 무너지더라고요. 그런 날은 그냥 더 자는 쪽을 골라요.
그런 날은 오전을 아예 비워두고 오후부터 시작해요. 하루를 늦게 시작하는 게 하루를 망치는 것보다 나으니까요. 이걸 인정하는 데도 시간이 걸렸어요.
필요할 때 못 쓰는 방법이었어요
이 일에서 하나 배운 게 있어요. 방법을 고를 때 효과보다 먼저 볼 게 있더라고요.
그걸 제일 힘든 상태에서도 할 수 있느냐예요. 컨디션이 좋은 날에만 되는 방법은 정작 필요한 날에 안 되거든요. 그러면 결국 안 하는 것과 같아요.
그 조명은 잘 일어난 날에만 켜졌어요. 커튼은 못 일어나는 날에도 이미 열려 있었고요. 이 차이가 전부였어요.
그래서 요즘은 뭘 시작할 때 제일 나쁜 날을 기준으로 봐요. 그날에도 될 것 같으면 시작하고 아니면 안 해요.
이 기준으로 보면 지금 제가 유지하는 것들은 대체로 아무것도 안 해도 되는 것들이에요. 켜야 하거나 챙겨야 하는 건 대부분 몇 주 안에 사라졌어요.
혹시 아침이 계속 무거우시다면, 뭘 하나 사기 전에 그게 못 일어나는 날에도 할 수 있는 건지 한번 따져보시면 좋겠어요. 저는 그걸 안 따져보고 사서 몇 달 자리만 차지하게 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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