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생산성7

2주만 시간을 적어봤어요: 바쁜데 남는 게 없던 이유가 거기 있었어요 하루 종일 일했는데 뭘 했는지 몰랐어요어느 날 저녁에 이상한 기분이 들었어요. 아침부터 저녁까지 쉬지 않고 일한 것 같은데, 오늘 뭘 했느냐고 물으면 대답할 게 없는 거예요. 분명 바빴어요. 노트북 앞에 앉아 있었고, 메일을 쓰고, 화면을 들여다봤어요. 그런데 결과물로 남은 게 별로 없었어요. 그런 날이 한 번이면 넘어갔을 텐데, 몇 주째 반복되고 있다는 걸 알아채고 나서 뭔가 잘못됐다는 생각이 들었어요.문제를 파악하려면 먼저 재봐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무엇에 얼마나 시간을 쓰는지 기록해 보기로 했어요. 거창한 도구를 쓴 건 아니고, 종이 노트에 시작 시간과 끝 시간, 무슨 일을 했는지를 한 줄씩 적었어요. 지금은 간단한 앱을 쓰지만 시작은 그렇게 종이였어요.기록 자체가 번거로울 거라고 생각했는데.. 2026. 8. 11.
일과 쉼의 경계는 스스로 긋는 선이었어요 일이 언제 끝나는지 모르겠어요저는 일이 끝나는 시간이 딱히 없어요. 정해진 퇴근 시각이 있는 게 아니거든요. 예전에 어딘가에 속해 일할 때는 몇 시가 되면 일이 끝났어요. 자리를 정리하고 문을 나서면 그걸로 오늘 일은 마무리였어요. 그런데 지금은 그 선이 없어요. 노트북만 열면 언제든 일할 수 있으니, 뒤집어 보면 언제든 일하고 있는 셈이에요.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메일을 확인하고, 밥 먹다가도 일 생각을 하고, 밤에 누워서도 내일 할 일을 떠올려요. 일이 하루의 특정 시간에 담겨 있지 않고 온종일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거예요. 처음엔 이게 오히려 편하다고 생각했어요. 내가 원할 때 일하면 되니까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알게 됐어요. 원할 때 일할 수 있다는 건, 원치 않을 때도 일에서 못 벗어난다는.. 2026. 8. 3.
출퇴근이 없으니 하루에 끝이 없어요 출퇴근이 없다는 것출퇴근이 없는 생활을 오래 하고 있어요. 회사를 다닐 때는 이런 삶을 부러워했어요. 아침에 만원 지하철에 시달릴 일도 없고, 정해진 시간에 어디로 갈 필요도 없으니까요. 실제로 그런 자유는 좋아요. 그런데 이 생활을 해보면 아무도 잘 말해주지 않는 부분이 있어요. 출퇴근이 없다는 건 하루에 시작도 끝도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는 거예요. 언제 시작해도 되고 언제 끝내도 되니까, 거꾸로 말하면 하루가 어디서 시작해서 어디서 끝나는지가 흐릿해요. 저는 이게 생각보다 큰 문제라는 걸 한참 뒤에야 알았어요. 자유롭게 쓰라고 통째로 주어진 하루가, 오히려 손가락 사이로 다 새어나가더라고요. 솔직히 이 글을 쓰는 오늘도 그런 날이에요. 아침부터 뭔가 계속 하고는 있는데 정신은 하나도 없어요.정신없는 .. 2026. 7. 25.
식곤증의 범인은 점심 접시에 있었어요: 오후를 되찾은 점심 루틴 점심만 먹으면 무너지던 오후한동안 오후만 되면 이상하리만큼 일이 안 되던 시기가 있었어요. 중요한 기획안을 붙잡고 있는데 머릿속에 안개가 낀 것처럼 멍하고, 모니터의 글자가 눈에 들어오지 않았어요. 처음에는 전날 잠을 못 자서 그런가 했어요. 그다음에는 제 의지력을 탓했어요. 커피를 두 잔씩 마셔봐도 소용이 없었고, 억지로 버티다 보면 오후 서너 시간을 거의 통째로 날리는 날도 있었어요. 혼자 일하는 사람에게 오후 반나절은 하루 매출의 절반이나 마찬가지인데 말이에요.그러다 어느 날 패턴이 보였어요. 유독 심하게 무너진 날들을 되짚어 보니, 공통점이 잠이 아니라 점심이었어요. 급하다는 이유로 햄버거 세트를 시켰거나, 미국식 식당에서 접시 가득 나온 파스타를 남기기 아까워 다 먹은 날. 그런 날 오후는 어김.. 2026. 6. 15.
화면 앞에서 세 시간을 못 넘긴 날: 노트북을 덮고 종이를 꺼냈어요 화면 앞에서 세 시간을 못 넘긴 기획서몇 년 전, 규모가 좀 있는 프로젝트의 구조를 짜야 하는 일이 있었어요. 문서를 열어놓고 오전 내내 앉아 있었는데 첫 화면을 넘기지 못했어요. 썼다 지웠다를 반복하다가 점심때가 됐고, 오후에도 비슷했어요. 머릿속에는 분명 여러 갈래가 있는데 그게 문장으로 나오지 않았어요.저녁에 답답한 마음으로 노트북을 덮고, 옆에 있던 종이 노트를 펴서 손으로 적기 시작했어요. 정리된 문장이 아니라 떠오르는 대로요. 이건 이렇게 하면 되고, 저건 걸리는데 왜 걸리는지, 그러면 어떤 선택지가 있는지를 화살표로 이어가며 적었어요. 40분쯤 지나니 종이 두 장이 채워졌고, 그 안에 제가 오전 내내 못 잡던 구조가 대략 그려져 있었어요.그날 이후로 저는 막히는 일이 생기면 화면을 붙잡고 버.. 2026. 6. 3.
스마트폰 흑백 모드 활용법: 숏폼의 유혹을 끊고 업무 몰입도를 높이는 설정 틈만 나면 숏폼을 넘기고 있었어요어느 날 오후, 십 분만 쉬려고 소파에 앉았다가 정신을 차려보니 사십 분째 숏폼을 넘기고 있는 저를 발견했어요. 더 놀란 건 그 사십 분 동안 뭘 봤는지 하나도 기억나지 않는다는 거였어요. 스마트폰으로 비즈니스를 꾸리는 사람이라 폰을 멀리할 수도 없는데, 폰을 잡을 때마다 일 확인은 삼 분, 무의식적인 스크롤은 삼십 분이 되는 날이 반복됐어요. 처음에는 제 의지력을 탓했어요. 마흔 넘어서 숏폼에 빠진 스스로가 한심하기도 했고요.그런데 이게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는 걸 알게 된 계기가 있어요. 구글에서 디자인 윤리를 담당했던 트리스탄 해리스가 한 이야기를 접했는데, 앱들이 슬롯머신처럼 색상과 알림을 설계해서 사용자의 주의를 붙잡도록 만들어져 있다는 거였어요. 빨간 알림 배지,.. 2026. 5.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