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성9 명함 대신 만든 QR 코드 하나, 소개하는 방식을 통째로 바꿨다 한 콘퍼런스 행사장에서 명함을 달라는 말에 손이 멈췄어요. 명함이 없었어요. 만든 적이 아예 없었으니까요.명함을 만들기도 애매했다그 순간 어색하게 웃으며 대충 둘러대고 넘어갔지만, 그날 이후로 명함을 만들어야 하나 며칠을 계속 고민했어요.그런데 막상 만들려니 주소를 뭐라고 적어야 할지부터 막막했어요. 정해진 사무실도, 고정된 주소도 없었으니까요. 부모님 집 주소를 빌려 쓸까 고민했지만 그것도 어색하게 느껴졌어요.전화번호도 문제였어요. 몇 달마다 번호가 바뀌는데 명함에 인쇄해봤자 금방 못 쓰는 번호가 될 게 뻔했어요. 인쇄한 지 얼마 안 돼서 못 쓰게 될 걸 알면서 돈을 쓰는 게 영 내키지 않았어요.인쇄를 하려면 최소 수량이 있어서 백 장, 이백 장씩 찍어야 했는데, 그 많은 걸 캐리어에 넣고 다니는 것도.. 2026. 9. 10. 여기저기 흩어져 있던 업무 메시지들, 결국 툴 하나로 다 옮겼다 클라이언트가 보낸 중요한 메시지를 찾으려고 5분을 헤맸어요. 슬랙이었는지, 이메일이었는지, 아니면 카톡이었는지조차 헷갈렸어요. 결국 끝까지 못 찾고 클라이언트에게 다시 보내달라고 부탁했어요. 이런 민망한 상황을 겪은 게 그 주에만 벌써 두 번째였어요.클라이언트마다 다른 툴을 썼다클라이언트가 늘어날수록 쓰는 툴도 다 달랐어요. 어떤 곳은 슬랙, 어떤 곳은 이메일, 어떤 곳은 왓츠앱으로만 연락했어요. 각자 이미 익숙한 방식을 쓰고 있으니 저더러 맞추라고 할 수도 없었어요.각 툴마다 로그인 방식도 다르고 알림 설정도 제각각 달라서, 하루에도 몇 번씩 여러 앱을 오가며 하나하나 확인해야 했어요.어떤 클라이언트는 노션 문서에 댓글을 남기고, 또 어떤 클라이언트는 지라 티켓으로 요청 사항을 보냈어요. 각각의 규칙과.. 2026. 9. 7. 카드값에서 낯선 결제 항목을 발견한 날, 안 쓰는 구독료 절반을 껐다 한가한 오후에 카드값 명세서를 쭉 훑어보다가 낯선 결제 항목을 발견했어요. 매달 12달러씩 빠져나가고 있었는데, 뭔지 기억이 안 났어요.언제 가입했는지도 기억이 안 났다서비스 이름을 하나하나 검색해보니 2년 전에 한 번 써보려고 가입했던 디자인 툴이었어요. 그 뒤로 한 번도 안 열어봤더라고요.그 하나가 아니었어요. 명세서를 몇 달치 뒤져보니 비슷한 게 다섯 개가 더 있었어요. 하나를 찾을 때마다 또 하나가 나와서 나중엔 아예 각오하고 훑어봤어요.클라우드 저장 공간, 화상 회의 툴 유료 버전, 번역 프로그램, 이미지 소스 사이트 두 곳까지요.전부 무료 체험으로 시작했다가 자동으로 결제로 넘어간 것들이었어요. 그때는 나중에 취소해야지 하고 잊어버린 거예요. 일이 몰리는 시기에 가입한 것들이라 그 뒤로 다시 .. 2026. 9. 1. 2주만 시간을 적어봤어요: 바쁜데 남는 게 없던 이유가 거기 있었어요 하루 종일 일했는데 뭘 했는지 몰랐어요어느 날 저녁에 이상한 기분이 들었어요. 아침부터 저녁까지 쉬지 않고 일한 것 같은데, 오늘 뭘 했느냐고 물으면 대답할 게 없는 거예요. 분명 바빴어요. 노트북 앞에 앉아 있었고, 메일을 쓰고, 화면을 들여다봤어요. 그런데 결과물로 남은 게 별로 없었어요. 그런 날이 한 번이면 넘어갔을 텐데, 몇 주째 반복되고 있다는 걸 알아채고 나서 뭔가 잘못됐다는 생각이 들었어요.문제를 파악하려면 먼저 재봐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무엇에 얼마나 시간을 쓰는지 기록해 보기로 했어요. 거창한 도구를 쓴 건 아니고, 종이 노트에 시작 시간과 끝 시간, 무슨 일을 했는지를 한 줄씩 적었어요. 지금은 간단한 앱을 쓰지만 시작은 그렇게 종이였어요.기록 자체가 번거로울 거라고 생각했는데.. 2026. 8. 11. 일과 쉼의 경계는 스스로 긋는 선이었어요 일이 언제 끝나는지 모르겠어요저는 일이 끝나는 시간이 딱히 없어요. 정해진 퇴근 시각이 있는 게 아니거든요. 예전에 어딘가에 속해 일할 때는 몇 시가 되면 일이 끝났어요. 자리를 정리하고 문을 나서면 그걸로 오늘 일은 마무리였어요. 그런데 지금은 그 선이 없어요. 노트북만 열면 언제든 일할 수 있으니, 뒤집어 보면 언제든 일하고 있는 셈이에요.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메일을 확인하고, 밥 먹다가도 일 생각을 하고, 밤에 누워서도 내일 할 일을 떠올려요. 일이 하루의 특정 시간에 담겨 있지 않고 온종일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거예요. 처음엔 이게 오히려 편하다고 생각했어요. 내가 원할 때 일하면 되니까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알게 됐어요. 원할 때 일할 수 있다는 건, 원치 않을 때도 일에서 못 벗어난다는.. 2026. 8. 3. 출퇴근이 없으니 하루에 끝이 없어요 출퇴근이 없다는 것출퇴근이 없는 생활을 오래 하고 있어요. 회사를 다닐 때는 이런 삶을 부러워했어요. 아침에 만원 지하철에 시달릴 일도 없고, 정해진 시간에 어디로 갈 필요도 없으니까요. 실제로 그런 자유는 좋아요. 그런데 이 생활을 해보면 아무도 잘 말해주지 않는 부분이 있어요. 출퇴근이 없다는 건 하루에 시작도 끝도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는 거예요. 언제 시작해도 되고 언제 끝내도 되니까, 거꾸로 말하면 하루가 어디서 시작해서 어디서 끝나는지가 흐릿해요. 저는 이게 생각보다 큰 문제라는 걸 한참 뒤에야 알았어요. 자유롭게 쓰라고 통째로 주어진 하루가, 오히려 손가락 사이로 다 새어나가더라고요. 솔직히 이 글을 쓰는 오늘도 그런 날이에요. 아침부터 뭔가 계속 하고는 있는데 정신은 하나도 없어요.정신없는 .. 2026. 7. 25. 이전 1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