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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생산성 (Productivity)

돈 달라는 말이 제일 어려웠어요

by wellnomadness 2026. 7. 28.

돈 달라는 말이 제일 어려웠어요

제 일을 직접 꾸리게 되면서 여러 가지를 배워야 했는데, 그중에 제일 배우기 힘들었던 게 돈 이야기를 꺼내는 거였어요. 일 자체는 어떻게든 해내요. 밤을 새워서라도 결과물은 만들어내요. 그런데 다 만들고 나서 이제 돈을 주세요, 하고 말하는 그 한마디가 저에게는 제일 어려웠어요. 왜 그런가 생각해보면, 저는 원래 부탁이나 요구를 잘 못 하는 사람이에요. 상대가 조금이라도 불편해할까 봐 신경이 쓰이고, 돈 이야기를 꺼내면 그동안 좋게 쌓아온 관계가 갑자기 삭막해지는 것 같았어요. 분명히 제가 받아야 할 돈인데도, 그 말을 하는 제가 뭔가 야박한 사람이 되는 기분이었어요. 그래서 처음에는 상대가 알아서 챙겨주기를 은근히 기다렸어요. 일만 잘하면 돈은 자연스럽게 따라올 거라고 믿었고요. 돌이켜보면 이건 실력하고는 상관없는 일이었어요. 아무리 결과물을 잘 만들어도, 그다음에 돈 이야기를 매끄럽게 못 하면 소용이 없더라고요. 그런데 이런 건 어디서도 배운 적이 없었어요. 일하는 법은 배웠는데, 일한 값을 당당하게 청구하는 법은 아무도 알려준 적이 없었어요. 저는 그걸 부딪혀가며 하나씩 배워야 했어요. 그리고 그 배움은 대체로 아프게 왔어요.


일은 끝났는데 돈이 안 들어왔어요

그런데 늘 그렇게 되지는 않았어요. 한번은 꽤 큰 작업을 끝내고 대금을 청구했는데, 돈이 감감무소식이었어요. 상대는 나쁜 사람은 아니었어요. 연락하면 아, 곧 드릴게요 하고 답이 왔어요. 그런데 그 곧이 일주일이 되고 이 주가 됐어요. 몇 번을 물어도 매번 비슷한 답만 돌아왔어요. 일부러 떼먹으려는 것 같지는 않았어요. 그냥 급하지 않으니 자꾸 뒤로 미루는 거였어요. 그쪽에서는 제 대금이 여러 처리할 일 중 하나였겠지만, 저에게는 그게 그달의 수입 전부일 때도 있었어요. 통장을 확인하는 게 습관이 됐고, 확인할 때마다 마음이 무거워졌어요. 이미 일은 다 넘겼으니 제가 쥐고 있는 카드도 없었어요. 결과물은 벌써 상대 손에 가 있고, 저는 그저 기다리는 입장이었어요. 그 무력한 기다림이 생각보다 사람을 지치게 하더라고요.


재촉 문자를 몇 번이나 고쳐 썼어요

그 시기에 제일 힘들었던 건 재촉하는 연락을 보내는 일이었어요. 문자 한 통을 쓰는데 몇 번이나 고쳐 썼어요. 너무 딱딱하면 관계가 상할까 봐 걱정됐고, 너무 부드러우면 또 흐지부지 넘어갈까 봐 걱정됐어요. 혹시 언제쯤 입금이 가능하실까요, 라고 썼다가 너무 재촉하는 것 같아서 지웠어요. 그러다 결국 바쁘실 텐데 죄송하지만, 같은 말을 앞에 잔뜩 붙이고 나서야 겨우 보냈어요. 제 돈을 달라고 하면서 제가 죄송하다고 하고 있었던 거예요. 지금 생각하면 좀 이상하죠. 잘못한 게 없는데 사과부터 하고 있었으니까요. 그런데 그때는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그 말을 꺼낼 수가 없었어요. 보내기 버튼을 누르기 전에 한참을 망설였고, 보내고 나서도 답이 올 때까지 괜히 마음이 졸였어요. 돈 달라는 말이 그렇게 무거운 말인 줄 그때 처음 알았어요.

보낼까 말까 망설이며 휴대폰으로 문자를 쓰는 모습


문제는 제 방식이었어요

그 일을 겪고 나서 곰곰이 생각해봤어요. 상대가 나쁜 사람도 아닌데 왜 이런 일이 생겼을까. 답은 제 방식에 있었어요. 저는 그때까지 일을 다 끝낸 다음에 한꺼번에 돈을 청구했어요. 계약서 같은 것도 제대로 없었고, 언제까지 얼마를 준다는 약속도 두루뭉술했어요. 그러니 상대 입장에서는 급할 게 없었던 거예요. 이미 결과물은 받았고, 언제까지 줘야 한다는 명확한 선도 없으니까요. 저는 상대가 돈을 안 준다고 서운해했지만, 사실은 제가 미루기 쉬운 구조를 만들어놓고 있었던 거예요. 돈을 제때 못 받은 게 상대의 양심 문제라기보다, 제가 아무 장치도 걸어두지 않은 탓이 컸어요. 이걸 인정하는 게 좀 씁쓸하긴 했어요. 남을 탓하는 것보다 제 허술함을 인정하는 게 더 불편하니까요. 그래도 이걸 알고 나니 뭘 바꿔야 할지는 분명해졌어요.


선금을 받기 시작했어요

그래서 방식을 바꿨어요. 일을 시작하기 전에 일부를 먼저 받아요. 그리고 작업을 몇 단계로 나눠서, 한 단계가 끝날 때마다 그만큼 받아요. 처음에는 이 말을 꺼내는 것도 어색했어요. 선금 이야기를 하면 상대가 저를 돈부터 밝히는 사람으로 볼까 봐 걱정됐거든요. 그래서 한동안은 말을 빙빙 돌리다가 겨우 꺼냈어요. 그런데 몇 번 해보니 이게 생각만큼 큰 이야기가 아니었어요. 대부분은 그러자고 하고 넘어갔고, 그걸로 관계가 서먹해지는 일도 없었어요. 도리어 시작 전에 조건을 분명히 해두니 서로 얼굴 붉힐 일이 줄었어요. 선금을 받고 나니 일하는 마음부터 달라졌어요. 상대도 이미 돈을 냈으니 서로 발을 맞춰 진행하게 됐고, 저도 대금을 떼일까 봐 조마조마할 일이 없어졌어요. 무엇보다 다 끝난 뒤에 돈 달라고 재촉하는, 그 제일 싫었던 순간이 사라졌어요. 물론 선금을 부담스러워하는 분도 가끔 있어요. 그러면 금액을 조금 조정하거나 단계를 더 잘게 나눠서 서로 부담을 줄여요.

일을 시작하기 전 마주 앉아 조건을 정하는 모습


돈은 부탁이 아니라 조건이었어요

지금 돌아보면, 제가 그렇게 괴로웠던 건 돈 받는 걸 부탁으로 여겼기 때문이었어요. 일을 잘해주면 상대가 고맙게 챙겨주는 것, 그런 호의처럼 생각했던 거예요. 그러니 그걸 달라고 하는 게 염치없는 부탁처럼 느껴졌고요. 그런데 선금 이야기를 먼저 꺼내면서 그 생각이 조금 바뀌었어요. 돈은 제가 사정해서 받아내는 호의가 아니라, 일을 시작할 때 서로 정해두는 조건이더라고요. 조건은 사과하며 부탁할 게 아니라 그냥 정하면 되는 거고요. 그렇게 생각하니 돈 이야기가 훨씬 가벼워졌어요. 여전히 저는 남에게 아쉬운 소리를 잘 못 해요. 그런데 돈 이야기만큼은, 그게 아쉬운 소리가 아니라 원래 처음에 정해야 하는 이야기라는 걸 알고 나니 전보다 훨씬 편하게 꺼내게 됐어요. 다 만든 뒤에 조마조마하며 재촉 문자를 고쳐 쓰던 그 밤들이, 이제 저에게는 없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