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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인드셋 & 웰니스 (Mindset & Wellness)

한 잔이 같은 한 잔이 아니었어요: 도시를 옮길 때마다 컨디션이 달라진 이유

by wellnomadness 2026. 4. 30.

도시를 옮기면 몸이 달라졌어요

한동안 이상한 일이 있었어요. 도시를 옮길 때마다 컨디션이 달라지는데 그 방향이 일정하지가 않았어요. 어떤 도시에서는 밤에 잠이 잘 안 오고 낮에 가슴이 두근거렸어요. 다른 도시로 가면 그게 없어지고 대신 오후가 축 처졌고요.

처음에는 시차 때문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다음에는 날씨나 숙소 탓을 했고요. 그런데 시차가 거의 없는 도시로 옮겼는데도 같은 일이 반복되니까 그 설명이 안 맞더라고요. 몇 년 동안 이유를 모른 채 지냈어요.

그동안 대응은 늘 엉뚱한 쪽으로 했어요. 잠이 안 오면 침구를 바꿔보고, 오후가 처지면 점심 메뉴를 바꿔봤어요. 그때그때 뭔가를 손보긴 했는데 원인을 모르니 효과가 있는지도 알 수 없었어요. 도시를 옮기면 또 상황이 달라지니 비교도 안 됐고요.

답을 알게 된 건 우연이었어요. 오랜만에 한국에 갔을 때 커피를 시켰는데 잔이 작게 느껴졌어요. 미국에서 마시던 것에 익숙해져 있었던 거예요. 그때 처음으로 생각했어요. 내가 그동안 마신 커피의 양이 도시마다 달랐던 건 아닐까. 그전까지는 커피를 변수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었어요. 매일 마시는 거니까 늘 같은 조건이라고 여겼거든요.


한 잔이 같은 한 잔이 아니었어요

알아보고 나서 좀 놀랐어요. 나라마다 기본으로 나오는 잔의 크기가 꽤 다르더라고요. 미국에서 그냥 한 잔 달라고 하면 나오는 컵이 다른 나라의 큰 사이즈보다 큰 경우가 있어요. 반대로 이탈리아에서 커피를 시키면 아주 작은 잔에 조금 나와요.

내용물도 달라요. 어떤 곳은 오래 내린 커피를 큰 잔에 담아 주고, 어떤 곳은 진하게 뽑은 것을 소량으로 줘요. 그래서 잔의 크기만 봐서도 안 되고, 진하기만 봐서도 안 돼요. 저는 이걸 구분하지 않고 그냥 몇 잔 마셨는지만 세고 있었어요.

그러니까 제가 하루 세 잔을 마신다고 할 때, 그 세 잔이 도시마다 완전히 다른 양이었던 거예요. 저는 습관을 똑같이 유지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실제로는 도시를 옮길 때마다 섭취량이 크게 오르내리고 있었어요. 몸이 달라진 게 아니라 들어가는 게 달라진 거였어요.

크기가 제각각인 커피잔 여러 개가 나란히 놓인 카페 테이블


잔 수를 세는 건 소용없었어요

이걸 알고 나서 제일 먼저 한 건 세는 방식을 버린 거예요. 하루 몇 잔이라는 기준이 저에게는 의미가 없었으니까요. 같은 숫자가 도시마다 다른 뜻이면 그건 기준이 아니잖아요.

대신 시간을 기준으로 바꿨어요. 오후 늦게는 안 마시는 걸로요. 몇 시 이후로 정할지는 몇 달 시행착오를 거쳤어요. 처음에는 저녁까지 마셔도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밤에 잠드는 시간을 며칠 적어보니 그렇지 않더라고요.

이 기준이 좋은 건 어느 나라에서나 똑같이 적용된다는 점이에요. 잔의 크기나 진하기와 상관없이 시계만 보면 되니까요. 이동하는 사람에게는 이렇게 환경을 안 타는 규칙이 결국 살아남더라고요. 복잡한 기준은 도시가 바뀌면 무너져요.

시차가 바뀌면 그 시각도 같이 옮겨야 해요. 이게 처음에는 헷갈렸어요. 도착한 날 시계는 현지에 맞췄는데 몸은 아직 안 맞아 있으니까요. 저는 며칠 정도는 그냥 현지 시각을 따르기로 정했어요. 몸에 맞추려고 계산하다 보면 결국 애매해지더라고요. 어차피 며칠 지나면 맞춰지니까 그동안은 단순한 쪽을 택하는 게 나았어요.


주문하는 방식도 바꿨어요

주문할 때도 좀 달라졌어요. 낯선 나라에서 처음 들어간 가게라면 제일 작은 걸 시켜요. 나와서 부족하면 더 마시면 되지만, 너무 크게 나오면 남기거나 다 마시게 되니까요. 저는 대체로 앞에 있으면 다 마시는 편이라 처음부터 작게 받는 게 확실했어요.

진하게 나오는 곳에서는 물을 따로 달라고 해서 섞어 마시기도 해요. 처음에는 이게 실례인가 싶었는데 대부분 아무렇지 않게 주더라고요. 오히려 그게 그 지역에서 흔한 방식인 곳도 있었고요.

값도 나라마다 크게 달라요. 어떤 도시에서는 한 잔 값이 다른 도시의 세 배쯤 되기도 해요. 값이 싼 곳에 있으면 부담이 없으니 자연스럽게 더 마시게 되고, 비싼 곳에서는 알아서 줄어요. 제 의지와 상관없이 그 도시의 물가가 제 섭취량을 조절하고 있었던 셈이에요. 이것도 나중에야 알아챘어요.

숙소에서 직접 내려 마시는 날도 늘었어요. 그러면 제가 양을 정할 수 있으니까요. 도구는 아주 간단한 것 하나만 들고 다녀요. 매번 새 도시에서 괜찮은 가게를 찾는 것도 일이라, 아침 한 잔 정도는 방에서 해결하는 편이 마음이 편했어요.

숙소 주방에서 간단한 도구로 직접 커피를 내리는 아침


카페에서 일하면 더 늘어요

양이 늘어나는 데는 다른 이유도 있었어요. 카페에서 일하는 날이 많다는 거예요. 자리를 오래 쓰면 눈치가 보이니까 한 잔을 더 시키게 돼요. 목이 마르거나 마시고 싶어서가 아니라 자리값을 내는 셈으로요.

이게 쌓이면 꽤 돼요. 세 시간쯤 앉아 있으면 자연스럽게 두 잔이 되고, 그날 아침에 이미 한 잔 마셨으면 세 잔이 돼요. 계획해서 마신 게 아니라 상황이 만든 양이에요. 집에서 일한 날과 비교해 보니 차이가 분명했어요.

지금은 두 번째 주문을 할 때 카페인이 없는 걸로 시켜요. 자리값은 똑같이 내면서 몸에 들어가는 건 안 늘어나니까요. 처음에는 이게 좀 아깝게 느껴졌는데 몇 번 해보니 아무렇지 않더라고요. 어차피 두 번째 잔은 맛보다 명분으로 마시는 거였으니까요.


대체품도 몇 가지 써봤어요

양을 줄이려고 다른 걸 마셔보기도 했어요. 커피 아닌 따뜻한 음료 몇 가지를 번갈아 시도했는데, 솔직히 말하면 대체가 됐다고 하기는 어려워요. 맛으로 만족스러운 것도 있었지만 커피를 마시는 이유가 맛만은 아니었거든요.

그래서 지금은 대체한다는 생각을 안 해요. 마시고 싶으면 마시되 시간만 지켜요. 오후 늦게는 카페인이 없는 걸로 넘어가는데, 그건 커피를 대신하는 게 아니라 그냥 따뜻한 걸 마시고 싶어서예요. 이렇게 목적을 나누고 나니 마음이 편해졌어요.

한 가지 덧붙이면, 카페인이 없다고 적힌 것도 아주 없는 건 아니라고 들었어요. 저는 그 정도는 신경 안 쓰는데, 예민하신 분은 확인해 보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그리고 심장이 두근거리거나 잠을 계속 못 주무시는 상태라면 그건 커피 양의 문제가 아닐 수도 있으니 병원에서 확인하시는 게 맞고요.


몸이 아니라 환경이 바뀐 거였어요

이 일에서 배운 게 하나 있어요. 몸 상태가 달라졌을 때 저는 늘 제 몸을 먼저 의심했어요. 나이가 들어서, 체력이 떨어져서, 관리를 안 해서요. 그런데 이번 경우는 몸이 아니라 제가 놓인 환경이 바뀐 거였어요.

이동하며 사는 사람에게는 이런 일이 꽤 자주 생기는 것 같아요. 물이 다르고, 음식이 다르고, 잔의 크기가 다르고, 공기가 달라요. 저는 같은 습관을 유지하고 있다고 믿지만 실제로 몸에 들어가는 건 계속 달라져요. 한곳에 사는 사람은 겪지 않을 종류의 변수예요.

그래서 요즘은 컨디션이 이상하면 저를 탓하기 전에 뭐가 달라졌는지부터 봐요. 대개는 사소한 게 하나 바뀌어 있어요. 이번엔 그게 커피잔이었어요. 몇 년을 헤맸는데 답은 시시할 만큼 단순했고, 그 단순한 걸 못 찾은 이유는 제가 계속 몸 쪽만 보고 있었기 때문이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