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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인드셋 & 웰니스 (Mindset & Wellness)

사람이 없어서가 아니라 반응이 없어서였어요

by wellnomadness 2026. 5. 3.

개를 키우고 싶었던 시기가 있었어요

몇 년 전에 개를 키울까 진지하게 생각한 적이 있어요. 그 무렵 저녁이 유난히 조용했거든요.

그래서 며칠 알아봤어요. 그러다 목록을 적어보고 그만뒀어요. 안 되는 이유가 너무 많았어요.

숙소가 대부분 안 받아요. 몇 달마다 옮기는데 그때마다 조건이 맞는 곳을 찾는 게 어려워요. 나라를 옮기면 서류도 필요하고요. 제가 며칠 어디를 가야 할 때 맡길 데도 없어요.

무엇보다 그 생명이 저 때문에 계속 옮겨 다녀야 하잖아요. 제가 고른 방식인데 그걸 같이 지게 하는 건 아니다 싶었어요.

주변에서 키우시는 분들을 보면 부러웠어요. 특히 혼자 지내시는 분들이 그렇더라고요. 집에 들어갔을 때 뭔가 있다는 게 어떤 건지 그때는 짐작만 했어요.

한동안은 언젠가 정착하면 그때 키우자고 미뤄뒀어요. 그런데 그 언젠가가 몇 년째 안 오고 있어요. 그러다 보니 미뤄둔 게 아니라 안 하기로 한 셈이 됐어요.


그래서 그 자리가 비어 있었어요

그렇게 정리하고 나서도 그 저녁들은 그대로였어요.

일이 끝나고 화면을 닫으면 방이 조용해져요. 그 조용함이 어떤 날은 편한데 어떤 날은 아니에요. 같은 조용함인데 날에 따라 다르게 느껴지더라고요.

처음에는 그게 사람이 없어서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사람을 만나려고 해봤어요. 모임에 나가고 아는 분들에게 연락도 하고요.

그런데 사람을 만나고 온 날에도 그 저녁이 똑같은 경우가 있었어요. 반대로 하루 종일 혼자 있었는데 괜찮은 날도 있었고요.

그러니까 사람 수의 문제는 아니었던 거예요. 그러면 뭐가 다른 건지를 한동안 몰랐어요.

저녁이 문제라는 것도 나중에 알았어요. 낮에는 일이 있으니 그런 생각이 안 들거든요. 일이 끝나고 나서 다음 일이 없는 그 시간이 유독 그랬어요.

그리고 주말이 더 심했어요. 평일에는 일 때문에라도 누군가와 오가는 게 있는데 주말에는 그마저 없으니까요.


반응이 없는 날이 힘들었어요

며칠을 두고 보다가 알아차린 게 있어요. 힘든 날에는 그날 아무도 저에게 반응하지 않았어요.

일 연락은 있어요. 메일이 오고 답이 가요. 그런데 그건 내용에 대한 반응이지 저에 대한 반응은 아니에요.

제가 뭘 했을 때 누가 반응하는 것. 인사를 하면 인사가 돌아오고, 뭘 물으면 답이 오고, 웃으면 상대도 웃는 것이요. 그런 게 하나도 없는 날이 있었어요.

개를 키우고 싶었던 것도 결국 그거였던 것 같아요. 대화가 필요했던 게 아니라 제가 들어왔을 때 뭔가 반응하는 게 있었으면 했던 거예요.

이걸 알고 나서 방향이 좀 잡혔어요. 채워야 할 게 사람이 아니라 반응이라면 방법이 달라지니까요.

낯선 도시에서는 더 그래요. 아는 사람이 없으니 우연히 마주칠 사람도 없잖아요. 몇 주는 그야말로 아무하고도 안 엮인 채로 지나가요.

그리고 이건 사람을 많이 만난다고 해결되는 게 아니었어요. 하루에 여러 명을 만나도 다 일 이야기면 그날도 마찬가지였거든요.

그리고 이건 성격 문제도 아니었어요. 저는 원래 혼자 있는 걸 좋아하는 편이에요. 그런데도 그런 날이 며칠 이어지면 확실히 달라지더라고요. 좋아하는 것과 필요 없는 건 다른 거였어요.

불 켜진 방과 조용한 저녁 창밖


반응은 아주 작아도 됐어요

그리고 알게 된 게 하나 더 있어요. 그 반응이 대단할 필요가 없었어요.

가게에서 인사를 주고받는 것만으로도 됐어요. 계산하면서 몇 마디 나누는 것도요. 상대가 저를 알아보고 고개를 끄덕이는 정도면 충분했어요.

그래서 하루에 한 번은 그런 자리를 만들려고 해요. 커피를 사든 뭘 물어보든요. 화면으로 시킬 수 있어도 사람에게 하는 쪽을 골라요.

이게 사교적이 되자는 이야기는 아니에요. 저는 여전히 사람 많은 자리를 피해요. 대화를 하자는 것도 아니고요.

다만 하루가 끝났을 때 아무도 저에게 반응하지 않은 날은 안 만들려고 해요. 그게 제가 정한 최소한이에요.

장을 볼 때도 그래요. 계산해 주시는 분과 몇 마디 나누면 그날이 조금 다르게 끝나요. 예전에는 무인 계산대가 편해서 그쪽만 썼는데 지금은 일부러 사람 쪽에 서요.

운동하러 가거나 도서관에 가는 것도 같은 이유예요. 거기서 대화를 하는 건 아닌데 사람이 있는 자리에 있는 것만으로 조금 달라요.


화면 너머는 잘 안 됐어요

멀리 있는 사람들과 연락하는 걸로 이걸 채워보려고도 했어요.

글로 주고받는 건 생각보다 안 됐어요. 답이 몇 시간 뒤에 오니까요. 그 사이에 이미 그 순간이 지나가 있어요.

통화는 훨씬 나았어요. 그 자리에서 반응이 오니까요. 그래서 정기적으로 통화하는 사람을 몇 명 두는 쪽으로 정했어요.

다만 시차가 걸려요. 상대가 자는 시간에 제가 저녁이면 그날은 안 되잖아요. 제 저녁과 겹치는 시간대에 있는 사람이 몇 명 필요하다는 걸 그때 알았어요.

그래서 지금은 어디로 갈지 정할 때 그것도 조금 봐요. 아는 사람들과 몇 시간이나 어긋나는지요. 큰 기준은 아닌데 아예 안 보지는 않아요.

영상 통화가 음성 통화보다 나은지는 잘 모르겠어요. 얼굴을 보는 게 좋은 날도 있고, 오히려 신경 쓰여서 음성이 편한 날도 있어요. 그날 상태에 따라 골라요.


남의 개를 만나요

그리고 개는 결국 안 키웠는데, 대신 남의 개를 만나요.

숙소 주인이 키우는 개가 있으면 지내는 동안 자주 봐요. 자주 가는 가게에 개가 있는 곳도 있고요. 공원에서 마주치면 물어보고 잠깐 만지기도 해요.

이게 키우는 것과 같지는 않아요. 매일 있는 것도 아니고 제 개도 아니고요. 그래도 그 몇 분이 이상하게 오래 남아요.

그리고 그 자리에서 주인분과 몇 마디 나누게 되는데 그것도 같이 얻는 거예요. 개를 두고 하는 이야기는 처음 보는 사이에도 어색하지 않더라고요.

언젠가 한곳에 오래 있게 되면 그때는 키울지도 모르겠어요. 지금은 그럴 조건이 아니라는 걸 인정하고 있어요.

고양이가 있는 가게도 몇 군데 알아요. 도시마다 그런 데가 하나쯤 있더라고요. 새 도시에 가면 그런 곳을 찾아보게 됐어요.

개를 만지고 나면 그날 저녁이 조금 나아요. 왜인지는 모르겠어요. 몇 분 만졌을 뿐인데 그게 몇 시간 뒤까지 남아요.


사람이 없어서가 아니었어요

정리하면 제가 오래 잘못 짚고 있었어요.

외로우면 사람을 만나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억지로 모임에 나가고 나서 오히려 더 지친 날도 있었어요. 안 맞는 자리에 있는 게 혼자 있는 것보다 힘들 때가 있잖아요.

필요했던 건 사람 수가 아니라 반응이었어요. 그리고 그건 아주 작은 것으로도 채워졌어요. 인사 한 번, 짧은 통화 한 번, 개 한 마리요.

이걸 알고 나서 하루를 보는 방식이 달라졌어요. 오늘 누구를 만났는지가 아니라 오늘 뭔가가 저에게 반응했는지를 봐요.

그리고 이 기준이 생기고 나서 억지로 나가는 일이 줄었어요. 오늘 이미 반응이 오간 게 있으면 굳이 더 만들지 않아도 되니까요. 그러면 혼자 있는 저녁도 편해져요.

혹시 사람을 만나고 와서도 저녁이 여전하시다면, 그날 누가 몇 명이었는지 말고 오간 게 있었는지를 떠올려보시면 좋겠어요. 저는 그 구분을 하기까지 몇 년이 걸렸어요. 알고 나니 대응이 훨씬 간단해졌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