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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마드라이프82

알약 열 개를 먹다가 한 달을 끊어봤어요: 남은 건 두 가지뿐이었습니다 한때 알약을 열 개 넘게 먹었어요마흔을 넘기고 몸이 예전 같지 않다고 느끼기 시작하면서 저는 보충제에 관심을 갖게 됐어요. 처음에는 한두 가지로 시작했는데, 어느 순간 아침마다 챙겨 먹는 알약이 열 개가 넘어가 있었어요. 미국은 이런 제품을 사기가 너무 쉬워요. 마트 한 통로가 전부 보충제고, 온라인에서는 며칠이면 집 앞에 도착하니까요.그중 하나가 베르베린이었어요. 미국식 식사를 하고 나면 오후에 몰려오는 졸음이 있었는데, 그걸 줄여준다는 이야기를 여러 곳에서 봤거든요. 실제로 먹기 시작한 뒤 몇 주 동안은 오후가 나아진 것 같았어요. 그래서 한동안 무거운 식사가 예정된 날이면 미리 챙겨 먹었어요.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어요. 먹는 게 늘어날수록 무엇이 효과가 있는지 알.. 2026. 5. 27.
붉은 빛 패널을 몇 달 써보고 알게 된 것: 효과보다 자리를 옮기는 15분 화면이 더는 안 읽히는 순간이 와요하루에 한 번쯤 글자가 눈에 안 들어오는 구간이 있어요. 문장을 읽었는데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서 다시 읽고, 또 읽고, 세 번째에야 이해가 되는 상태요. 시력의 문제라기보다는 눈이 그만하고 싶다고 말하는 것에 가까워요. 그런데도 저는 대개 그 신호를 무시하고 계속 앉아 있었어요.그러다 붉은 빛이 나오는 패널을 하나 샀어요. 미국에서는 이런 기기를 파는 곳이 많고 후기도 넘쳐나요. 광고 문구가 대단했어요. 세포가 어떻고 파장이 어떻고 하는 이야기들이었는데, 솔직히 말하면 저는 그 설명을 반도 이해하지 못한 채로 결제했어요. 무언가 사면 해결될 것 같은 기분이 있잖아요. 그때 제가 딱 그랬어요.기기는 생각보다 컸어요. 책상 옆 빈 벽에 세워두니 공간을 꽤 차지했고, 켜면 방.. 2026. 5. 26.
창문이 안 열리는 방에서 일해 보고 알게 된 것: 오후가 무거운 건 제 탓이 아니었어요 몇 시간 지나면 방이 무거워져요문을 닫고 한자리에서 2~3시간쯤 일하면 방의 공기가 달라지는 게 느껴져요. 딱히 답답하다고 표현하기도 애매한데, 머리가 한 겹 둔해지고 글이 잘 안 읽혀요. 저는 이걸 오랫동안 체력 문제라고 생각했어요. 잠을 덜 잤나, 점심을 많이 먹었나 하면서요.그래서 대응도 늘 제 몸 쪽으로 했어요. 뭘 더 마시거나, 잠깐 눕거나, 스트레칭을 하거나요. 방을 의심해 본 적은 한 번도 없었어요. 방은 아침에도 그대로였고 지금도 그대로니까 변수가 아니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아침의 방과 3시간 뒤의 방은 같은 방이 아니었어요.이게 특히 심했던 건 작은 방에서 일할 때였어요. 숙소가 원룸이거나 방 하나를 통째로 작업실로 쓰는 경우가 많은데, 공간이 좁을수록 그 무거워지는 속도가 빨라요. .. 2026. 5. 25.
말이 중심이 아닌 자리가 편했어요: 낯선 도시에서 사람 만나는 법을 바꾼 이야기 사흘 동안 몇 마디나 했는지 세어봤어요어느 날 문득 궁금해서 세어봤어요. 그날 제가 소리 내어 말한 게 몇 마디였는지요. 커피를 살 때 주문한 것, 배달 온 사람과 나눈 인사, 그게 전부였어요. 화상 회의가 없는 날이었거든요. 다음 날도 비슷했고 그다음 날도 그랬어요.그때까지 저는 제가 외롭다고 생각한 적이 없었어요. 일이 바빴고, 낮에는 메시지와 메일로 사람들과 계속 이야기하고 있었으니까요. 그런데 그건 글자였지 말이 아니었어요. 하루 종일 대화 같은 걸 했는데 정작 목소리를 낸 시간은 몇 분도 안 됐던 거예요.숫자로 보니까 확실히 이상했어요. 감정으로 느낄 때는 그냥 좀 조용한 시기려니 했는데, 세어보니 이건 시기의 문제가 아니라 제 생활 구조의 문제였어요. 지금 사는 방식대로면 아무 일이 없어도 말.. 2026. 5. 24.
환율을 하루에 열 번씩 보던 시절: 확인하는 것과 하는 것은 다르더라고요 하루에 몇 번이나 확인했는지 세어봤어요한동안 저는 환율을 하루에 열 번 넘게 봤어요. 수입은 달러로 들어오는데 지내는 나라의 물가는 그 나라 돈으로 계산되니까, 숫자 하나가 움직이면 제 한 달이 달라지거든요. 아침에 일어나서 보고, 일하다 보고, 자기 전에 또 봤어요.환율만 그런 게 아니었어요. 뉴스에서 경기 이야기가 나오면 끝까지 읽었고, 업계 소식도 챙겨 봤어요. 답을 기다리는 메일이 있으면 메일함을 몇 분마다 새로 고쳤고요. 그때는 이게 상황을 파악하는 성실함이라고 생각했어요.그렇게 된 계기는 있었어요. 한 도시에 몇 달 머무는 동안 환율이 꽤 움직인 적이 있는데, 같은 돈으로 살 수 있는 게 눈에 띄게 줄었거든요. 장을 볼 때마다 계산이 안 맞았어요. 그때 처음으로 이 숫자가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 2026. 5. 23.
영양제를 사다 달라는 부탁을 받고서야 병 뒷면을 읽었어요 사다 달라는 부탁을 받았어요한국에 있는 지인에게 부탁을 받은 적이 있어요. 미국에 계신 김에 영양제를 좀 사다 달라는 이야기였어요. 한국보다 값이 싸고 종류도 많다고 들었다면서요. 어렵지 않은 부탁이라고 생각했어요. 마트에 가서 집어 오면 되는 일이니까요.그런데 매장에 가서 막상 고르려니 손이 안 움직였어요. 같은 이름의 제품이 수십 가지였고, 값도 몇 달러짜리부터 수십 달러짜리까지 있었어요. 제 걸 살 때는 대충 집었는데, 남에게 줄 걸 고르려니 아무거나 집을 수가 없더라고요. 그날 저는 빈손으로 나왔어요.미국 것을 부탁하는 이유는 대체로 비슷해요. 용량이 크고 값이 싸다는 이야기를 들으셨거든요. 실제로 큰 통 하나 값이 한국에서 작은 통 사는 값과 비슷한 경우가 있어요. 저도 처음 왔을 때 그게 신기.. 2026. 5.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