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마드일상7 리스본에서 안경다리가 뚝 부러졌어요: 포르투갈어 간판 앞에서 헤맨 하루 안경다리가 뚝 부러진 순간아침에 눈을 뜨고 침대 옆 협탁에서 안경을 집는데 손에 뭔가 가벼운 느낌이 들었어요. 들어보니 오른쪽 다리가 경첩 부분에서 완전히 떨어져 나가 있었어요. 전날 밤 피곤해서 아무렇게나 벗어놓은 게 화근이었어요. 협탁 모서리에 살짝 걸렸는지, 아니면 그냥 몇 년 동안 쓰던 경첩이 수명을 다했는지 알 수 없었어요. 어느 쪽이든 결과는 같았어요. 안경 없이는 모니터 글자도 흐릿하게 보이는 근시라, 이 상황 자체가 바로 업무 중단이었어요.한국이었다면 별일 아니었을 거예요. 동네마다 안경점이 있고, 걸어서 5분이면 비슷한 테를 찾아 끼울 수 있었으니까요. 그런데 저는 그때 리스본에 있었어요. 머문 지 2주 정도 된 도시라 마트와 자주 가는 카페 정도만 겨우 익숙해진 상태였고, 안경점이 어디.. 2026. 10. 2. 정전 속 낯선 이웃의 노크, 양초 하나로 마음이 놓였다 현관문 두드리는 소리에 깜짝 놀랐어요. 이 숙소에서 아직 아는 사람이 한 명도 없었으니까요. 문을 열어보니 옆집 사람이 서 있었어요. 그 짧은 순간이 이 도시에서 지낸 며칠 중 가장 예상치 못한 순간이었어요.정전으로 어쩔 줄 모르고 있었다그날 저녁 갑자기 건물 전체가 정전됐어요. 노트북 배터리만 믿고 일을 하던 중이라 크게 당황했어요. 배터리도 얼마 안 남아 있었어요. 마감이 얼마 남지 않은 작업 중이라 더 초조했어요. 화면이 꺼지기 전에 최대한 저장부터 해두려고 급하게 손을 움직였어요. 저장 버튼을 몇 번이나 눌렀는지 모르겠어요. 혹시라도 작업한 내용이 날아갈까 봐 그 짧은 순간에도 신경이 곤두섰어요.두꺼비집을 찾아봐야 하는지, 관리실에 연락해야 하는지조차 몰랐어요. 낯선 숙소라 구조도 익숙하지 않았고.. 2026. 9. 30. 창가의 시든 화분 예닐곱 개, 결국 돌보는 법을 배웠다 이번 숙소 창가에도 작은 화분을 하나 놨어요. 며칠 전부터 잎이 누렇게 변하는 걸 보면서, 문득 이게 몇 번째 화분인지 세어보고 싶어졌어요. 창틀에 걸터앉아 시든 잎을 만지작거리다가, 이 반복되는 패턴을 한 번쯤 제대로 들여다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이번에도 결국 시들어버렸다새 숙소에 도착할 때마다 저는 꼭 작은 화분을 하나 사요. 방이 조금이라도 사람 사는 느낌이 나길 바라는 마음에서요. 첫 주는 물도 꼬박꼬박 주고, 햇빛 방향에 맞춰 자리도 옮겨주고 나름 정성을 들여요. 그런데 둘째 주쯤 되면 일이 바빠지면서 화분에 신경 쓰는 걸 자꾸 잊어버려요. 물을 며칠 걸러도 티가 안 나니까 괜찮겠지 하고 넘어가는 날이 늘어나요.그러다 어느 날 갑자기 잎이 축 늘어져 있는 걸 발견해요. 놀라서 물을 듬뿍 줘보.. 2026. 9. 27. 사진첩을 넘기다 몇 달째 내가 없다는 걸 알았어요: 혼자 찍는 습관 사진첩을 넘기다 이상한 걸 발견했어요휴대폰 사진첩을 정리하다가 최근 몇 달치를 쭉 넘겨봤어요. 음식 사진, 풍경 사진은 많은데 정작 제 얼굴이 나온 사진이 하나도 없었어요.처음엔 그냥 우연이겠거니 했어요. 그런데 한 달, 두 달, 세 달을 거슬러 올라가도 마찬가지였어요. 어느 순간부터 저는 사진 속 풍경의 일부가 아니라 그걸 찍는 사람으로만 존재하고 있었어요.예전 사진첩을 열어보니 몇 년 전만 해도 셀카나 누군가 찍어준 제 사진이 꽤 있었어요. 언제부터 이렇게 됐는지 정확히 기억도 안 났어요.날짜별로 훑어보다가 한 지점에서 뚝 끊긴 걸 알았어요. 그 이후로는 정말 단 한 장도 없었어요.그 지점이 정확히 어느 도시로 넘어가던 시기였는지도 떠올려봤어요. 신기하게도 혼자 다니는 일정이 유독 많아진 시기와 맞아.. 2026. 9. 26. 일과 쉼의 경계는 스스로 긋는 선이었어요 일이 언제 끝나는지 모르겠어요저는 일이 끝나는 시간이 딱히 없어요. 정해진 퇴근 시각이 있는 게 아니거든요. 예전에 어딘가에 속해 일할 때는 몇 시가 되면 일이 끝났어요. 자리를 정리하고 문을 나서면 그걸로 오늘 일은 마무리였어요. 그런데 지금은 그 선이 없어요. 노트북만 열면 언제든 일할 수 있으니, 뒤집어 보면 언제든 일하고 있는 셈이에요.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메일을 확인하고, 밥 먹다가도 일 생각을 하고, 밤에 누워서도 내일 할 일을 떠올려요. 일이 하루의 특정 시간에 담겨 있지 않고 온종일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거예요. 처음엔 이게 오히려 편하다고 생각했어요. 내가 원할 때 일하면 되니까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알게 됐어요. 원할 때 일할 수 있다는 건, 원치 않을 때도 일에서 못 벗어난다는.. 2026. 8. 3. 혼자 먹는 밥이 저를 돌보는 시간이 된 이유 끼니는 거의 혼자 해결해요저는 밥을 거의 혼자 먹어요. 이동하며 지내는 생활이라 곁에 늘 함께 밥 먹을 사람이 있는 게 아니거든요. 아는 사람 없는 도시에 도착하면 아침도 점심도 저녁도 대개 저 혼자예요. 처음엔 이게 좀 쓸쓸하게 느껴졌어요. 원래 밥이라는 건 누군가와 마주 앉아 이야기하며 먹는 거라고 생각했으니까요. 그런데 이제는 혼자 먹는 게 제 일상의 기본값이 됐어요. 하루 세 끼 중에 누군가와 함께 먹는 날이 오히려 드물어요. 그러다 보니 혼자 밥 먹는 일에 대해 나름대로 생각이 많아졌어요. 처음의 어색함부터 지금의 익숙함까지, 혼자 먹는 밥을 두고 저는 꽤 여러 단계를 지나온 것 같아요. 그 이야기를 좀 해볼까 해요. 별것 아닌 것 같지만, 저에게는 혼자 먹는 밥이 생각보다 많은 걸 알려준 시간.. 2026. 8. 2. 이전 1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