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아웃6 손끝이 따끔거려서 알아챘어요: 다시 시작된 손톱 물어뜯기 손끝이 아파서야 알아챘어요노트북 자판을 두드리다가 손끝이 따끔거렸어요. 무심코 손을 봤더니 엄지손톱 옆 살이 벗겨져 있었어요. 며칠째 계속 물어뜯고 있었던 흔적이었어요.언제부터 이랬는지 정확히 기억도 안 났어요. 그냥 어느 순간부터 손톱 끝이 자꾸 신경 쓰였고, 그때마다 무의식적으로 입으로 가져가고 있었어요.손을 살펴보니 엄지뿐 아니라 검지 손톱도 짧게 물어뜯긴 상태였어요. 몇몇 손가락은 손톱 모양 자체가 거의 남아 있지 않았어요.이 버릇이 언제 처음 생겼는지 떠올려봤어요. 확실히 기억나는 건, 초등학생 때 시험 기간마다 손톱을 물어뜯던 습관이 있었다는 거예요. 그때는 어머니가 손톱에 쓴 약을 발라주셔서 겨우 고쳤던 기억이 났어요. 그 뒤로 이십 년 넘게 이런 버릇 없이 지내왔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다.. 2026. 9. 29. 취미로 찍던 사진을 카메라 드는 게 무거워졌어요: 일이 되어버린 즐거움 카메라를 드는 손이 무거워졌어요어느 날 아침, 늘 하던 것처럼 카메라를 챙겨 나가려는데 손이 이상하게 무거웠어요. 예전 같으면 설레는 마음으로 집어 들던 카메라인데, 그날은 왠지 짐처럼 느껴졌어요.몇 년 전만 해도 사진은 순수하게 재미로 하던 취미였어요. 낯선 골목을 걷다 마음에 드는 장면이 보이면 그냥 찍었어요. 잘 나오든 못 나오든 크게 신경 쓰지 않았어요.그러다 우연히 SNS에 올린 사진 몇 장이 반응이 좋았어요. 사람들이 관심을 보이니 신이 나서 더 자주, 더 열심히 찍었어요. 그러다 어느새 사진 관련 작업 의뢰가 하나둘 들어오기 시작했어요.처음엔 좋아하는 일로 돈도 번다는 게 꿈만 같았어요. 취미가 직업이 되는 흔치 않은 행운이라고 생각했어요.그런데 언젠가부터 카메라를 들 때마다 결과물을 계산하.. 2026. 9. 23. 이유 없이 무기력한 날이 계속됐어요: 뒤늦게 알아챈 번아웃의 신호 이유 없이 무기력한 날이 계속됐어요평소와 다를 바 없는 아침에 눈을 떴는데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어요. 이런 날이 하루 이틀이면 그러려니 했을 텐데, 벌써 2주째 계속되고 있었어요.돌아보면 일이 특별히 많은 것도 아니었어요. 오히려 평소보다 여유로운 시기였는데도 몸이 안 움직였어요.아침마다 노트북 앞에 앉아도 화면만 멍하니 보고 있는 시간이 점점 늘었어요. 손은 키보드 위에 있는데 뭘 써야 할지 생각이 안 났어요.그동안 좋아하던 일에도 흥미가 안 생겼어요. 예전 같으면 신나서 시작했을 프로젝트도 그냥 해야 하니까 하는 느낌이었어요.잠도 계속 부족한 느낌이었어요. 분명 충분히 잤는데도 눈을 뜨면 다시 눕고 싶었어요. 몸 전체가 물을 잔뜩 먹은 솜처럼 무거웠어요.누가 봐도 뭔가 이상했을 텐데, 정작 저는 .. 2026. 9. 8. 저녁 회복 루틴을 만들려다 그만둔 이유 저녁 회복 루틴을 만들어보려 했어요어느 날부터 저녁을 잘 보내야겠다고 마음먹었어요. 하루를 어떻게 끝내느냐가 다음 날을 좌우한다는 이야기를 여기저기서 읽었거든요. 그래서 저녁 루틴이라는 걸 만들어보기로 했어요. 따뜻한 물에 몸을 담그고, 눈을 감고 숨을 고르고, 자기 전에 내일 할 일을 적고, 종이책을 조금 읽는 식으로요. 좋다는 건 다 모아서 순서를 짰어요. 처음 며칠은 그럴듯했어요. 뭔가 나를 잘 돌보고 있다는 기분이 들었어요. 그런데 얼마 안 가 이상한 일이 벌어졌어요. 저녁마다 그 순서를 다 지켰는지 신경 쓰기 시작한 거예요. 오늘은 호흡을 빼먹었네, 책을 못 읽었네 하면서요. 쉬려고 만든 루틴인데, 그 루틴을 지키는 게 어느새 또 하나의 숙제가 되어 있었어요. 못 지킨 날은 저녁을 망친 것 같은.. 2026. 6. 11. 한 주가 지났는데 뭘 했는지 기억이 안 났어요: 지친 게 아니라 지루했던 겁니다 지난주에 뭘 했는지 기억이 안 났어요금요일 저녁에 한 주를 돌아보려고 앉았어요. 그런데 월요일에 뭘 했는지가 떠오르지 않았어요.기록을 열어보니 일은 했어요. 결과물도 있고 보낸 메일도 있어요. 그런데 그게 어느 날이었는지가 하나도 구분이 안 됐어요.한 주가 통째로 한 덩어리처럼 느껴졌어요. 다섯 날이 아니라 긴 하루 하나를 보낸 것 같았어요.그때는 그게 피곤해서라고 생각했어요. 나중에 보니 그게 아니었어요.사진첩을 열어봐도 마찬가지였어요. 그 주에 찍은 사진이 하나도 없었어요. 찍을 만한 장면이 없었던 거예요.누가 지난주 어땠냐고 물으면 답할 게 없었어요. 바빴다고 하기에는 딱히 그렇지도 않고, 한가했다고 하기에도 아니고요. 그냥 지나갔다는 말밖에 안 나왔어요.모든 날이 똑같이 생겼어요그 시기에 제 하루.. 2026. 5. 15. 앉아서 하는 명상에 실패하고 찾은 방법 명상 앱을 세 번 지웠어요명상을 해보려고 한 적이 여러 번 있어요. 주변에서 좋다는 이야기를 하도 들어서 앱을 깔았어요. 안내 음성에 따라 눈을 감고 호흡을 세는 방식이었어요. 결과는 매번 비슷했어요. 삼 분쯤 지나면 오늘 처리해야 할 일들이 순서대로 떠올랐고, 그걸 밀어내려다 보면 오히려 더 또렷해졌어요. 잘 안 되는 제가 문제인 것 같아서 더 답답했어요. 그러다 결국 앱을 지웠어요. 그렇게 세 번을 반복했어요. 나중에는 명상은 나랑 안 맞는 거라고 정리해버렸어요. 눈을 감고 가만히 있는 걸 못 견디는 사람이 있는 거라고요. 실제로 저는 가만히 있는 시간을 잘 못 견뎌요. 뭐라도 하고 있어야 마음이 편한 쪽이에요. 그런 사람에게 아무것도 하지 말라고 하면 그게 제일 어려운 주문이에요.호수 앞 벤치에 그.. 2026. 3. 31.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