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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인드셋 & 웰니스 (Mindset & Wellness)

같은 양을 마셨는데 다음 날이 이틀이 됐어요

by wellnomadness 2026. 5. 17.

같은 양인데 다음 날이 달라졌어요

어느 시기부터 술자리 다음 날이 예전 같지 않았어요. 많이 마신 것도 아니었어요. 몇 잔 정도였고 그건 예전에도 하던 양이에요.

그런데 다음 날 오전이 통째로 흐릿했어요. 두통이 있는 것도 아니고 속이 안 좋은 것도 아닌데 그냥 진도가 안 나가요.

처음에는 그날 자리가 유난히 길었나 했어요. 그런데 짧게 끝난 날도 같았어요.

몇 번 반복되고 나서야 인정했어요. 마시는 양이 달라진 게 아니라 제가 달라진 거였어요.

기록해 둔 것도 없어서 처음에는 제 착각인가 싶었어요. 예전 기억이 미화된 걸 수도 있잖아요. 그런데 같은 자리를 몇 번 겪고 나니 확실해졌어요.

같이 마신 분들과 비교해 봐도 그랬어요. 비슷하게 마셨는데 다음 날 이야기를 들어보면 저만 유난히 오래가는 것 같았어요. 사람마다 다른 거겠지만 저는 그쪽이었어요.


20대에는 하루면 끝났어요

예전에는 마신 다음 날 아침에 좀 힘들다가 점심때쯤 괜찮아졌어요. 하루 안에 정리가 됐어요.

지금은 그게 이틀로 늘었어요. 다음 날은 물론이고 그다음 날 오전까지도 어딘가 덜 개운해요.

그래서 저녁 한 번이 실제로는 이틀에 걸쳐 영향을 줘요. 예전 계산으로 일정을 잡으면 어긋나는 게 당연했어요.

이걸 알아차리는 데 몇 년 걸렸어요. 그동안은 그날 컨디션이 나빴다거나 일이 어려웠다고 다른 이유를 붙이고 있었거든요.

회복이 느려진 걸 인정하는 게 좀 싫었던 것 같기도 해요. 나이 때문이라고 말하는 게 지는 것 같았거든요.

그리고 이건 한 번에 나빠진 게 아니에요. 어느 해에 갑자기가 아니라 몇 년에 걸쳐 조금씩 밀렸어요. 그래서 알아차리기가 더 어려웠어요.

주변에 물어보면 다들 비슷하다고 해요. 그러면서도 방법은 각자 다르더라고요. 뭘 먹는다는 분도 있고 아예 안 마신다는 분도 있고요. 저는 그중 어느 것도 정답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잠은 잤는데 잔 것 같지 않았어요

제일 뚜렷한 건 잠이었어요.

마신 날은 오히려 빨리 잠들어요. 그런데 새벽에 한 번 깨요. 그러고 나면 다시 잠들어도 얕게 자는 느낌이에요.

시간으로 보면 잔 시간이 부족한 것도 아니에요. 그런데 아침에 일어나면 잔 것 같지가 않아요.

그러니까 다음 날이 힘든 게 술 때문이라기보다 그날 밤 잠 때문인 것 같아요. 저는 몇 년 동안 술 자체만 탓하고 있었어요.

이걸 알고 나서 늦게 마시는 걸 특히 조심하게 됐어요. 같은 양이어도 늦게 마신 날이 확실히 더 오래갔거든요.

물을 많이 마시는 건 저도 해요. 그건 확실히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다만 그게 잠까지 되돌려주지는 않더라고요. 아침에 덜 마른 느낌일 뿐 오전이 흐릿한 건 그대로였어요.

저녁을 뭘 먹었는지도 영향이 있는 것 같은데 이건 잘 모르겠어요. 빈속에 마신 날이 더 힘들었던 건 분명한데, 그 외에는 뚜렷한 차이를 못 찾았어요.

낮잠으로 메워보려고도 했어요. 그런데 그건 그날 밤을 또 흐트러뜨려요. 하루를 메우려다 다음 날까지 밀리는 셈이라 지금은 안 해요.

저녁 모임 자리에 놓인 잔들과 창밖의 어두워진 거리


그래서 다음 날을 먼저 봐요

지금은 자리에 가기 전에 그다음 날을 봐요. 그 자리에서 얼마나 마실지를 정하는 게 아니라요.

다음 날 오전에 중요한 게 있으면 그 자리는 짧게 있다 나와요. 반대로 다음 날이 비어 있으면 편하게 있어요.

그리고 중요한 일정을 잡을 때 그 전날 저녁에 뭐가 있는지를 같이 봐요. 예전에는 오전 일정만 보고 잡았어요. 지금은 앞뒤를 같이 봐요.

이게 저에게는 제일 효과적이었어요. 자리에서 절제하는 건 잘 안 되더라고요. 분위기가 있고 상대가 있으니까요. 그런데 일정을 미리 짜두는 건 혼자 하는 일이라 제 마음대로 되거든요.

연달아 잡지 않는 것도 정했어요. 이틀 연속 저녁 자리가 생기면 하나는 다른 주로 옮겨요. 이틀 치가 겹치면 그 주가 통째로 무너지더라고요.

자리 자체를 줄인 것도 있어요. 예전에는 부르면 다 갔는데 지금은 골라요. 꼭 가야 하는 자리와 안 가도 되는 자리를 나누면 한 달에 가는 횟수가 확실히 줄어요.

그리고 그 자리에서 얻는 게 뭔지도 보게 됐어요. 실제로 일이 이어진 자리도 있고 그냥 시간만 쓴 자리도 있어요. 몇 년 치를 돌아보니 그 비율이 생각보다 낮더라고요.


이동하는 주에는 아예 안 해요

제 생활에서 하나 더 걸리는 게 있어요. 도시를 옮기는 주예요.

이동만으로도 며칠은 몸이 어수선해요. 거기에 저녁 자리가 겹치면 회복이 아주 늦어져요. 새 도시에 도착해서 자리를 잡아야 하는 시기에 그러면 그 주가 다 흐트러져요.

그래서 옮기기 직전이나 도착 직후에는 그런 자리를 안 잡아요. 아쉬울 때도 있어요. 떠나기 전에 인사하는 자리 같은 건 그때밖에 없으니까요.

그럴 때는 낮에 봐요. 점심이나 커피로요. 처음에는 이게 성의 없어 보일까 걱정했는데 아무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더라고요.

시차가 남아 있는 상태에서 마시는 것도 안 좋았어요. 도착한 지 며칠 안 됐을 때는 몸이 아직 시간을 못 맞춘 상태잖아요. 거기에 얹으면 며칠이 더 밀려요.


거절이 어렵지 않아졌어요

예전에는 그만 마시겠다는 말을 못 했어요. 분위기를 깨는 것 같았거든요.

그런데 몇 번 해보니 아무 일도 안 일어났어요. 다들 자기 이야기를 하느라 제 잔에 뭐가 들었는지는 별로 안 봐요.

그리고 여기서는 안 마시는 사람이 흔해요. 운전 때문에, 건강 때문에, 그냥 안 마셔서요. 이유를 설명할 필요도 없어요.

한국에서 자란 저에게는 이게 오래 걸린 변화였어요. 술자리에서 안 마시면 뭔가 해명해야 한다고 생각했거든요. 그 감각이 여기서는 통용되지 않는다는 걸 아는 데 몇 년이 걸렸어요.

지금은 그냥 오늘은 안 마신다고 해요. 그러면 끝이에요.

낮 자리로 옮기고 나서 알게 된 것도 있어요. 대화의 질이 오히려 나았어요. 저녁 자리는 뒤로 갈수록 이야기가 흐려지는데 낮에는 그게 없더라고요.

그리고 제가 안 마시니 상대도 편하게 안 마시는 경우가 있더라고요. 누군가 먼저 그러면 따라가기 쉬운 거예요. 제가 그 역할을 하게 된 자리도 몇 번 있었어요.


양이 아니라 회복이 달라진 거였어요

정리하면 제가 오래 잘못 보고 있었어요.

저는 얼마나 마시느냐를 계속 따졌어요. 몇 잔까지는 괜찮고 그 이상은 안 된다는 식으로요. 그런데 문제는 양이 아니라 회복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었어요.

양은 제가 조절할 수 있는데 회복 속도는 제가 어떻게 할 수 있는 게 아니에요. 그건 그냥 달라진 조건이에요. 그러니 조절해야 할 건 잔이 아니라 그 뒤의 이틀이었어요.

이걸 받아들이고 나서 오히려 편해졌어요. 자리에서 참느라 애쓰지 않아도 되니까요. 대신 달력을 볼 뿐이에요.

그래서 요즘은 이걸 절제라고 부르지 않아요. 절제라고 하면 참는 게 되잖아요. 저는 참는 게 아니라 일정을 짜는 거예요. 그렇게 부르고 나니 마음이 훨씬 가벼워졌어요.

혹시 예전만큼 마시는데 다음 날이 더 힘드시다면, 마시는 양보다 그다음 이틀을 어떻게 쓰는지를 먼저 보시면 좋겠어요. 저는 몇 년 동안 잔만 세고 있었어요. 그리고 다음 날이 계속 심하게 힘들다면 그건 양의 문제가 아닐 수도 있으니 한번 확인해 보시는 게 맞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