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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인드셋 & 웰니스 (Mindset & Wellness)

오후 4시에 해가 지는 도시에서 겨울을 났어요: 낮 길이를 안 보고 정한 대가

by wellnomadness 2026. 4. 23.

오후 4시에 해가 졌어요

몇 년 전 겨울을 북쪽 도시에서 보낸 적이 있어요. 여름에 가서 좋았던 곳이라 겨울에도 괜찮을 줄 알았어요.

11월쯤부터 이상했어요. 오후 4시가 조금 넘으면 밖이 어두워져요. 아직 일하는 중인데 창밖은 이미 밤이에요.

아침도 늦게 밝았어요. 8시가 넘어도 어스름해요. 그러니까 밝은 시간이 하루에 몇 시간밖에 없는 거예요.

저는 그때까지 낮 길이를 생각해 본 적이 없었어요. 한국에서 자랐고 그 뒤로도 대체로 비슷한 위도에 살았으니까요.

여름에 그 도시가 마음에 들었던 이유 중 하나가 저녁이 길다는 거였어요. 일 끝나고 나가도 밖이 환하니까 하루가 넉넉했어요. 그 기억만 가지고 겨울에 다시 간 거예요.

도착한 게 가을이라 처음에는 몰랐어요. 조금씩 짧아지는 건 매일 겪으면 눈에 안 띄어요. 어느 날 갑자기 어둡다고 느꼈을 때는 이미 한참 짧아진 뒤였어요.


처음에는 뭐가 문제인지 몰랐어요

그 겨울에 컨디션이 안 좋았어요. 아침에 못 일어나고 오후에 처지고 저녁에는 아무것도 하기 싫었어요.

이유를 딴 데서 찾았어요. 일이 많아서, 숙소가 안 맞아서, 운동을 안 해서요. 그때그때 하나씩 손봤는데 나아지지 않았어요.

그러다 봄이 오니까 저절로 괜찮아졌어요. 특별히 뭘 한 게 없는데요. 그때 처음으로 계절을 의심했어요.

다음 해에 같은 도시에서 또 겨울을 났는데 똑같았어요. 두 번 겪고 나서야 확실해졌어요.

주변에 물어보니 여기 사람들은 다들 그러려니 하더라고요. 겨울이니까 그런 거라고요. 평생 겪은 사람들에게는 설명할 일이 아닌 거예요. 저처럼 처음 겪는 사람만 이유를 찾고 있었어요.

그리고 그 도시에서는 겨울에 실내 모임이 많아요. 다들 그 계절을 그렇게 보내는 방식이 있는 거였어요. 저는 그 방식을 모른 채로 여름처럼 지내려고 했어요.

오후인데 이미 어두워진 창밖과 아직 켜져 있는 노트북


하루가 짧아진 게 아니라 밀렸어요

뭐가 달라지는지 들여다봤더니 하루가 통째로 밀려 있었어요.

아침에 어두우니까 일어나는 시간이 늦어져요. 알람은 같은데 몸이 안 일어나요. 그렇게 30분씩 밀리면 오전이 짧아지고요.

저녁은 반대로 길어져요. 4시부터 밤이니까 저녁이 아주 길게 느껴져요. 그러다 늦게 자고 다음 날 또 늦게 일어나요.

며칠이면 몰라도 몇 달 이러니까 리듬이 완전히 옮겨가요. 그리고 이건 제가 게을러서가 아니었어요. 밖이 어두우면 몸이 그렇게 반응하더라고요.

일도 그 시간대를 따라갔어요. 오전에 하던 걸 오후로 옮기고 오후에 하던 걸 밤으로 옮겼어요. 그러면 고객과 겹치는 시간이 또 어긋나요.

주말이 특히 흐트러졌어요. 평일에는 일정이 있으니 억지로라도 맞추는데 주말에는 그게 없어요. 일어나 보면 이미 어둑해지고 있는 날도 있었어요.

시차가 있는 고객과 일할 때는 더 꼬였어요. 저쪽 오전에 맞추려면 제 저녁에 통화해야 하는데, 그 시각이 겨울에는 한밤중처럼 느껴져요. 시계는 같은데 체감이 다르니까요.


밖에 나가는 횟수가 줄었어요

더 큰 문제는 밖에 안 나가게 된다는 거였어요.

밝을 때 나가야 나가는데 밝은 시간이 짧아요. 그 시간에는 대개 일하고 있고요. 일이 끝나면 이미 어둡고 춥고요.

그러다 보면 하루 종일 실내에 있게 돼요. 며칠씩 그런 날이 이어지고요.

그 겨울에 걷는 거리가 확 줄었어요. 여름에 자주 다니던 곳을 겨울에는 한 번도 안 갔어요. 같은 도시인데 제 생활 범위가 달라진 거예요.

사람 만나는 것도 줄었어요. 어두워지면 나가기가 싫어지니까 약속을 안 잡게 되더라고요.

장을 보는 것도 미루게 됐어요. 나가는 게 일이니까 한 번에 많이 사 오고, 그러다 보니 밖에 나갈 이유가 더 없어져요. 편해지려고 한 게 결과적으로 안 나가는 이유가 됐어요.

그 겨울이 지나고 봄에 밖을 걸었을 때가 기억나요. 특별한 날이 아니었는데 기분이 확 달랐어요. 그제야 몇 달 동안 제가 뭘 안 하고 있었는지 알겠더라고요.


정반대인 곳도 겪었어요

나중에 반대인 경우도 겪었어요. 여름에 북쪽에 있었는데 밤 10시가 넘어도 밖이 밝았어요.

처음에는 좋았어요. 하루가 길게 느껴지고 저녁에 뭘 해도 시간이 남는 것 같았어요.

그런데 잠드는 게 어려웠어요. 밖이 밝으니 잘 시간이라는 느낌이 안 와요. 커튼을 쳐도 틈으로 빛이 들어오고요.

그때 알았어요. 빛이 적어도 문제고 많아도 문제구나 하고요. 제가 익숙한 건 그 사이 어디쯤이었던 거예요.

그 뒤로 이동할 때 계절을 같이 봐요. 여름의 그 도시와 겨울의 그 도시는 사실상 다른 곳이더라고요.

위도가 비슷해도 날씨에 따라 또 달라요. 흐린 날이 많은 곳은 낮이 길어도 밝지 않아요. 해가 떠 있는 시간과 실제로 밝은 시간이 다르다는 걸 그때 알았어요.

이 두 경험을 겪고 나서 계절이라는 말을 좀 다르게 쓰게 됐어요. 예전에는 춥다 덥다의 문제였는데 지금은 밝은 시간이 얼마나 되느냐가 먼저 떠올라요. 옷차림보다 그게 하루에 영향을 더 많이 주더라고요.


지금은 도시를 고를 때 낮 길이를 봐요

지금은 어디에 얼마나 머물지 정할 때 확인하는 게 하나 늘었어요. 그 시기 그곳의 해 뜨고 지는 시각이요.

물가나 인터넷이나 체류 조건 같은 건 원래 봤어요. 그런데 이건 안 봤어요. 눈에 안 보이는 조건이라 그랬던 것 같아요.

겨울에는 되도록 낮이 긴 쪽으로 움직여요. 늘 되는 건 아니에요. 일 때문에 어디 있어야 하는 경우가 있으니까요.

그럴 때는 미리 알고 갑니다. 이번 겨울은 어두울 거라고요. 알고 겪는 것과 모르고 겪는 게 달라요. 컨디션이 나빠져도 제가 뭘 잘못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게 되거든요.

그리고 그 시기에는 일정을 덜 잡아요. 어차피 진도가 덜 나가니까 처음부터 적게 잡는 거예요.

머무는 기간도 그 기준으로 정해요. 어두운 계절이면 짧게 있고, 밝은 계절이면 길게 있는 식이요. 예전에는 일정이나 값만 보고 정했는데 지금은 여기까지 봐요.

그리고 그 시기에는 오전 시간을 비워둬요. 어차피 늦게 시작하게 되니까 오전에 약속을 안 잡아요. 못 지킬 계획을 세우고 못 지키는 것보다 처음부터 안 잡는 게 낫더라고요.


해 뜨는 시각은 제가 정하는 게 아니었어요

이 일에서 배운 게 하나 있어요. 제가 조절할 수 있는 게 있고 없는 게 있다는 거요.

몇 시에 자고 뭘 먹을지는 제가 정해요. 그런데 해가 몇 시에 뜨는지는 제가 어떻게 할 수 없어요. 그건 제가 어디에 있느냐로만 정해져요.

그래서 그건 습관으로 이기려고 하지 않아요. 대신 그게 어떤 조건인지 미리 알고 거기에 맞춰요.

겨울마다 기분이 많이 가라앉거나 일상이 어려울 정도라면 그건 혼자 판단할 일이 아니라고 들었어요. 저는 그 정도는 아니었는데도 그 두 번의 겨울이 꽤 길게 느껴졌으니까요.

그래서 요즘은 컨디션이 나쁠 때 저를 먼저 의심하지 않아요. 그달에 뭐가 달라졌는지부터 봐요. 계절이나 위치처럼 제가 정하지 않은 것들이 생각보다 많이 걸려 있었어요.

혹시 이동하며 지내신다면 다음 목적지를 정할 때 그곳의 그 계절 낮 길이를 한 번 보시면 좋겠어요. 저는 그걸 안 보고 두 번의 겨울을 보냈어요. 여름에 좋았던 도시가 겨울에도 좋을 거라는 게 제 착각이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