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2 팔이 짧아졌어요 팔이 짧아졌어요언젠가부터 휴대폰을 조금씩 멀리 들고 보게 됐어요. 처음에는 제가 그러는 줄도 몰랐어요. 어느 날 문자를 확인하는데 글자가 흐릿해서 저도 모르게 팔을 쭉 뻗고 있더라고요. 팔을 다 펴야 겨우 초점이 맞았어요. 우스갯소리로 나이가 들면 팔이 짧아진다고들 하는데, 그게 딱 제 이야기가 됐어요. 식당에서 메뉴판을 받으면 자연스럽게 멀찍이 들었고, 약통 뒤의 작은 글씨는 아예 읽기를 포기했어요. 그런데도 저는 한동안 이걸 대수롭지 않게 여겼어요. 그냥 그날 눈이 좀 피곤한가 보다 했어요. 나이 이야기는 떠올리지 않았어요. 정확히는 떠올리기 싫었던 것 같아요. 몸이 예전 같지 않다는 신호는 늘 이렇게 슬그머니 오는데, 저는 매번 그걸 다른 걸로 둘러대곤 했어요.핑계를 대던 시기그 뒤로 한동안은 핑계.. 2026. 7. 27. 신호가 끊기는 곳으로: 40대 노마드가 국립공원에서 머리를 비우는 법 일을 두고 떠나는 게 죄스럽던 시절한동안은 며칠씩 국립공원으로 차를 모는 게 어쩐지 죄스러웠어요. 혼자 일하는 사람한테는 내가 멈추면 모든 게 멈추니까, 자리를 비운다는 게 곧 손해처럼 느껴졌거든요. 그래서 처음 몇 번은 떠나긴 떠나면서도 마음이 편치 않았어요. 운전하는 내내 머릿속으로는 밀린 일을 세고 있었고, 웅장한 협곡 앞에 서서도 사진 한 장 찍고는 곧바로 휴대폰을 열어 메일함을 확인했어요. 몸은 대자연 앞에 있는데 머리는 여전히 책상에 앉아 있었던 거예요. 그렇게 다녀오면 쉰 것도 아니고 일한 것도 아닌, 어정쩡한 피로만 남았어요. 큰맘 먹고 시간과 기름값을 써서 다녀왔는데 돌아온 게 피곤함뿐이면, 다음에 또 떠날 마음이 안 생기더라고요. 사실 회사를 다닐 땐 이런 고민이 없었어요. 휴가를 내면.. 2026. 6. 5.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