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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인드셋 & 웰니스 (Mindset & Wellness)

창가의 시든 화분 예닐곱 개, 결국 돌보는 법을 배웠다

by wellnomadness 2026. 9. 27.

이번 숙소 창가에도 작은 화분을 하나 놨어요. 며칠 전부터 잎이 누렇게 변하는 걸 보면서, 문득 이게 몇 번째 화분인지 세어보고 싶어졌어요. 창틀에 걸터앉아 시든 잎을 만지작거리다가, 이 반복되는 패턴을 한 번쯤 제대로 들여다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번에도 결국 시들어버렸다

새 숙소에 도착할 때마다 저는 꼭 작은 화분을 하나 사요. 방이 조금이라도 사람 사는 느낌이 나길 바라는 마음에서요. 첫 주는 물도 꼬박꼬박 주고, 햇빛 방향에 맞춰 자리도 옮겨주고 나름 정성을 들여요. 그런데 둘째 주쯤 되면 일이 바빠지면서 화분에 신경 쓰는 걸 자꾸 잊어버려요. 물을 며칠 걸러도 티가 안 나니까 괜찮겠지 하고 넘어가는 날이 늘어나요.

그러다 어느 날 갑자기 잎이 축 늘어져 있는 걸 발견해요. 놀라서 물을 듬뿍 줘보지만 이미 늦은 경우가 대부분이었어요. 이번 화분도 똑같은 과정을 그대로 밟고 있었어요. 창가에 앉아 시든 잎을 만지작거리다가, 문득 이게 도대체 몇 번째인지 궁금해졌어요. 뒤늦게 물을 줘도 잎은 다시 살아나지 않았고, 결국 화분은 며칠 뒤 쓰레기통행이 되는 게 매번 똑같은 결말이었어요. 그 결말을 알면서도 다음 숙소에서는 또 새 화분을 사는 저 자신이 신기할 정도였어요.

기억을 더듬어 지난 숙소들을 하나씩 떠올려봤어요. 정확한 숫자는 기억나지 않았지만, 적어도 예닐곱 개는 되는 것 같았어요. 매번 새 도시, 새 숙소마다 화분을 새로 사고, 몇 주 뒤엔 어김없이 시들게 만드는 패턴이 반복되고 있었어요. 어떤 숙소에서는 화분이 두 개나 연이어 죽어서, 세 번째는 아예 살 엄두도 못 냈던 기억도 났어요. 그때는 그냥 제가 너무 바빠서 그런 거라고 스스로를 다독였는데, 지금 돌아보면 그 바쁨은 매번 있었던 흔한 핑계에 가까웠어요.


화분 하나 못 키우면서 무슨 생각을 했나 싶었다

처음엔 그냥 웃어넘기려 했어요.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이게 단순히 식물을 못 키우는 문제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화분에 물 주는 것조차 며칠씩 잊어버릴 정도로, 제가 제 주변의 작은 것들을 잘 안 챙기고 있다는 신호처럼 느껴졌어요. 일이 바쁘다는 핑계로 정작 눈앞에 있는 생명 하나 돌보는 일도 뒷전으로 미루고 있었던 거예요. 노트북 화면 속 일정은 분 단위로 챙기면서, 창가의 화분 하나는 몇 주씩 잊고 지냈다는 게 이상하게 마음에 걸렸어요.

창가에 놓인 시든 화분의 잎을 살펴보는 남성의 손

화분을 볼 때마다 조금 부끄러워졌어요. 큰 목표나 일정은 꼼꼼히 챙기면서, 정작 매일 물 한 컵 주는 것 같은 작은 루틴은 계속 놓치고 있었다는 사실이 새삼스럽게 다가왔어요. 이게 화분에만 해당되는 얘기는 아니겠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제 몸이나 마음을 챙기는 일도 비슷한 방식으로 뒷전으로 밀려나고 있었던 건 아닐까 싶었어요. 끼니를 대충 때우거나, 운동을 미루거나, 가족에게 연락하는 걸 며칠씩 늦추는 것도 결국 같은 패턴처럼 보였어요. 급하지 않다는 이유로 계속 뒤로 밀려나다가, 어느 순간 돌이킬 수 없이 망가지고 나서야 알아채는 식이었어요.

동료 노마드에게 이 얘기를 했더니, 자기도 화분을 몇 개나 죽여봤다며 웃었어요. 그러면서 요즘은 아예 물을 자주 안 줘도 되는 식물만 고른다고 알려줬어요. 그 말을 듣고 나니, 문제는 제 의지력이 아니라 애초에 제 생활 방식에 안 맞는 식물을 고른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예쁘다는 이유로 매번 관리가 까다로운 화초를 골랐던 것도 돌아보게 됐어요. 정착해서 매일 같은 자리에 머무는 사람이라면 문제없을 선택이었겠지만, 몇 주마다 짐을 싸는 제 생활 방식에는 애초에 안 맞는 식물이었던 거예요.


이번엔 다른 방식으로 다시 시작했다

그 조언을 듣고 물을 자주 안 줘도 되는 다육식물 종류로 새로 하나를 들였어요. 일주일에 한 번, 요일을 정해놓고 그날만 물을 주기로 규칙도 정했어요. 매일 신경 쓰는 대신 정해진 날 하나만 기억하면 되니 훨씬 부담이 줄었어요. 화분을 고를 때도 예전처럼 예쁜 모양만 보고 고르지 않고, 점원에게 물은 얼마나 자주 줘야 하는지부터 물어보고 골랐어요. 기준이 하나 바뀌었을 뿐인데 그 뒤 관리가 훨씬 수월해졌어요. 점원이 추천해준 화분은 흙이 아니라 특수한 알갱이로 채워져 있어서 물을 줘도 넘칠 걱정이 없다는 것도 새로 알게 됐어요.

휴대폰 캘린더에도 그 요일마다 알림을 맞춰뒀어요. 알림이 울리면 화분뿐 아니라 그 김에 방 안도 한 번 환기시키고, 창문도 열어 햇빛이 잘 드는지 확인하는 습관도 같이 생겼어요. 화분 하나를 돌보는 일이 방 전체를 챙기는 작은 루틴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졌어요. 같은 알림에 스트레칭 5분이나 물 한 잔 마시기 같은 다른 작은 루틴도 슬쩍 끼워 넣었어요. 화분 알림 하나가 결국 제 하루 전체를 조금씩 정돈하는 계기가 된 셈이에요.

몇 주가 지난 지금, 이 다육식물은 아직 잎이 팽팽하고 색도 선명해요. 예전 같으면 벌써 시들었을 시점인데, 여전히 멀쩡한 걸 보면서 괜히 뿌듯한 마음이 들었어요. 작은 화분 하나 제대로 지켜내는 게 이렇게 기분 좋은 일인 줄은 예전엔 몰랐어요. 물 주는 요일마다 화분 상태를 사진으로 찍어 남겨두는 것도 새로운 습관이 됐어요. 몇 주치 사진을 나란히 놓고 보면 조금씩 자라는 게 눈에 보여서, 그 작은 변화를 확인하는 것 자체가 나름의 즐거움이 됐어요.

다음 숙소로 옮길 때 이 화분을 어떻게 할지도 미리 고민하기 시작했어요. 예전 같으면 그냥 버리고 새로 샀을 텐데, 이번엔 튼튼한 상자에 조심스럽게 포장해서 같이 데려가 볼 생각이에요. 짐이 하나 늘어나는 게 번거로울 수도 있지만, 몇 주 동안 정성 들여 키운 걸 그냥 버리고 가는 게 더 아깝게 느껴졌어요.


화분을 몇 개나 죽이고 나서야, 저는 이게 그냥 식물 문제가 아니라 제 생활을 돌보는 방식의 문제였다는 걸 알게 됐어요. 거창한 계획보다 작고 꾸준한 루틴 하나가 오히려 더 오래간다는 걸, 이 작은 다육식물을 통해 다시 배우고 있어요. 다음에 또 새 숙소로 옮기게 되면, 이번엔 화분부터 미리 어떤 종류를 고를지 고민하게 될 것 같아요. 예전 같으면 예쁜 걸 먼저 고르고 봤겠지만, 이제는 제 생활 방식에 맞는지를 먼저 따져보는 기준이 하나 더 생긴 셈이에요. 몇 개의 화분을 그렇게 떠나보내고 나서야 겨우 하나를 제대로 지켜내는 법을 배운 셈인데, 그 배움이 화분에서 끝나지 않고 제 하루 전체로 조금씩 번지고 있다는 게 스스로도 신기해요. 창가의 작은 화분 하나가 이렇게 많은 걸 되돌아보게 만들 줄은, 시든 잎을 처음 발견했던 그날은 전혀 몰랐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