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260 위임장 한 장 받으러 왕복 6시간, 한국 서류 떼는 데 두 달 걸렸다 서류 한 장 때문에 왕복 6시간을 운전한 적이 있어요. 영사관은 예약제였고 그날이 아니면 몇 주를 더 기다려야 했어요. 그렇게 하루를 통째로 써서 받아 온 건 종이 한 장이었어요.서류 한 장 때문에 왕복 6시간을 운전했다한국에 있는 일을 하나 처리해야 했어요. 제가 직접 갈 수 없으니 가족에게 부탁해야 했는데, 그러려면 위임장이 필요했어요.위임장은 그냥 써서 보내면 되는 게 아니었어요. 제가 쓴 게 맞다는 확인이 붙어야 했어요. 그 확인을 받을 수 있는 곳이 영사관이었고, 제가 있던 곳에서 차로 3시간 거리였어요.예약을 잡는 것부터 일이었어요. 자리가 몇 주 뒤에나 났어요. 그날 하루를 통째로 비워야 했고, 일정이 겹치면 다시 몇 주를 기다려야 했어요.새벽에 출발했어요. 늦으면 그날 순번이 밀릴 수도 있.. 2026. 8. 24. 취미가 뭐냐는 질문에 답을 못 했어요: 없어진 걸 몇 년 동안 몰랐어요 취미가 뭐냐는 질문에 막혔어요처음 만난 자리에서 취미가 뭐냐는 질문을 받았어요. 흔한 질문인데 답이 안 나왔어요. 몇 초 정도 가만히 있다가 결국 일 이야기를 했어요. 요즘 무슨 일을 하고 있다고요. 질문에 대한 답이 아니었죠.그 자리에서는 그냥 넘어갔는데 숙소로 돌아와서 다시 생각났어요. 왜 답을 못 했지 하고요. 예전에는 이 질문이 어렵지 않았어요. 대답할 게 몇 가지 있었거든요. 그런데 그날은 하나도 안 떠올랐어요.그날 알게 된 건 취미가 없다는 사실 자체가 아니었어요. 없어진 걸 몇 년 동안 몰랐다는 거였어요. 하나씩 안 하게 됐을 텐데 그 과정에서 알아차린 적이 한 번도 없었어요.그리고 좀 부끄러웠어요. 일 이야기 말고는 할 말이 없는 사람처럼 보였을 것 같아서요. 실제로 그 자리에서 제 이야기.. 2026. 8. 24. 미국 취업 실패 후기, 잡 인터뷰 100번에 시급 8불 50으로 버텼다 1년 동안 잡 인터뷰만 100번 넘게 봤어요. 한 달에 10번은 기본이었고 어떤 달은 그보다 많았어요. 그런데 그 1년이 끝날 때까지 제대로 된 직장은 하나도 못 구했어요. 결과만 놓고 보면 완전히 실패한 1년이었어요.미국 취업, 1년에 잡 인터뷰 100번 넘게 봤다일정만 보면 잘 풀리는 사람 같았어요. 서류는 통과가 됐거든요. 이력서를 고치고 또 고쳤고 지원할 만한 곳은 다 넣었어요. 연락도 꽤 왔어요. 그래서 그때는 방향이 맞다고 생각했어요.문제는 늘 그다음이었어요. 면접실에 들어가면 준비한 게 반도 안 나왔어요. 질문에 답은 하는데 딱 그것만 하고 끝났어요. 옆에서 보면 성실한데 인상에는 안 남는 사람이었을 거예요.저는 공부만 열심히 하던 사람이었어요. 범위가 정해져 있고 답이 있는 일은 잘했어요... 2026. 8. 23. 친구 결혼식에 못 갔어요: 멀리 사는 사람이 경조사를 치르는 방식 청첩장을 받고 며칠을 답하지 못했어요오래 알고 지낸 친구에게서 연락이 왔어요. 결혼한다는 소식이었고 날짜와 장소가 함께 적혀 있었어요. 반가운 마음이 먼저 들었는데 그 뒤로 바로 계산이 시작됐어요. 그 날짜에 제가 어느 나라에 있을지, 그때 일정이 어떻게 되는지, 다녀오려면 며칠이 필요한지요. 결론은 못 간다였어요.그런데 답장을 며칠 못 보냈어요. 축하한다는 말은 바로 쓸 수 있는데 못 간다는 말을 어디에 어떻게 붙일지 모르겠더라고요. 길게 쓰면 변명 같고 짧게 쓰면 성의 없어 보일 것 같았어요. 그렇게 문장을 고르다가 며칠이 지나갔어요.결국 늦게 답을 보냈고 친구는 괜찮다고 했어요. 실제로 괜찮았을 거예요. 그런데 저는 그 뒤로 한참 그 일이 걸렸어요. 못 간 것보다 며칠 미룬 게 더 마음에 남았어요... 2026. 8. 23. 3년 전에 제가 만든 걸 제가 못 알아봤어요: 나중의 나는 남이더라고요 3년 전에 제가 만든 걸 다시 열었어요오래전에 마무리한 고객에게서 연락이 왔어요. 그때 만든 걸 조금 수정해야 하는데 봐줄 수 있냐는 이야기였어요. 3년쯤 지난 뒤였어요. 저는 흔쾌히 하겠다고 했어요. 제가 만든 거니까 금방 할 줄 알았거든요. 오랜만에 연락이 온 것도 반가웠고요.그런데 파일을 열고 나서 한참을 들여다봤어요. 제가 만든 게 맞는데 이해가 안 됐어요. 여기가 왜 이렇게 되어 있는지, 이 부분은 왜 다른 방식으로 안 했는지가 하나도 기억이 안 났어요.결국 수정 자체보다 파악하는 데 시간이 더 걸렸어요. 반나절이면 될 거라고 말씀드렸는데 이틀이 걸렸어요. 그때 좀 창피했어요. 제 실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제가 저에게 아무것도 안 남겨뒀기 때문에 생긴 일이었으니까요.그 이틀 중 하루는 그냥 읽기.. 2026. 8. 22. 메뉴판을 멀리 들고 있더래요: 안경 하나 사는 데 몇 달이 걸린 이유 메뉴판을 멀리 들고 있더래요몇 년 전에 식사 자리에서 누가 웃으면서 한마디를 했어요. 메뉴판을 왜 그렇게 멀리 들고 보냐고요. 저는 그때까지 제가 그러고 있다는 걸 몰랐어요. 말을 듣고 나서 팔 위치를 의식해 보니 정말로 평소보다 멀리 들고 있었어요.그 자리에서는 웃고 넘겼어요. 식당이 어두워서 그렇다고 했고, 실제로 그렇게 생각했어요. 그런데 집에 돌아오는 길에 계속 그 장면이 떠올랐어요. 언제부터 그렇게 하고 있었는지 기억이 안 나는 게 더 이상했어요.돌아보면 신호는 그전부터 있었어요. 다만 제가 하나씩 다른 이유를 붙이고 있었어요. 이 식당은 조명이 어둡고, 이 제품은 글씨가 작게 인쇄됐고, 오늘은 좀 피곤하고요. 이유가 매번 달랐으니 하나로 이어 보지 못한 거예요. 각각은 그럴듯한 설명이었고, 그.. 2026. 8. 21. 이전 1 ··· 11 12 13 14 15 16 17 ··· 44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