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 달러에 만들어드립니다
웹사이트 제작 일을 시작하면서 처음 낸 광고 문구가 그거였어요. 천 달러에 만들어드립니다. 프로모션이라는 말도 붙였어요. 그때 저는 이 일로 이름이 알려진 것도 아니었고, 보여줄 만한 작업물도 몇 개 없었어요. 가격 말고는 내세울 게 없다고 생각했어요. 실제로 효과가 있었어요. 문의가 들어오기 시작했고, 몇 달 만에 손이 부족할 만큼 일이 들어왔어요. 그 시기에 만든 사이트들이 나중에 제 포트폴리오가 됐으니, 그 선택 자체는 지금도 나쁘지 않았다고 생각해요. 다만 그 광고에는 한 줄이 빠져 있었어요. 언제까지인지가 없었어요. 프로모션이라고 써놓고 끝나는 날을 정하지 않은 거예요. 그때는 그게 문제가 될 거라고 생각도 못 했어요. 일이 들어오는 게 급했지 언제 끝낼지는 생각할 겨를이 없었어요.
그 가격이 기본값이 됐어요
반년쯤 지나니 상황이 달라져 있었어요. 문의가 들어오면 상대가 먼저 금액을 알고 연락해요. 천 달러 맞느냐고 확인부터 해요. 소개로 오는 분들도 마찬가지였어요. 저를 소개해준 사람이 이미 그 가격을 알려주고 넘긴 거예요. 그러니까 제 가격은 제가 정하는 게 아니라 이미 정해져 있는 상태로 대화가 시작됐어요. 한 해가 지날 무렵에는 그게 완전히 굳었어요. 그동안 제 작업 속도도 빨라졌고 다룰 수 있는 것도 늘었는데, 받는 돈만 그대로였어요. 일이 익숙해질수록 이상한 기분이 들었어요. 처음보다 더 잘 만드는데 왜 처음 가격을 받고 있지 싶었어요. 그렇다고 그 가격 덕분에 여기까지 온 게 아니라고 말할 수도 없었고요. 두 감정이 계속 부딪혔어요.
올릴 수가 없었어요
올려야겠다는 생각은 여러 번 했어요. 그런데 매번 막혔어요. 처음에는 미안해서라고 생각했는데, 시간이 지나고 보니 그게 아니었어요. 진짜 이유는 명분이 없다는 거였어요. 프로모션이라고 광고를 해놓고 그 프로모션이 언제 끝나는지는 말한 적이 없었어요. 그러니까 제가 어느 날 갑자기 가격을 올리면, 상대 입장에서는 아무 예고도 없이 값이 오른 게 돼요. 그동안 저를 소개해준 사람들에게도 설명하기가 애매했어요. 어제까지 천 달러라고 소개해줬는데 오늘부터 아니라고 하면 그 사람이 곤란해지잖아요. 결국 저는 새 손님에게만 조금 높게 부르는 식으로 어정쩡하게 다녔어요. 그러면 같은 일을 하면서 손님마다 값이 다른 상태가 돼요. 이게 오래가니 견적을 낼 때마다 신경이 쓰였어요. 이 사람에게는 얼마를 불렀는지 기억해야 했으니까요. 더 곤란한 건 두 손님이 서로 아는 사이일 때였어요. 실제로 한 번은 소개로 온 분이 먼저 온 분과 이야기를 나눈 모양이었어요. 대놓고 묻지는 않았지만 금액 이야기가 나올 때 분위기가 잠깐 어색해졌어요. 그날 이후로 이대로 두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확실해졌어요.

두 해 만에 같은 광고를 다시 냈어요
그렇게 두 해가 지났어요. 그때 제가 한 건 가격 인상 통보가 아니었어요. 광고를 다시 낸 거예요. 문구는 처음과 거의 같았어요. 천 달러에 만들어드립니다. 대신 두 줄을 더 넣었어요. 언제까지 진행하는 프로모션인지 날짜를 적었고, 그 날짜가 지나면 정상 금액으로 돌아간다는 문장을 넣었어요. 가격을 올리겠다고 말한 게 아니라, 원래 가격이 따로 있고 지금이 할인 기간이라는 사실을 그제야 제대로 밝힌 셈이에요. 사실 이건 처음부터 했어야 하는 일이었어요. 프로모션이라는 말에는 기한이 들어 있는 건데, 저는 그 말만 쓰고 기한은 비워뒀던 거예요. 그 광고를 올리기 전날 밤에 마음이 꽤 이상했어요. 항의하는 사람이 있으면 뭐라고 해야 하나, 문의가 뚝 끊기면 어쩌나 싶었어요. 문구를 몇 번이나 고쳤어요.
아무도 뭐라고 하지 않았어요
결론부터 말하면 아무 일도 없었어요. 항의한 사람은 한 명도 없었어요. 오히려 기한이 적혀 있으니 몇몇은 그 안에 하겠다고 서둘렀어요. 기존에 거래하던 분들 반응이 더 뜻밖이었어요. 당연한 거 아니냐는 식이었어요. 어떤 분은 그동안 너무 싸게 받은 거 아니냐고 했어요. 저 혼자 몇 달을 고민한 일이었는데, 상대에게는 별일이 아니었던 거예요. 지금 생각해보면 그럴 만해요. 사업을 하는 사람들이라 가격이 오르는 걸 이상하게 여기지 않아요. 그들도 자기 값을 받고 있으니까요. 이상하게 여긴 건 저뿐이었어요. 그 뒤로 한동안은 정해진 기간에만 프로모션을 하고 나머지 기간에는 정상 금액을 받았어요. 그렇게 하니 견적을 낼 때 머뭇거릴 일이 없어졌어요. 값을 부르는 게 편해진 것만으로도 일하는 게 한결 가벼워졌어요. 손님이 줄지 않았느냐고 하면, 솔직히 조금은 줄었어요. 다만 줄어든 쪽은 가격만 보고 연락했던 문의였어요. 남은 일은 오히려 진행이 수월했어요.

지금은 프로모션을 하지 않아요
그 방식으로 몇 해를 했어요. 정해진 기간에 프로모션을 열고, 끝나면 정상 금액으로 돌아가는 걸 반복했어요. 그러다 요즘은 프로모션 자체를 안 해요. 일 년 내내 같은 금액을 받아요. 처음 프로모션을 없앨 때는 문의가 뚝 끊길까 봐 걱정했는데 그렇지는 않았어요. 다음 프로모션을 기다리겠다는 분이 몇 있었고, 그중 일부는 결국 그냥 진행했어요.처음의 천 달러가 아까우냐고 하면 그건 아니에요. 그 가격으로 만든 사이트들이 아니었으면 그다음이 없었을 테니까요. 지나고 보니 저에게 문제였던 건 액수가 아니라 일이 들어오는 모양이었어요. 프로모션을 걸면 그 기간에만 몰리고 나머지는 비어요. 액수를 올려도 이 모양은 그대로였어요. 몰릴 때는 밤까지 붙잡고 있느라 만든 결과물이 마음에 안 들었고, 빌 때는 다음 프로모션 날짜만 생각하게 됐어요. 그래서 지금은 일이 고르게 들어오는 쪽을 택했어요. 어떤 달은 문의가 두어 건뿐이라 조용하지만, 그 조용함이 예측이 된다는 게 저에게는 더 중요해요. 여러 나라를 옮겨 다니며 일하다 보면 그달에 무슨 일이 얼마나 들어올지 대충이라도 알아야 움직일 수 있거든요. 그때 그 한 줄을 빠뜨린 덕분에 돌아서 알게 된 셈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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