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마인드셋 & 웰니스 (Mindset & Wellness)

머리 빠지는 원인을 몇 년 찾다가 그만뒀어요: 가릴 수가 없더라고요

by wellnomadness 2026. 4. 18.

배수구에 머리카락이 늘었어요

어느 시기부터 머리를 감고 나면 배수구에 남는 게 많아졌어요. 처음에는 그냥 그런 날인가 했는데 며칠 계속됐어요.

그러고 나서 거울을 자세히 봤어요. 앞쪽이 예전보다 물러나 있는 것 같았어요. 확실한 건지 제가 그렇게 보려고 해서 그렇게 보이는 건지 알 수가 없었고요.

사진을 찾아봤어요. 몇 년 전 사진과 지금을 나란히 놓고 봤는데 그것도 애매했어요. 각도와 조명이 다르니까요.

그때부터 몇 년 동안 원인을 찾으려고 했어요. 결론부터 말하면 못 찾았어요.

미용실에서 알게 되는 경우도 있어요. 자르는 분이 뒤쪽을 보여주시는데 제가 평소에 못 보던 각도잖아요. 그때 좀 당황했어요.

그 뒤로 한동안 사진 찍히는 걸 피했어요. 특히 위에서 찍는 각도요. 지금 생각하면 그게 제일 쓸데없는 대응이었어요.


물부터 의심했어요

제일 먼저 떠오른 건 물이었어요. 미국에 온 뒤로 시작된 것 같았거든요.

여기 물이 한국과 다르다는 이야기는 여러 번 들었어요. 실제로 씻고 나면 느낌이 달라요. 머리가 뻣뻣해지고 비누가 잘 안 헹궈지는 것 같은 날이 있어요.

그래서 물을 걸러주는 걸 달아봤어요. 몇 달 써봤는데 느낌은 조금 나아진 것 같았어요. 다만 배수구에 남는 양이 줄었는지는 모르겠더라고요.

그리고 도시를 옮기면서 그것도 끝났어요. 다음 숙소에는 못 달았거든요. 남의 집이니 마음대로 손댈 수가 없었어요.

주변에서 들은 이야기도 제각각이었어요. 물이 문제라는 분도 있고 아니라는 분도 있어요. 누구 말이 맞는지 알 방법이 없으니 들을수록 헷갈렸어요.

그리고 필터를 달면서 샴푸도 같이 바꿨어요. 나중에 생각하니 이것부터가 문제였어요. 두 개를 동시에 바꿨으니 뭐가 어떤 결과를 냈는지 알 수가 없잖아요.


확인할 방법이 없었어요

시간이 지나면서 알게 된 건 제가 이걸 확인할 수 있는 처지가 아니라는 거였어요.

뭔가를 알아내려면 하나만 바꾸고 나머지를 그대로 둬야 하잖아요. 그런데 제 생활은 그게 안 돼요.

도시를 옮기면 물이 바뀌고 음식이 바뀌고 자는 시간이 바뀌어요. 일이 몰리는 시기와 한가한 시기도 겹치고요. 몇 달마다 조건이 통째로 갈아엎어지는 거예요.

그러니 뭘 해보고 나아진 것 같아도 그게 그것 때문인지 알 수가 없어요. 그 사이에 다섯 가지가 같이 달라졌으니까요.

한곳에 사는 사람이면 조건 하나만 바꿔보고 몇 달 지켜볼 수 있어요. 저는 그 몇 달을 같은 조건으로 유지하는 것 자체가 안 되더라고요.

계절도 변수예요. 계절에 따라 빠지는 양이 다르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저는 계절이 다른 나라를 오가니까 그 주기도 어긋나요. 여름을 두 번 겪은 해도 있었어요.

나이도 있어요. 이 몇 년 사이에 저는 나이를 먹었잖아요. 그게 얼마나 작용했는지도 못 가려요. 어차피 그건 되돌릴 수 있는 변수도 아니고요.

그리고 저는 비교할 대상도 없어요. 같은 조건에서 지낸 제가 하나 더 있어야 뭐가 달랐는지 알 텐데 그런 건 없잖아요. 결국 제 기억과 몇 년 전 사진뿐인데 둘 다 믿기 어려워요.

욕실 세면대 거울 앞에서 머리를 살펴보는 아침


그래도 몇 가지는 해봤어요

그렇다고 아무것도 안 한 건 아니에요. 몇 년 동안 이것저것 해봤어요.

감는 방법을 바꿔봤어요. 물 온도를 낮추고 헹구는 시간을 늘렸어요. 이건 지금도 하고 있어요. 돈이 안 들고 손해 볼 게 없어서요.

먹는 걸로도 해봤어요. 뭐가 좋다고 해서 몇 가지를 챙겨 먹었어요. 그런데 이건 제가 이미 다른 데서 겪은 게 있어서 오래 안 갔어요. 늘리기만 하고 확인은 못 하는 상태가 되는 게 싫었거든요.

그리고 모자를 쓰기 시작했어요. 여기 햇빛이 세서요. 이건 효과 때문이라기보다 그냥 뜨거워서 쓰게 됐어요. 결과적으로 잘한 것 같긴 한데 이것도 확인은 못 했어요.

공통점을 보면 제가 계속하고 있는 건 전부 값이 안 드는 것들이에요. 확인이 안 되니까 비싼 건 오래 못 하겠더라고요.

한동안은 매일 상태를 적어두기도 했어요. 그런데 이것도 오래 못 갔어요. 매일 봐도 변화가 워낙 느려서 적는 게 무의미하게 느껴졌거든요.

빗을 바꾸거나 말리는 방식을 바꾼 것도 있어요. 뜨거운 바람을 덜 쓰게 됐고요. 이건 지금도 유지하는데 역시 확인은 못 했어요.


쓰던 걸 계속 쓰는 게 어려웠어요

하나 더 어려웠던 게 있어요. 뭘 정해놓고 계속 쓰는 거요.

괜찮은 것 같은 걸 찾아도 다음 도시에서 그걸 못 구하는 경우가 많아요. 같은 이름으로 파는데 내용물이 다른 경우도 있고요.

그러면 또 그 나라에서 파는 걸로 바꿔요. 몇 달마다 바꾸다 보면 뭘 쓰고 있었는지도 흐려져요.

지금은 부피가 작은 건 여러 개 사서 들고 다녀요. 짐이 늘긴 하는데 계속 바뀌는 것보다는 낫다고 판단했어요. 큰 건 어차피 못 들고 다니니 포기했고요.

이것도 원인을 밝히려는 건 아니에요. 최소한 이건 안 바뀌었다고 말할 수 있는 걸 몇 개 만들어두는 거예요.

물건을 미리 사두는 것도 한계가 있어요. 액체류는 비행기에 들고 타는 게 제한되니까요. 부치는 짐에 넣으면 새는 경우도 있었고요.


남에게 묻기가 어려웠어요

이 이야기를 주변에 잘 못 꺼냈다는 것도 적어두고 싶어요.

또래 남자들끼리는 이런 걸 농담으로 넘겨요. 진지하게 말하면 분위기가 이상해지니까 저도 웃고 넘겼어요.

그러다 보니 실제로 어떻게 하고 있는지는 서로 모르는 채로 지내요. 나중에 알고 보니 몇 명은 저보다 훨씬 오래 신경 쓰고 있었더라고요.

그 이야기를 그때 했으면 몇 년을 아꼈을 것 같아요. 적어도 저만 이런 게 아니라는 건 알았을 테니까요.

그리고 머리 말고 다른 데도 같이 달라졌거나 갑자기 많이 빠진다면 그건 다른 이야기일 수 있다고 들었어요. 저는 그런 경우가 아니었지만 그건 저 혼자 판단한 게 아니에요.

인터넷에서 보는 이야기도 도움이 안 됐어요. 심각한 경우와 아무것도 아닌 경우가 같이 나오는데 제가 어느 쪽인지를 모르겠더라고요. 읽을수록 불안만 커졌어요.


못 밝히는 것도 결과였어요

몇 년 지나고 나서 이 문제를 대하는 방식이 달라졌어요.

저는 원인을 밝히면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물인지 나이인지 스트레스인지만 알면 대응할 수 있다고요. 그런데 제 생활에서는 그걸 가리는 게 애초에 불가능했어요.

그걸 인정하고 나니 오히려 편해졌어요. 못 밝힌다는 것도 하나의 답이더라고요. 계속 밝히려고 애쓰면서 이것저것 사들이는 것보다는 낫고요.

지금은 값이 안 들고 손해 볼 게 없는 것 몇 개만 유지해요. 나머지는 안 해요. 효과를 확인할 수 없는 것에 계속 돈을 쓰는 게 제일 소모적이라고 생각하게 됐어요.

이 태도가 다른 데로도 번졌어요. 몸에 뭔가 달라진 게 있으면 이제 원인부터 찾지 않아요. 대신 언제부터인지, 어떤 상황에서 심한지를 적어둬요. 그게 나중에 누군가에게 설명할 때 훨씬 쓸모가 있더라고요.

혹시 비슷한 걸 겪으면서 원인을 찾고 계신다면, 조건이 자주 바뀌는 생활이라면 못 찾을 수도 있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저는 그걸 몇 년 만에 받아들였는데, 못 찾은 게 제가 게을러서는 아니었어요. 조건이 매번 달라지는 자리에서는 원래 안 가려지는 것이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