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마인드셋 & 웰니스 (Mindset & Wellness)

좋다고 권했다가 아찔했던 일: 그 뒤로 남에게 방법을 권하지 않아요

by wellnomadness 2026. 4. 20.

한동안 24시간 단식에 빠져 있었어요

몇 년 전에 하루 한 끼만 먹거나 아예 24시간을 굶는 방식에 한동안 빠져 있었어요. 처음엔 그냥 체중을 좀 줄여보려고 시작했어요.

그런데 며칠 해보니 머리가 맑아지는 느낌이 들었어요. 오전에 배가 고파도 그 상태로 일을 하면 오히려 집중이 잘됐어요.

점심을 챙겨 먹으면 오후에 나른해지던 게 사라졌어요. 끼니를 건너뛰니 그 시간에 다른 걸 할 수 있는 것도 좋았어요.

이동하며 지내는 저에게는 편한 면도 있었어요. 낯선 도시에서 매 끼 뭘 먹을지 고민하는 일 자체가 줄어드니까요.

한두 달쯤 지나니 몸이 가벼워졌고, 아침에 일어나는 것도 한결 수월했어요. 저에게는 확실히 잘 맞는 방식이라고 느꼈어요.

그러다 보니 이게 대단한 걸 발견한 것처럼 느껴졌어요. 왜 사람들이 이걸 안 하는지 이해가 안 될 정도였어요.

그 시기엔 아침에 커피 한 잔만 마시고 오후 늦게까지 아무것도 안 먹는 날이 많았어요. 배에서 소리가 나도 그걸 오히려 잘하고 있다는 신호로 받아들였어요.

몸무게가 몇 킬로그램 빠지고 나니 확신은 더 커졌어요. 눈에 보이는 변화가 있으니 이 방식이 옳다고 믿게 된 거예요.


만나는 사람마다 권하고 다녔어요

그때부터 만나는 사람마다 이 이야기를 꺼냈어요. 같이 일하는 사람, 코워킹 스페이스에서 알게 된 사람, 오랜만에 연락된 친구까지요.

누가 요즘 피곤하다거나 집중이 안 된다고 하면 바로 이 방법을 권했어요. 내가 해봤는데 효과가 확실하다고, 한번 해보라고요.

상대가 망설이면 오히려 더 밀어붙였어요. 처음 며칠만 지나면 괜찮아진다고, 그 고비만 넘기면 된다고 설득했어요.

지금 생각하면 그때 저는 제 경험 하나를 근거로 확신하고 있었어요. 저에게 잘 맞았다는 사실을 모두에게 맞는다는 뜻으로 받아들인 거예요.

상대가 어떤 몸 상태인지, 무슨 약을 먹는지, 지병이 있는지는 물어본 적도 없었어요. 그냥 좋은 걸 알려준다는 생각만 앞섰어요.

누가 잘 맞는 것 같다고 하면 제 일처럼 뿌듯했어요. 반대로 별로였다고 하면 방법을 잘못 따라 한 거라고 생각했어요. 문제를 늘 상대 쪽에서 찾았어요.

한 번은 처음 만난 사람한테까지 30분 넘게 이 이야기를 한 적도 있어요. 상대는 별로 궁금해하지도 않았는데 제가 신나서 계속 설명했어요.


같이 지내던 분이 시도했다가 쓰러졌어요

그러다 한 도시에서 몇 주 같이 지내던 분이 제 말을 듣고 그 방식을 시작했어요. 첫날부터 아침도 점심도 건너뛰었어요.

오후에 같이 카페에 앉아 일을 하고 있었는데, 그분 얼굴이 점점 하얗게 질리는 게 보였어요. 말수도 줄고 손도 떨고 있었어요.

괜찮냐고 물었더니 잠깐 어지럽다고 했어요. 그러더니 자리에서 일어서다가 휘청하며 테이블을 짚었어요.

얼른 주스를 사다 마시게 하고 한참을 앉아서 쉬게 했어요. 다행히 30분쯤 지나니 얼굴색이 돌아왔어요.

그 30분 동안 저는 안절부절못했어요. 더 안 좋아지면 병원에 데려가야 하나, 여기 응급실은 어디인가 하는 생각만 계속 들었어요. 낯선 도시라 그런 상황이 더 무서웠어요.

카페 창가 테이블에 놓인 물 한 잔과 덮어 둔 노트북

나중에 이야기를 들어보니 그분은 원래 저혈당 기운이 있어서 끼니를 거르면 안 되는 사람이었어요. 그런 걸 저는 전혀 몰랐고, 물어볼 생각도 안 했던 거예요.

그분 입장에서는 제가 워낙 자신 있게 말하니 한번 믿어본 거였어요. 그 신뢰가 오히려 그분을 위험한 상황으로 밀어 넣은 셈이라 더 미안했어요.

그날 그분이 저에게 화를 낸 것도 아니었어요. 오히려 자기가 무리했다며 미안해했는데, 그게 더 마음에 걸렸어요.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도 그분은 제 눈치를 봤어요. 좋다고 해서 해봤는데 폐를 끼친 것 같다고요. 정작 무리한 방법을 자신 있게 권한 건 저였는데 말이에요.


그날 이후로 겁이 났어요

그 일이 있고 나서 며칠 동안 그 장면이 계속 떠올랐어요. 만약 카페가 아니라 길에서, 혼자 있을 때 그랬다면 어땠을까 싶었어요.

제가 권한 방식 때문에 누군가 다칠 수도 있었다는 게 뒤늦게 무섭게 느껴졌어요. 저는 그걸 그냥 좋은 정보를 나눈다고만 생각했으니까요.

그동안 제가 권했던 다른 사람들도 떠올랐어요. 그중에 무리하게 따라 한 사람이 또 있었는데 저한테 말을 안 한 건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들었어요.

몸에 관한 건 잘못되면 되돌리기 어려운 문제인데, 저는 그걸 너무 가볍게 다뤘어요. 효과가 있었다는 제 만족감에 취해 있었던 거예요.

그 뒤로 한동안은 그분에게 먼저 연락해서 컨디션이 어떤지 물어봤어요. 별일 없다는 답을 들어야 마음이 놓였어요.


사람마다 몸이 다르다는 걸 그제야 받아들였어요

그 일을 겪고 나서야 당연한 사실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게 됐어요. 저에게 맞은 방식이 다른 사람에게도 맞으리란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는 거예요.

나이도, 지병도, 평소 식사량도, 그날의 컨디션도 사람마다 다 달라요. 저는 그 모든 변수를 무시하고 결과만 보고 말했던 거예요.

제 경험은 표본이 한 명짜리였어요. 그걸로 확신하기엔 턱없이 부족한 근거였는데, 당시엔 그게 강력한 증거처럼 느껴졌어요.

사실 저조차도 그 방식을 몇 년 유지하다 보니 어떤 시기엔 오히려 기운이 없고 예민해졌어요. 저에게도 항상 맞는 건 아니었던 거예요.

지금은 그 방식을 느슨하게만 이어가요. 몸이 안 좋다 싶으면 그냥 제때 챙겨 먹어요. 규칙에 저를 맞추지 않게 됐어요.

이동을 많이 하는 생활에서는 컨디션이 더 자주 흔들려요. 시차나 날씨가 바뀔 때마다 몸이 반응이 다른데, 그런 날 무리해서 규칙을 지키면 그날 일까지 같이 무너졌어요.

한 가지 방식이 모든 상황에 맞을 수 없다는 걸 저 자신을 통해서도 배운 셈이에요. 남에게 권하기 전에 저부터 그 사실을 인정해야 했어요.


지금은 남에게 방법을 권하지 않아요

그 뒤로는 누가 피곤하다거나 컨디션이 안 좋다고 해도 먼저 방법을 권하지 않아요. 예전 같으면 바로 이거 해보라고 했을 상황에서도요.

상대가 먼저 물어보면 그제야 제가 뭘 했는지만 담담하게 말해요. 그리고 꼭 덧붙여요. 저에게 맞았을 뿐이고, 시작하기 전에 본인 몸 상태를 아는 사람에게 확인해 보라고요.

효과를 부풀리지도 않아요. 좋았던 점만큼 힘들었던 점도 같이 말해요. 그래야 상대가 제대로 판단할 수 있으니까요.

누군가를 돕고 싶은 마음 자체가 나빴던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다만 그 마음이 앞서서 상대의 몸을 고려하지 않았던 게 문제였어요.

주변에도 자기한테 잘 맞은 운동이나 식단을 열심히 권하는 사람이 많아요. 예전의 제 모습이 보여서 이제는 그런 말을 들으면 조용히 웃고 넘겨요.

좋은 걸 나누고 싶으면 방법을 던지기보다 그 사람 이야기를 먼저 듣는 게 맞다는 것도 알게 됐어요. 상대가 뭘 필요로 하는지도 모르고 답부터 내밀었던 거니까요.

그날 카페에서 휘청이던 그분의 얼굴을 저는 아직도 기억해요. 좋은 걸 나눈다는 생각이 어떻게 위험해질 수 있는지, 그 표정이 저에게 알려줬어요.

그 뒤로 몇 년이 지났지만 이 습관은 지금도 지켜요. 제 몸에 잘 맞는 게 생겨도 이제는 혼자 조용히 이어갈 뿐, 굳이 남에게 권하지 않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