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마드일상3 일과 쉼의 경계는 스스로 긋는 선이었어요 일이 언제 끝나는지 모르겠어요저는 일이 끝나는 시간이 딱히 없어요. 정해진 퇴근 시각이 있는 게 아니거든요. 예전에 어딘가에 속해 일할 때는 몇 시가 되면 일이 끝났어요. 자리를 정리하고 문을 나서면 그걸로 오늘 일은 마무리였어요. 그런데 지금은 그 선이 없어요. 노트북만 열면 언제든 일할 수 있으니, 뒤집어 보면 언제든 일하고 있는 셈이에요.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메일을 확인하고, 밥 먹다가도 일 생각을 하고, 밤에 누워서도 내일 할 일을 떠올려요. 일이 하루의 특정 시간에 담겨 있지 않고 온종일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거예요. 처음엔 이게 오히려 편하다고 생각했어요. 내가 원할 때 일하면 되니까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알게 됐어요. 원할 때 일할 수 있다는 건, 원치 않을 때도 일에서 못 벗어난다는.. 2026. 8. 3. 혼자 먹는 밥이 저를 돌보는 시간이 된 이유 끼니는 거의 혼자 해결해요저는 밥을 거의 혼자 먹어요. 이동하며 지내는 생활이라 곁에 늘 함께 밥 먹을 사람이 있는 게 아니거든요. 아는 사람 없는 도시에 도착하면 아침도 점심도 저녁도 대개 저 혼자예요. 처음엔 이게 좀 쓸쓸하게 느껴졌어요. 원래 밥이라는 건 누군가와 마주 앉아 이야기하며 먹는 거라고 생각했으니까요. 그런데 이제는 혼자 먹는 게 제 일상의 기본값이 됐어요. 하루 세 끼 중에 누군가와 함께 먹는 날이 오히려 드물어요. 그러다 보니 혼자 밥 먹는 일에 대해 나름대로 생각이 많아졌어요. 처음의 어색함부터 지금의 익숙함까지, 혼자 먹는 밥을 두고 저는 꽤 여러 단계를 지나온 것 같아요. 그 이야기를 좀 해볼까 해요. 별것 아닌 것 같지만, 저에게는 혼자 먹는 밥이 생각보다 많은 걸 알려준 시간.. 2026. 8. 2. 지도를 끄고 바람이 미는 쪽으로: 프라하 골목을 걸었던 오후 그날은 노트북을 두고 나왔어요프라하에 머물던 어느 오후, 저는 처음으로 노트북을 숙소에 두고 나왔어요. 평소의 저라면 있을 수 없는 일이에요. 어디를 가든 가방에 노트북이 들어 있어야 마음이 편한 사람이거든요. 그날은 창문을 열어놨는데 바람이 방 안까지 들어왔어요. 프라하성 쪽에서 구시가지로 내려가는 방향의 바람이었어요. 그 바람을 맞고 있으니 문득 아무 데도 정하지 않고 그냥 걷고 싶어졌어요. 지도 앱도 켜지 않았어요. 어차피 길을 잃어도 저녁에 돌아올 숙소 이름만 알면 되니까요. 휴대폰은 주머니에 넣고 손은 비운 채로 나섰어요. 지난 이십 년 동안 저는 늘 목적지를 정하고 최단 경로를 계산하며 움직이는 사람이었어요. 어디를 가든 몇 시까지 무엇을 하고 다음은 어디로 갈지가 머릿속에 짜여 있었어요. 여.. 2026. 4. 2.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