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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생활5

넉 달을 살고 떠나는 날에야 그 골목 소리를 들었어요 몇 달 살았는데 그 동네 소리를 몰랐어요한 도시에서 넉 달을 지내고 떠나던 날이었어요. 짐을 다 싣고 마지막으로 그 골목을 걸어 나왔어요.그때 처음으로 그 길에서 나는 소리를 들었어요. 어느 집에서 그릇 부딪히는 소리가 났고 멀리서 새가 울었어요. 아이들이 뛰어다니는 소리도 들렸고요.넉 달 동안 하루에 두 번씩 지나던 길이에요. 그런데 그 소리를 그날 처음 들었어요.그동안 저는 늘 귀에 뭔가를 끼고 있었거든요.그 골목이 조용한 편이라 원래도 들을 게 많지는 않았어요. 그래서 더 이상했어요. 그 적은 소리마저 넉 달 동안 한 번도 안 들었다는 거잖아요.떠나는 날이라 마음이 좀 느슨했던 것도 있어요. 일이 다 끝났으니 급할 게 없었고요. 평소에는 그 길을 늘 뭔가에 늦은 사람처럼 걸었어요.먹먹한 느낌이 먼저.. 2026. 5. 18.
마지막으로 치과에 간 게 언제인지 몰랐어요 마지막으로 간 게 언제인지 몰랐어요어느 날 이가 살짝 시렸어요. 찬 걸 마실 때만 그랬고 금방 사라져서 대수롭지 않게 넘겼어요.그러다 문득 마지막으로 치과에 간 게 언제인지 떠올려봤어요. 그런데 기억이 안 났어요. 2년인지 3년인지 가늠이 안 되더라고요.다른 병원은 그렇지 않아요. 어디가 아파서 간 거니까 언제 갔는지가 사건과 함께 기억나요. 치과는 아픈 데가 없어도 가는 곳이라 오히려 기억에 안 남아요.그때 알았어요. 저는 아플 때 가는 곳만 관리하고 있었어요.그 시린 느낌도 며칠 있다가 없어졌어요. 없어지니까 또 잊었어요. 그러다 몇 달 뒤에 다시 왔고, 그때야 이게 사라진 게 아니라는 걸 알았어요.그리고 제가 관리한다고 생각하던 것들을 떠올려봤어요. 대부분 눈에 보이거나 느껴지는 것들이었어요. 안 .. 2026. 5. 16.
머리 빠지는 원인을 몇 년 찾다가 그만뒀어요: 가릴 수가 없더라고요 배수구에 머리카락이 늘었어요어느 시기부터 머리를 감고 나면 배수구에 남는 게 많아졌어요. 처음에는 그냥 그런 날인가 했는데 며칠 계속됐어요.그러고 나서 거울을 자세히 봤어요. 앞쪽이 예전보다 물러나 있는 것 같았어요. 확실한 건지 제가 그렇게 보려고 해서 그렇게 보이는 건지 알 수가 없었고요.사진을 찾아봤어요. 몇 년 전 사진과 지금을 나란히 놓고 봤는데 그것도 애매했어요. 각도와 조명이 다르니까요.그때부터 몇 년 동안 원인을 찾으려고 했어요. 결론부터 말하면 못 찾았어요.미용실에서 알게 되는 경우도 있어요. 자르는 분이 뒤쪽을 보여주시는데 제가 평소에 못 보던 각도잖아요. 그때 좀 당황했어요.그 뒤로 한동안 사진 찍히는 걸 피했어요. 특히 위에서 찍는 각도요. 지금 생각하면 그게 제일 쓸데없는 대응이었.. 2026. 4. 18.
아침에 눈을 떴는데 여기가 어딘지 몰랐어요: 몇 초짜리 세수로 넘깁니다 눈을 떴는데 여기가 어딘지 몰랐어요아침에 깨서 천장을 보는데 여기가 어디인지 모르겠던 적이 있어요. 몇 초쯤이었을 거예요. 그런데 그 몇 초가 길게 느껴졌어요.창문이 어느 쪽인지, 문이 어디인지, 화장실을 가려면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하는지가 안 떠올랐어요. 몸을 일으키고 나서야 하나씩 맞춰졌어요.처음 겪었을 때는 좀 놀랐어요. 어디 아픈 건가 싶었거든요. 그런데 그날 하루는 아무 문제 없이 지나갔어요.그 뒤로 몇 번 더 있었어요. 공통점을 찾아보니 전부 옮긴 지 얼마 안 된 시기였어요.밤에 화장실을 가려다 벽에 부딪힌 적도 있어요. 불을 안 켜고 예전 방 구조대로 걸어간 거예요. 그러고 나서 한참 웃었는데 생각해 보면 좀 서글프기도 했어요.길게 자고 일어난 날에 더 심했어요. 낮잠을 오래 잔 뒤에도 비슷.. 2026. 4. 2.
매번 식단이 다 바뀌는데 이것 하나는 안 바꿔요: 노마드의 아침 5분 매번 식사 시간부터 메뉴까지 달라졌어요나라를 옮길 때마다 먹는 것부터 완전히 달라졌어요. 아침을 든든하게 먹는 나라가 있는가 하면, 커피 한 잔으로 때우는 나라도 있었어요.밥때도 제각각이었어요. 어떤 나라는 저녁을 늦게 먹고, 어떤 나라는 초저녁에 다 끝나 있었어요. 제 몸은 여전히 이전 나라의 리듬에 맞춰져 있는데 말이에요.식재료도 낯설 때가 많았어요. 익숙한 채소나 과일이 없어서 대체할 걸 찾느라 시장을 몇 바퀴씩 돈 적도 있어요.숙소마다 조리 환경도 달랐어요. 주방이 잘 갖춰진 곳도 있었지만, 전자레인지 하나만 덜렁 있는 곳도 있었어요.그러다 보니 매 끼니가 작은 도전처럼 느껴질 때가 많았어요. 뭘 먹을지 정하는 것부터 이미 하루의 에너지를 조금씩 쓰고 있었던 거예요.한 나라에서 몇 달 지내다 다음.. 2026. 3.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