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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인드셋 & 웰니스 (Mindset & Wellness)

환율을 하루에 열 번씩 보던 시절: 확인하는 것과 하는 것은 다르더라고요

by wellnomadness 2026. 5. 23.

하루에 몇 번이나 확인했는지 세어봤어요

한동안 저는 환율을 하루에 열 번 넘게 봤어요. 수입은 달러로 들어오는데 지내는 나라의 물가는 그 나라 돈으로 계산되니까, 숫자 하나가 움직이면 제 한 달이 달라지거든요. 아침에 일어나서 보고, 일하다 보고, 자기 전에 또 봤어요.

환율만 그런 게 아니었어요. 뉴스에서 경기 이야기가 나오면 끝까지 읽었고, 업계 소식도 챙겨 봤어요. 답을 기다리는 메일이 있으면 메일함을 몇 분마다 새로 고쳤고요. 그때는 이게 상황을 파악하는 성실함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렇게 된 계기는 있었어요. 한 도시에 몇 달 머무는 동안 환율이 꽤 움직인 적이 있는데, 같은 돈으로 살 수 있는 게 눈에 띄게 줄었거든요. 장을 볼 때마다 계산이 안 맞았어요. 그때 처음으로 이 숫자가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걸 알았고, 그 뒤로 보는 습관이 생겼어요. 문제는 그 습관이 상황이 안정된 뒤에도 그대로 남았다는 거예요.

그런데 어느 날 문득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가 그 숫자를 봐서 지금까지 달라진 게 뭐가 있었지. 아무리 떠올려도 하나도 없었어요. 환율이 나쁜 걸 알았다고 해서 제가 그날 뭘 다르게 한 적이 없었거든요. 그냥 알고 있었을 뿐이에요.


확인하는 게 대응처럼 느껴졌어요

왜 계속 봤을까 생각해 보니, 확인하는 행위 자체가 뭔가를 하고 있다는 느낌을 줬던 것 같아요. 불안한 일이 있을 때 가만히 있으면 방치하는 것 같은데, 들여다보고 있으면 대응하고 있는 기분이 들거든요. 실제로는 아무 일도 안 하고 있는데도요.

더 나빴던 건 그게 시간을 잘게 부순다는 거예요. 한 번 볼 때는 몇 초지만, 그 몇 초 때문에 하던 일의 흐름이 끊겨요. 다시 집중하는 데는 몇 분이 걸리고요. 하루에 열 번이면 열 번 끊기는 셈이라, 실제로 잃은 시간은 확인한 시간보다 훨씬 길었어요.

그리고 확인해서 알게 되는 내용은 대개 좋지 않아요. 세상 돌아가는 소식이 원래 그렇잖아요. 그러니까 하루에 열 번씩 기분이 조금씩 나빠지는 걸 자발적으로 하고 있었던 거예요. 그러고는 오후에 일이 안 잡히면 그건 또 제 집중력 탓을 했고요.


두 종류의 걱정이 있더라고요

그때부터 걱정거리가 떠오르면 한 가지를 먼저 따져보게 됐어요. 이건 오늘 내가 뭔가 할 수 있는 일인가. 답이 그렇다면 하면 되고, 아니라면 지금 생각해도 달라지는 게 없어요.

환율은 후자예요. 제가 뭘 해도 안 바뀌어요. 경기도 마찬가지고, 이미 보낸 제안서에 대한 상대의 판단도 그래요. 반대로 다음 달 지출을 조정하는 것, 제안서를 하나 더 보내는 것, 지금 하는 일의 품질을 높이는 것은 전부 제가 오늘 할 수 있는 일이에요.

나중에 알고 보니 이런 구분을 아주 오래전에 정리해 둔 사람들이 있더라고요. 제가 뭘 새로 발견한 게 아니었어요. 다만 책에서 읽었을 때는 그냥 좋은 말이구나 하고 넘겼는데, 제가 환율 창을 몇 달 들여다보고 나서야 그게 무슨 뜻인지 알겠더라고요. 아는 것과 겪는 건 다른 일인 것 같아요.


확인은 시간을 정해뒀어요

아예 안 보는 건 안 되더라고요. 환율은 실제로 제 생활에 영향을 주니까 모르고 지낼 수는 없어요. 그래서 없애는 대신 자리를 정해줬어요. 하루에 한 번, 정해진 시간에만 봐요.

환율 화면이 떠 있는 휴대폰을 엎어둔 책상과 그 옆에 펼쳐진 작업 화면

알림은 전부 껐어요. 뭔가가 저에게 먼저 말을 걸어오면 그때부터는 제가 시간을 정하는 게 아니라 그쪽이 정하는 거니까요. 뉴스 앱도 지웠어요. 정말 중요한 일은 어떻게든 귀에 들어오더라고요. 몇 년 해보니 제가 놓쳐서 손해 본 일은 없었어요.

메일함도 비슷하게 했어요. 답을 기다리는 건이 있으면 예전에는 계속 새로 고쳤는데, 지금은 정해진 시간에만 열어요. 상대가 언제 답할지는 제가 정할 수 없는 일이고, 제가 빨리 확인한다고 답이 빨리 오는 것도 아니니까요. 이건 미수금이나 계약 건처럼 마음이 쓰이는 일일수록 더 지키려고 해요.

놓치면 어쩌나 하는 걱정은 방법으로 해결했어요. 정말 급한 일이면 전화를 달라고 미리 말해둬요. 중요한 고객에게는 이렇게 하면 상대도 편해해요. 언제 답이 올지 모르는 채로 계속 기다리는 것보다, 급하면 이 번호로 연락하시면 된다고 정해두는 쪽이 서로 명확하니까요. 실제로 그 번호로 전화가 온 적은 몇 년 동안 손에 꼽아요. 대부분의 급한 일은 생각만큼 급하지 않았어요.


정작 할 수 있는 일은 미루고 있었어요

이걸 정리하면서 제일 뼈아팠던 건 따로 있어요. 제가 확인에 쓴 시간만큼 정작 할 수 있는 일은 미루고 있었다는 거예요. 수입이 걱정돼서 환율과 경기 뉴스는 하루에 열 번씩 봤는데, 새 고객에게 연락 한 통 보내는 건 몇 주째 미루고 있었어요.

이유는 간단해요. 확인하는 건 쉽고 실제로 하는 건 어려우니까요. 연락을 보내면 거절당할 수도 있는데 환율 창을 보는 건 아무 위험이 없어요. 그래서 불안할수록 쉬운 쪽으로 도망가고, 도망간 만큼 상황은 그대로 남고, 그러니 다시 불안해져요.

지금은 불안한 일이 생기면 스스로에게 물어봐요. 지금 이걸 확인하는 게 그 일에 대해 뭔가를 하는 건가, 아니면 하는 척하는 건가. 대개는 후자였어요. 그걸 인정하고 나면 할 일이 분명해지는데, 문제는 그 할 일이 대체로 하기 싫은 일이라는 거예요.


제일 나쁜 경우를 한번 그려봤어요

한 번은 막연한 불안이 계속 이어지길래 제일 나쁜 상황을 구체적으로 그려본 적이 있어요. 일이 전부 끊기면 어떻게 되는지, 그러면 뭘 먼저 하게 될지, 어디로 가게 될지를요. 막연할 때가 제일 무섭고, 구체적으로 그려보면 생각보다 덜 무섭더라고요.

답이 나와서가 아니에요. 나쁜 상황에도 그다음 순서가 있다는 걸 알게 되기 때문이에요. 끝이 아니라 그냥 다음 단계가 있는 거고, 그 단계에서 제가 할 일이 있어요. 막연한 불안은 그다음이 없는 것처럼 느껴지게 만드는데, 실제로 그려보면 늘 그다음이 있었어요.

다만 이건 자주 할 일은 아닌 것 같아요. 최악을 자꾸 그리다 보면 그것대로 지쳐요. 저는 정말 막힐 때 한 번씩만 해요. 하고 나면 며칠은 조용해지고, 그 조용한 며칠 동안 실제로 할 수 있는 일을 하려고 해요.


없애려고 하지는 않아요

불안이 사라진 건 아니에요. 여전히 조용한 달에는 마음이 불편하고, 큰 건이 걸려 있으면 잠이 얕아져요. 이건 성격의 문제라기보다 상황의 문제인 것 같아요. 매달 정해진 날에 정해진 돈이 들어오지 않는 방식으로 살면 누구든 그렇게 되지 않을까 싶어요.

그래서 요즘은 불안을 없애는 걸 목표로 두지 않아요. 대신 그게 제 시간을 얼마나 가져가는지만 관리해요. 하루에 한 번 정해진 자리에서 만나고, 나머지 시간에는 다른 걸 해요. 이 정도면 충분하다고 생각해요.

혹시 하루에도 몇 번씩 같은 화면을 열어보고 계신다면, 며칠만 횟수를 세어보시는 것도 방법이에요. 저는 그 숫자를 보고 나서야 이게 습관이라는 걸 인정했어요. 다만 마음이 오래 힘들거나 일상이 흔들릴 정도라면 그건 습관 문제가 아닐 수 있으니, 그럴 때는 전문가와 이야기해 보시는 게 맞아요. 제 이야기는 어디까지나 확인하는 버릇을 줄인 경험일 뿐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