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마드생활5 옷 몇 벌로 사는 노마드의 빨래 옷이 몇 벌 안 돼요저는 옷이 몇 벌 없어요. 가진 걸 다 들고 다녀야 하니 옷장이라고 할 것도 없어요. 상의 몇 개, 하의 두어 개, 그걸 돌려가며 입어요. 처음 이렇게 다니기 시작할 때는 옷이 부족하면 불편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막상 해보니 생각보다 괜찮았어요. 사실 집에 옷장 가득 옷이 있어도 손이 가는 건 늘 몇 벌뿐이잖아요. 저는 그 몇 벌만 들고 다니는 셈이에요. 덕분에 아침에 뭘 입을지 고민할 일도 없어요. 어차피 선택지가 몇 개 안 되니까요. 그런데 옷이 적다는 건 편한 만큼 대가도 있어요. 같은 옷을 자주 입으니 그만큼 자주 빨아야 한다는 거예요. 옷이 많으면 며칠은 안 빨고 버틸 수 있는데, 저는 그럴 여유가 없어요. 입을 게 몇 벌 안 되니 조금만 미뤄도 바로 입을 옷이 떨어지거든요.. 2026. 8. 1. 받을 주소가 없다는 것 주소를 적는 칸에서 멈칫해요어떤 서류나 화면을 채우다 보면 늘 잠깐 멈칫하는 칸이 있어요. 주소를 적는 칸이에요. 대부분의 양식은 사람에게 고정된 집 하나가 있다고 전제하고 만들어져 있어요. 그런데 저는 몇 주, 길어야 몇 달 단위로 지내는 곳을 옮겨요. 그러니 여기에 뭘 적어야 하나 매번 고민이 돼요. 지금 묵고 있는 숙소 주소를 적자니 곧 떠날 곳이고, 그렇다고 딱히 내 집이라고 할 만한 곳도 없어요. 남들에게는 아무것도 아닌 그 칸이 저에게는 늘 애매한 질문이에요. 처음에는 이게 별일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이런 순간이 쌓이다 보니 알게 됐어요. 세상은 사람이 한곳에 산다는 걸 기본값으로 두고 돌아간다는 걸요. 그 기본값에서 벗어난 사람에게는 사소한 데서 자꾸 걸리는 게 생겨요. 주소라는 게 그저 위.. 2026. 7. 29. 낯선 나라에서 머리 자르기 노마드 생활에서 제일 겁났던 일여러 나라를 옮겨 다니며 살다 보면 크고 작은 일을 다 스스로 해결해야 해요. 낯선 곳에서 장을 보고, 교통편을 알아보고, 급하면 약국을 찾는 일에는 어느 정도 익숙해졌어요. 그런데 유독 오래도록 겁이 났던 일이 하나 있어요. 바로 머리를 자르는 거예요. 이상하게 들릴 수도 있어요. 그깟 머리 자르는 게 뭐가 무섭냐고요.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면 이게 꽤 부담스러운 일이에요. 우선 말이 잘 안 통해요. 원하는 걸 정확히 설명해야 하는데 그게 제일 어려워요. 게다가 한번 자르면 되돌릴 수가 없어요. 음식이 입에 안 맞으면 안 먹으면 그만이고, 숙소가 별로면 다음엔 다른 데 가면 돼요. 그런데 머리는 잘못 잘라도 몇 주 동안 그 상태로 다녀야 해요. 마음에 안 드는 결과를 몸에.. 2026. 7. 26. 어디가 제일 좋았냐는 질문에 매번 버벅여요: 도시가 두 종류로 나뉘거든요 어디가 제일 좋았냐는 질문을 자주 받아요이렇게 지낸다고 하면 거의 빠지지 않고 나오는 질문이 있어요. 그동안 다닌 데 중에 어디가 제일 좋았냐는 거예요.그런데 저는 이 질문에 매번 버벅여요. 한 곳을 못 고르겠어서요. 몇 초 생각하다가 결국 두세 곳을 말하게 되고, 그러면 상대도 좀 애매한 표정이 돼요.처음에는 제가 기억력이 나빠서 그런 줄 알았어요. 다녀온 곳이 쌓이니까 흐려지는 거라고요.그런데 몇 번 더 받아보고 알았어요. 문제는 제 답이 아니라 질문이 하나였다는 거였어요.질문하시는 분들이 기대하는 답이 어떤 건지도 알아요. 지명 하나와 짧은 이유요. 그게 대화가 이어지기 좋은 형태거든요. 그런데 제 안에서는 그 답이 안 만들어져요.그러다 언제부턴가 그냥 최근에 있었던 곳을 말하게 됐어요. 성의 없는.. 2026. 4. 5. 매번 식단이 다 바뀌는데 이것 하나는 안 바꿔요: 노마드의 아침 5분 매번 식사 시간부터 메뉴까지 달라졌어요나라를 옮길 때마다 먹는 것부터 완전히 달라졌어요. 아침을 든든하게 먹는 나라가 있는가 하면, 커피 한 잔으로 때우는 나라도 있었어요.밥때도 제각각이었어요. 어떤 나라는 저녁을 늦게 먹고, 어떤 나라는 초저녁에 다 끝나 있었어요. 제 몸은 여전히 이전 나라의 리듬에 맞춰져 있는데 말이에요.식재료도 낯설 때가 많았어요. 익숙한 채소나 과일이 없어서 대체할 걸 찾느라 시장을 몇 바퀴씩 돈 적도 있어요.숙소마다 조리 환경도 달랐어요. 주방이 잘 갖춰진 곳도 있었지만, 전자레인지 하나만 덜렁 있는 곳도 있었어요.그러다 보니 매 끼니가 작은 도전처럼 느껴질 때가 많았어요. 뭘 먹을지 정하는 것부터 이미 하루의 에너지를 조금씩 쓰고 있었던 거예요.한 나라에서 몇 달 지내다 다음.. 2026. 3. 30.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