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파이 설치에 일주일이 걸렸어요
한 달 넘게 지낼 예정으로 계약한 숙소였어요. 짐을 풀고 노트북부터 켰는데, 와이파이가 아예 연결돼 있지 않았어요. 집주인에게 연락했더니 다음 주에 설치 기사가 온다는 답이 돌아왔어요.
순간 귀를 의심했어요. 계약할 때 분명 와이파이가 설치돼 있다고 들었는데, 실제로는 아직 신청조차 안 된 상태였던 거예요. 계약서를 다시 꺼내 확인해봤지만 분명 와이파이 완비라고 적혀 있었어요.
집주인은 미안하다며, 이전 세입자가 나가면서 계약을 해지해서 새로 신청해야 한다고 설명했어요. 통신사 일정상 일주일은 걸린다고 했어요.
일주일이라니 막막했어요. 저는 원격으로 일하는 사람이라 인터넷이 없으면 아예 업무 자체가 안 되는 상황이었어요.
일단 급한 대로 휴대폰 핫스팟을 켜서 노트북에 연결했어요. 하지만 데이터 요금제가 넉넉하지 않아서 며칠 만에 데이터가 다 소진될 게 뻔했어요.
화상 회의라도 있는 날은 핫스팟으로 버티기가 더 힘들었어요. 화면이 자주 끊기고 음질도 나빠서, 미팅 중간에 몇 번이나 다시 연결해야 했어요.
한 번은 중요한 미팅 중에 화면이 완전히 멈춰버린 적도 있어요. 상대방이 제 얼굴이 그대로 멈춘 화면을 몇 초간 보고 있었을 걸 생각하면 지금도 민망해요.
카페를 전전하며 일주일을 버텼어요
결국 매일 아침 노트북을 챙겨 카페로 출근하다시피 했어요. 숙소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최소한으로 줄이고, 인터넷이 필요한 작업은 전부 카페에서 처리했어요.
문제는 매번 같은 카페를 갈 수 없다는 거였어요. 몇 시간씩 자리를 차지하고 있으면 눈치가 보였어요. 그래서 하루에 카페 두세 곳을 옮겨 다니는 날도 있었어요.
카페마다 와이파이 속도도 제각각이었어요. 어떤 곳은 그럭저럭 쓸 만했는데, 어떤 곳은 접속조차 힘들 정도로 느렸어요. 속도 좋은 카페를 찾는 것도 일이었어요.
노트북 배터리도 신경 써야 했어요. 콘센트 자리가 있는 카페를 찾는 게 은근히 까다로웠어요. 자리가 없으면 배터리가 닳기 전에 다른 곳으로 옮겨야 했어요.
점심시간이 겹치면 카페가 붐벼서 노트북 펴기도 눈치 보였어요. 그런 날은 아예 밥부터 먹고 한산해질 때까지 기다렸다가 자리를 잡았어요.
중요한 화상 미팅이 있는 날은 조용한 카페를 미리 찾아뒀어요. 그런데도 갑자기 옆자리에서 큰 소리로 대화하는 사람들이 있으면 미팅에 방해가 됐어요.
며칠은 아예 공유 오피스를 하루권으로 끊어서 다녔어요. 카페보다 비쌌지만, 최소한 인터넷 속도와 조용한 환경은 보장됐으니까요.
매일 아침 노트북과 충전기, 마우스까지 챙겨 나가는 것도 은근히 번거로웠어요. 숙소에 있으면 당연했던 것들이 전부 짐이 되어버렸어요.
설치 예정일이 또 미뤄졌어요
일주일이 다 되어갈 무렵, 설치 기사가 오기로 한 날짜에 또 연락이 왔어요. 장비 수급 문제로 며칠 더 늦어진다는 내용이었어요.
그 소식을 듣는 순간 맥이 탁 풀렸어요. 카페를 전전하며 겨우 버텨온 일주일이었는데, 또 기다려야 한다니 허탈했어요.
집주인에게 항의해도 딱히 해결될 문제는 아니었어요. 통신사 사정이라 집주인도 어쩔 도리가 없다고 했어요.
결국 데이터 요금제를 급하게 상향했어요. 추가 비용이 들었지만, 핫스팟이라도 안정적으로 쓸 수 있어야 그나마 카페를 덜 다닐 수 있으니까요.
동네 통신사 대리점에 직접 찾아가서 사정을 설명해보기도 했어요. 그런데 이미 신청이 접수된 상태라 별도로 빠르게 처리해줄 방법은 없다는 답만 들었어요.
대리점 직원은 죄송하다는 말만 반복했어요. 저 말고도 비슷한 문의가 꽤 있는 눈치였어요. 저만 겪는 일이 아니라는 게 그나마 위안 아닌 위안이 됐어요.
클라이언트들에게 미리 양해를 구했어요
이대로는 업무에 지장이 계속될 것 같아서, 주요 클라이언트들에게 상황을 미리 알렸어요. 인터넷 설치가 지연되고 있어 응답이 조금 늦을 수 있다고 솔직하게 설명했어요.
다행히 다들 이해해줬어요. 오히려 미리 알려줘서 고맙다는 반응이 더 많았어요. 아무 말 없이 응답이 늦었다면 오해가 생겼을 수도 있었을 거예요.

마감이 급한 일은 최대한 앞당겨서 처리했어요. 인터넷이 언제 끊길지 모르는 상황이니, 여유가 있을 때 최대한 많이 해두는 게 안전했어요.
그 덕분에 오히려 평소보다 일을 계획적으로 처리하게 됐어요. 인터넷이 불안정하다는 제약이 역설적으로 시간 관리에는 도움이 됐어요.
결국 열흘 만에 연결됐어요
처음 약속된 일주일을 넘기고 사흘이 더 지나서야 설치 기사가 왔어요. 총 열흘 만에 겨우 와이파이가 연결된 거예요.
설치가 끝나고 인터넷이 제대로 붙는 걸 확인한 순간, 그동안의 고생이 한꺼번에 씻겨 내려가는 기분이었어요. 노트북으로 아무 사이트나 눌러보며 괜히 속도를 확인했어요.
그날은 오랜만에 숙소에서 편하게 하루 종일 일했어요. 카페를 안 옮겨 다녀도 된다는 것만으로도 큰 해방감이 느껴졌어요.
그동안 늘어난 데이터 요금과 공유 오피스 이용료를 계산해보니 예상보다 꽤 많은 지출이 있었어요. 예정에 없던 비용이라 조금 속상하긴 했어요. 집주인에게 이 부분을 언급했더니 다음 달 월세에서 일부를 깎아주기로 했는데, 그나마 다행이었어요.
이제는 계약 전에 와이파이 상태를 확인해요
그 뒤로 숙소를 계약할 때 와이파이가 실제로 연결되어 있는지 꼭 확인해요. "설치돼 있다"는 말만 믿지 않고, 속도 테스트 결과를 직접 보여달라고 요청해요.
단기 임대라도 계약서에 인터넷 관련 조항을 명확히 넣어달라고 요청하는 습관도 생겼어요. 문제가 생겼을 때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하기 위해서예요. 처음엔 이런 요구가 까다롭게 보일까 걱정했는데, 오히려 꼼꼼한 세입자로 받아들여지는 경우가 더 많았어요.
비상용 데이터 요금제도 항상 넉넉하게 유지해요. 예전엔 최소한으로만 가입했는데, 지금은 이런 상황에 대비해 여유 있는 요금제를 씁니다.
근처 괜찮은 카페와 공유 오피스 위치도 미리 파악해두는 편이에요. 언제 또 이런 일이 생길지 모르니, 대안을 미리 알아두는 게 마음이 편해요. 그 열흘의 고생이 지금은 오히려 다음 숙소를 훨씬 꼼꼼하게 고르는 계기가 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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