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 비쌌던 통 이야기예요
한때 제 책상에 있던 통 중에 유독 비싼 게 두 개 있었어요. 다른 것들은 한 통에 10달러에서 20달러 사이인데, 그 둘은 자릿수가 달랐어요. 한 달 치를 사면 다른 영양제 몇 달 치 값이 나왔어요.
하나는 NMN이라는 이름으로 팔리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글루타치온이었어요. 둘 다 그때 한창 이야기가 많이 나오던 것들이에요. 나이 드는 속도가 어떻고 세포가 어떻고 하는 설명이 붙어 있었고, 유명한 사람들이 먹는다는 이야기도 따라다녔어요.
그 설명들이 맞는지 저는 지금도 몰라요. 확인할 방법이 없었고, 제 몸에서 뭔가 달라졌는지도 솔직히 구분이 안 됐어요. 다만 이 글에서 하고 싶은 이야기는 효과가 아니에요. 제가 왜 그 비싼 걸 몇 달이나 샀는지에 관한 거예요.
비싸니까 다를 거라고 생각했어요
돌아보면 저는 가격을 근거로 삼고 있었어요. 이 정도 값을 받는 데는 이유가 있겠지, 싼 것과는 뭔가 다르겠지 하고요. 누가 그렇게 말해준 것도 아닌데 혼자 그렇게 연결 지었어요.
이게 다른 물건이라면 어느 정도 맞는 이야기예요. 비싼 신발은 대체로 오래 신고, 비싼 가방은 대체로 튼튼해요.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져서 확인할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몸에 들어가는 건 확인이 안 돼요. 값이 비싼 이유가 좋은 원료 때문인지, 새로 나온 것이라 그런지, 광고를 많이 해서인지 알 수가 없어요.
그러니까 저는 확인할 수 없는 것에 대해 가격을 증거로 쓰고 있었던 거예요. 이건 사실 아무 근거가 없는 판단이었어요. 그런데 당시에는 그게 합리적인 소비처럼 느껴졌어요. 좋은 걸 쓰고 있다는 기분이 들었거든요.

비싸서 오히려 못 끊었어요
비싼 게 만든 또 다른 효과가 있어요. 끊기가 어려워진다는 거예요. 별 차이를 못 느끼면서도 계속 먹었는데, 이유는 이미 큰돈을 냈기 때문이었어요. 남은 걸 버리기가 아까웠어요.
싼 것이었으면 진작에 그만뒀을 거예요. 효과를 모르겠으면 그냥 안 사면 되니까요. 그런데 비싼 건 그만두는 순간 그동안 쓴 돈이 헛돈이 됐다고 인정하는 셈이 돼요. 그게 싫어서 계속 먹은 거예요. 판단이 아니라 자존심이었어요.
이런 경우가 저에게 몇 번 더 있었어요. 안 쓰는 물건을 못 버리는 것도, 안 맞는 일을 놓지 못하는 것도 비슷한 구조더라고요. 들인 게 클수록 그만두기 어려워지는데, 사실 이미 쓴 돈은 앞으로의 판단과 아무 상관이 없잖아요. 머리로는 알면서도 매번 걸려요.
결국 그 통들은 다 못 먹고 남았어요. 이동하면서 두고 오기도 했고, 어떤 건 기한이 지나서 버렸어요. 비싼 걸 버릴 때 기분이 참 이상하더라고요. 그때 든 생각은 이거였어요. 이 돈을 낼 때 저는 뭘 산다고 생각했을까. 물건을 산 게 아니라 잘 관리하고 있다는 기분을 샀던 것 같아요.
새로 나온 것일수록 비싸더라고요
시간이 지나면서 하나 알게 된 게 있어요. 값이 비싼 것들에는 공통점이 있었어요. 대체로 최근에 이름이 알려진 것들이었어요. 오래전부터 있던 성분은 여러 회사에서 만들어서 값이 내려가 있고, 새로 뜬 것은 만드는 곳이 적고 이야깃거리가 많아서 비싸요.
그런데 새로 나온 것일수록 사람들이 겪어본 시간이 짧아요. 오래 먹었을 때 어떤지는 아직 아무도 모르는 상태인 거예요. 그러니까 저는 가장 덜 알려진 것에 가장 많은 돈을 내고 있었던 셈이에요. 순서가 반대라고 느꼈어요.
물론 새로운 게 다 나쁘다는 이야기는 아니에요. 나중에 좋은 것으로 자리 잡는 것도 있겠죠. 다만 그걸 제가 먼저 시험해 볼 이유는 없더라고요. 저는 이 분야의 연구자가 아니고, 몇 년 기다린다고 손해 볼 일도 없으니까요.
몇 년 지나니 이름이 바뀌어 있었어요
이 생각을 굳히게 된 건 시간이 지나고 나서예요. 몇 년 전에 여기저기서 보이던 이름들이 지금은 잘 안 보여요. 대신 다른 이름이 그 자리에 있어요. 매장 진열대의 눈에 잘 띄는 칸에 놓인 것도 몇 년마다 바뀌더라고요.
한때 다들 이야기하던 게 조용해지는 걸 몇 번 보고 나니, 지금 한창인 것도 몇 년 뒤에는 비슷해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게 나빠서 사라지는 건지 그냥 새것에 관심이 옮겨가는 건지는 저도 모르겠어요. 다만 흐름이 반복된다는 건 눈에 보였어요.
한 가지 알아보게 된 신호도 있어요. 어느 날부터 여러 곳에서 같은 이름이 동시에 보이기 시작하면 그게 유행이 시작되는 지점이더라고요. 영상에서도 보이고, 마트 진열대 앞쪽으로 나오고, 아는 사람도 이야기를 꺼내요. 예전에는 이게 중요한 것이라는 신호로 읽혔는데, 지금은 반대로 읽어요. 알려지는 속도가 빠르다는 건 검증이 아니라 홍보가 빠르다는 뜻일 수도 있으니까요.
그동안 변하지 않은 것도 있어요. 잘 자고, 적당히 먹고, 몸을 움직이라는 이야기는 20년 전에도 지금도 똑같아요. 재미가 없어서 그렇지 이쪽이 훨씬 오래 검증된 셈이에요. 새로운 이름이 계속 등장하는 건 어쩌면 이 지루한 답을 사람들이 하기 싫어해서일지도 모르겠어요. 저도 그중 하나였고요.
이런 건 특히 조심하게 됐어요
그리고 겉모습에 관한 효과를 내세우는 제품은 더 조심하게 됐어요. 제가 샀던 것 중 하나도 안색이 좋아진다는 이야기가 따라다니던 것이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같은 성분을 주사로 맞는 경우도 있고 그게 문제가 된 일도 있더라고요.
저는 알약으로만 먹었으니 그런 이야기와 직접 관련은 없어요. 다만 어떤 성분에 그런 흐름이 붙어 있다는 걸 알고 나서는 마음이 편치 않았어요. 몸속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도 모르면서 남이 좋다니까 따라간 거였으니까요.
이런 건 인터넷에서 정할 일이 아니라는 게 제 결론이에요. 특히 주사나 시술이 얽힌 이야기라면 더 그렇고요. 저는 이제 이런 종류의 궁금증이 생기면 약국이나 병원에서 물어봐요. 답이 시원치 않아도 그게 후기 백 개보다 낫더라고요.
지금은 늦게 사요
지금 제 기준은 단순해요. 새로 이름이 알려진 건 일단 안 사요. 몇 년 지나서도 여전히 이야기가 나오고, 값이 내려와 있고, 여러 곳에서 만들고 있으면 그때 다시 봐요. 그러면 대개는 제가 관심을 잃은 뒤예요. 그것도 답이라고 생각해요.
가격도 반대로 봐요. 예전에는 비싼 걸 보면 좋은 것이겠거니 했는데, 지금은 왜 이렇게 비싼지를 먼저 생각해요. 대개 이유는 성능이 아니라 새로움이더라고요. 새로움에 돈을 내는 건 취미로는 괜찮은데 건강에 관해서는 좀 다른 이야기 같아요.
한도도 하나 정해뒀어요. 이 항목에 한 달에 얼마까지만 쓴다고 금액을 적어두는 거예요. 그러면 새로운 걸 넣으려면 뭔가를 빼야 해요. 예전에는 하나씩 추가만 하니까 늘기만 했는데, 총액이 정해져 있으면 비교를 하게 되더라고요. 이게 저 통보다 나을까 하고요. 이 질문 하나가 생기고 나서 충동구매가 확 줄었어요.
혹시 지금 값이 꽤 나가는 걸 챙겨 드시고 있다면, 그걸 고른 이유가 뭐였는지 한번 떠올려 보세요. 저는 그 답이 가격이었다는 걸 알고 나서 정리가 됐어요. 그리고 무엇을 더할지 정하기 전에 지금 몸 상태를 한 번 확인해 보시는 걸 권해요. 검진 결과를 보고 필요한 게 있으면 그건 전문가와 상의해서 정하는 게 맞고요. 저는 그 순서를 오랫동안 거꾸로 하고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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