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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양을 마셨는데 다음 날이 이틀이 됐어요 같은 양인데 다음 날이 달라졌어요어느 시기부터 술자리 다음 날이 예전 같지 않았어요. 많이 마신 것도 아니었어요. 몇 잔 정도였고 그건 예전에도 하던 양이에요.그런데 다음 날 오전이 통째로 흐릿했어요. 두통이 있는 것도 아니고 속이 안 좋은 것도 아닌데 그냥 진도가 안 나가요.처음에는 그날 자리가 유난히 길었나 했어요. 그런데 짧게 끝난 날도 같았어요.몇 번 반복되고 나서야 인정했어요. 마시는 양이 달라진 게 아니라 제가 달라진 거였어요.기록해 둔 것도 없어서 처음에는 제 착각인가 싶었어요. 예전 기억이 미화된 걸 수도 있잖아요. 그런데 같은 자리를 몇 번 겪고 나니 확실해졌어요.같이 마신 분들과 비교해 봐도 그랬어요. 비슷하게 마셨는데 다음 날 이야기를 들어보면 저만 유난히 오래가는 것 같았어요. 사람.. 2026. 5. 17.
마지막으로 치과에 간 게 언제인지 몰랐어요 마지막으로 간 게 언제인지 몰랐어요어느 날 이가 살짝 시렸어요. 찬 걸 마실 때만 그랬고 금방 사라져서 대수롭지 않게 넘겼어요.그러다 문득 마지막으로 치과에 간 게 언제인지 떠올려봤어요. 그런데 기억이 안 났어요. 2년인지 3년인지 가늠이 안 되더라고요.다른 병원은 그렇지 않아요. 어디가 아파서 간 거니까 언제 갔는지가 사건과 함께 기억나요. 치과는 아픈 데가 없어도 가는 곳이라 오히려 기억에 안 남아요.그때 알았어요. 저는 아플 때 가는 곳만 관리하고 있었어요.그 시린 느낌도 며칠 있다가 없어졌어요. 없어지니까 또 잊었어요. 그러다 몇 달 뒤에 다시 왔고, 그때야 이게 사라진 게 아니라는 걸 알았어요.그리고 제가 관리한다고 생각하던 것들을 떠올려봤어요. 대부분 눈에 보이거나 느껴지는 것들이었어요. 안 .. 2026. 5. 16.
한 주가 지났는데 뭘 했는지 기억이 안 났어요: 지친 게 아니라 지루했던 겁니다 지난주에 뭘 했는지 기억이 안 났어요금요일 저녁에 한 주를 돌아보려고 앉았어요. 그런데 월요일에 뭘 했는지가 떠오르지 않았어요.기록을 열어보니 일은 했어요. 결과물도 있고 보낸 메일도 있어요. 그런데 그게 어느 날이었는지가 하나도 구분이 안 됐어요.한 주가 통째로 한 덩어리처럼 느껴졌어요. 다섯 날이 아니라 긴 하루 하나를 보낸 것 같았어요.그때는 그게 피곤해서라고 생각했어요. 나중에 보니 그게 아니었어요.사진첩을 열어봐도 마찬가지였어요. 그 주에 찍은 사진이 하나도 없었어요. 찍을 만한 장면이 없었던 거예요.누가 지난주 어땠냐고 물으면 답할 게 없었어요. 바빴다고 하기에는 딱히 그렇지도 않고, 한가했다고 하기에도 아니고요. 그냥 지나갔다는 말밖에 안 나왔어요.모든 날이 똑같이 생겼어요그 시기에 제 하루.. 2026. 5. 15.
아침 조명을 샀다가 실패했어요: 못 일어나는 사람에게 안 맞는 방법이었습니다 아침에 못 일어나던 시기가 있었어요한동안 아침이 계속 무거웠어요. 알람을 맞춰놔도 몇 번을 끄고 다시 잤어요.늦게 자서 그런 것도 아니었어요. 일찍 누운 날에도 똑같았어요. 시간으로는 충분히 잤는데 일어나지지가 않았어요.그때 저는 밤에 일하는 날이 많았어요. 시차가 다른 곳과 이야기할 일이 있으면 그 시간에 맞춰야 했거든요. 그러다 보니 하루의 앞뒤가 흐려졌어요.그러다 빛 이야기를 들었어요. 아침에 밝은 걸 보면 몸이 아침인 줄 안다는 이야기요.그 시기에 하루의 모양이 계속 흔들렸어요. 어떤 날은 새벽에 자고 어떤 날은 저녁에 졸았어요. 규칙이 없으니 몸이 어느 쪽에도 못 맞추더라고요.주변에서는 일찍 자라고 했어요. 맞는 말인데 그게 제 마음대로 되는 게 아니잖아요. 상대편 업무 시간에 맞춰야 하는 통화.. 2026. 5. 14.
인공눈물이 5분을 못 갔어요: 눈을 감고 있는 시간은 아무도 안 셉니다 넣어도 5분을 못 갔어요오후만 되면 눈이 뻑뻑했어요. 모래가 굴러가는 것 같다는 표현이 딱 맞았어요.그래서 인공눈물을 늘 책상에 두고 썼어요. 넣으면 잠깐 괜찮아져요. 그런데 5분쯤 지나면 다시 돌아왔어요.하루에 몇 번을 넣었는지 모르겠어요. 나중에는 넣는 게 습관이 돼서 뻑뻑하지 않아도 손이 가더라고요.몇 달을 그렇게 지내고 나서야 이게 채워서 될 일이 아닌가 보다 생각했어요.종류를 바꿔보기도 했어요. 여러 개를 사서 번갈아 써봤는데 어느 것도 오래가지는 않았어요. 그래서 제품 문제가 아니라는 것까지는 알았어요.들고 다니는 것도 일이었어요. 액체라 짐에 넣을 때 신경 쓰이고, 나라를 옮기면 쓰던 걸 못 구하는 경우도 있었어요. 그러면 또 새로 골라야 했고요.노안인 줄 알았어요그 무렵 저는 이게 나이 문.. 2026. 5. 13.
잘된 일마다 운이 좋았다고 말했어요: 겸손이 아니라 자기 부정이었습니다 운이 좋았다고 말하고 있었어요일이 잘 풀린 이야기를 할 때 제가 늘 붙이는 말이 있었어요. 운이 좋았다고요.한 번은 오랜만에 만난 분이 요즘 어떠냐고 물으셨어요. 그 무렵 몇 달이 괜찮았거든요. 그런데 저는 그냥 운이 좋았다고 답하고 넘어갔어요.그날 돌아오면서 좀 이상했어요. 겸손하려고 한 말이 아니었거든요. 저는 정말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어요.그때 처음으로 이게 겸손이 아니라 다른 것일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어요.그런 말을 언제부터 했는지도 모르겠어요. 한국에서 자라면서 배운 말투이기도 하고, 실제로 제가 그렇게 느끼기도 해서 자연스럽게 나왔어요.그리고 그렇게 말하면 대화가 편해요. 상대가 부담을 안 느끼고 저도 더 설명할 게 없어지니까요. 그게 편해서 계속 그렇게 했던 것 같기도 해요.잘된 일은 이유를.. 2026. 5.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