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멘탈관리11

잘된 일마다 운이 좋았다고 말했어요: 겸손이 아니라 자기 부정이었습니다 운이 좋았다고 말하고 있었어요일이 잘 풀린 이야기를 할 때 제가 늘 붙이는 말이 있었어요. 운이 좋았다고요.한 번은 오랜만에 만난 분이 요즘 어떠냐고 물으셨어요. 그 무렵 몇 달이 괜찮았거든요. 그런데 저는 그냥 운이 좋았다고 답하고 넘어갔어요.그날 돌아오면서 좀 이상했어요. 겸손하려고 한 말이 아니었거든요. 저는 정말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어요.그때 처음으로 이게 겸손이 아니라 다른 것일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어요.그런 말을 언제부터 했는지도 모르겠어요. 한국에서 자라면서 배운 말투이기도 하고, 실제로 제가 그렇게 느끼기도 해서 자연스럽게 나왔어요.그리고 그렇게 말하면 대화가 편해요. 상대가 부담을 안 느끼고 저도 더 설명할 게 없어지니까요. 그게 편해서 계속 그렇게 했던 것 같기도 해요.잘된 일은 이유를.. 2026. 5. 12.
사람이 없어서가 아니라 반응이 없어서였어요 개를 키우고 싶었던 시기가 있었어요몇 년 전에 개를 키울까 진지하게 생각한 적이 있어요. 그 무렵 저녁이 유난히 조용했거든요.그래서 며칠 알아봤어요. 그러다 목록을 적어보고 그만뒀어요. 안 되는 이유가 너무 많았어요.숙소가 대부분 안 받아요. 몇 달마다 옮기는데 그때마다 조건이 맞는 곳을 찾는 게 어려워요. 나라를 옮기면 서류도 필요하고요. 제가 며칠 어디를 가야 할 때 맡길 데도 없어요.무엇보다 그 생명이 저 때문에 계속 옮겨 다녀야 하잖아요. 제가 고른 방식인데 그걸 같이 지게 하는 건 아니다 싶었어요.주변에서 키우시는 분들을 보면 부러웠어요. 특히 혼자 지내시는 분들이 그렇더라고요. 집에 들어갔을 때 뭔가 있다는 게 어떤 건지 그때는 짐작만 했어요.한동안은 언젠가 정착하면 그때 키우자고 미뤄뒀어요... 2026. 5. 3.
돈 걱정을 할 데가 없었어요: 혼자 일하는 사람이 제일 늦게 배우는 것 그 이야기를 꺼낼 데가 없었어요혼자 일하면서 제일 힘들었던 건 일 자체가 아니었어요. 돈에 관한 걱정을 아무에게도 말 못 한다는 거였어요.회사에 다닐 때는 이런 게 없었어요. 월급이 언제 들어오는지 아니까 걱정할 게 별로 없었고, 회사 사정이 나빠도 그건 회사 걱정이지 제 걱정은 아니었어요.지금은 다 제 걱정이에요. 다음 달에 뭐가 들어올지 제가 알아야 하고, 안 들어오면 그것도 제가 감당해요.그런데 이 이야기를 할 데가 없어요. 친구에게 말하면 걱정을 얹는 것 같고, 옆자리에 동료가 있는 것도 아니고요.수입이 일정하지 않은 것도 여기에 얹혀요. 어떤 달은 여러 건이 겹쳐 들어오고 어떤 달은 아무것도 없어요. 1년으로 놓고 보면 대체로 맞는데, 그 안에서 오르내리는 걸 매달 겪는 건 또 다른 일이더라고요.. 2026. 4. 27.
낯선 도시에서 내 이름을 아는 사람: 호텔 프런트에서 만든 느슨한 연결 그 도시에서 나를 알아보는 유일한 사람낯선 도시에 도착해서 며칠이 지나면 이상한 순간이 와요. 일은 평소처럼 하고 있고, 밥도 잘 챙겨 먹고 있는데, 문득 오늘 하루 종일 제 이름을 부른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는 걸 깨닫는 순간이에요. 카페에서 커피를 주문하고, 마트에서 계산하고, 노트북 앞에서 몇 시간을 보냈는데도 그중 어느 것도 저를 아는 사람과의 대화는 아니었던 거예요. 일에 집중하는 동안에는 몰랐다가, 노트북을 덮고 나면 그제야 방이 조용하다는 게 느껴져요. 그럴 때 제가 기대는 사람들이 있어요. 화려한 네트워킹 모임에서 만난 사람들이 아니에요. 제가 묵고 있는 숙소의 프런트 데스크 직원들과 조식 식당의 스태프들이에요. 호텔에 오래 머무는 생활을 하다 보니, 이분들이 그 도시에서 저를 알아보는 거의.. 2026. 4. 9.
앉아서 하는 명상에 실패하고 찾은 방법 명상 앱을 세 번 지웠어요명상을 해보려고 한 적이 여러 번 있어요. 주변에서 좋다는 이야기를 하도 들어서 앱을 깔았어요. 안내 음성에 따라 눈을 감고 호흡을 세는 방식이었어요. 결과는 매번 비슷했어요. 삼 분쯤 지나면 오늘 처리해야 할 일들이 순서대로 떠올랐고, 그걸 밀어내려다 보면 오히려 더 또렷해졌어요. 잘 안 되는 제가 문제인 것 같아서 더 답답했어요. 그러다 결국 앱을 지웠어요. 그렇게 세 번을 반복했어요. 나중에는 명상은 나랑 안 맞는 거라고 정리해버렸어요. 눈을 감고 가만히 있는 걸 못 견디는 사람이 있는 거라고요. 실제로 저는 가만히 있는 시간을 잘 못 견뎌요. 뭐라도 하고 있어야 마음이 편한 쪽이에요. 그런 사람에게 아무것도 하지 말라고 하면 그게 제일 어려운 주문이에요.호수 앞 벤치에 그.. 2026. 3.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