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3 타지에서 혼자 보낸 첫 추석, 영상통화 5분으로 그 하루를 버텼다 달력에 뜬 빨간 날짜를 보고서야 이번 주가 추석이라는 걸 알았어요. 다른 나라에 있으면 명절은 그냥 평범한 화요일이었어요.달력이 알려주기 전까지는 모르고 지나갔다숙소 근처 마트에서 장을 보고 오는 길이었어요. 휴대폰 알림으로 가족 단체 채팅방이 갑자기 시끄러워졌어요.사진들이 쏟아지기 시작했어요. 큰집에 모인 가족들, 상 위에 올라간 전과 나물, 조카들이 세배하는 모습까지요.그제야 오늘이 추석이라는 걸 알았어요. 몇 년째 겪는 일인데도 매번 이렇게 뒤늦게 알아차려요.이 나라 달력에는 당연히 그런 표시가 없어요. 마트도 평소처럼 문을 열었고, 거리도 다를 게 없었어요.계산대 앞에서 순서를 기다리는 사람들도 다들 평범한 화요일을 보내는 얼굴이었어요. 저 혼자만 다른 시간대에 서 있는 것 같은 기분이 잠깐 스쳤.. 2026. 9. 12. 괜찮으시냐고 묻는 걸 그만뒀어요: 멀리서 부모님 안부를 확인하는 법 전화를 끊고 나면 아무것도 모르겠더라고요부모님과 통화를 하면 대화가 늘 비슷하게 흘러가요. 밥은 먹었냐, 거긴 날씨가 어떠냐, 몸은 괜찮냐. 저도 비슷하게 답하고, 별일 없다는 말을 주고받고 끊어요. 통화 시간은 10분쯤이고 서로 기분은 나쁘지 않아요. 끊고 나면 할 일을 했다는 느낌도 들고요.그런데 어느 날 전화를 끊고 나서 문득 생각했어요. 방금 통화에서 제가 알게 된 게 뭐가 있지. 아무것도 없었어요. 부모님이 요즘 어떻게 지내시는지, 어디가 불편하신지, 병원에는 다니시는지 저는 하나도 몰랐어요. 매주 통화를 하면서도요.이유는 간단해요. 제가 안부를 물었고 부모님은 안부로 답하셨거든요. 괜찮냐고 물으면 괜찮다는 답이 돌아오는 게 당연해요. 특히 멀리 있는 자식에게는 더 그렇고요. 걱정시키고 싶지 않.. 2026. 8. 18. 경유지 하나를 건너뛰고 몇 년째 후회하는 이유 뉴델리를 건너뛴 날몇 년 전, 미국에서 유럽을 거쳐 한국에 갔던 여행이 있었어요. 원래 계획은 한국을 다녀온 뒤 미국으로 돌아오는 길에 인도 뉴델리에 잠깐 들르는 거였어요. 거기 형님이 계셔서, 오랜만에 얼굴을 보고 그동안 못 한 이야기를 나눌 생각이었어요. 항공권도 그렇게 끊어놨었어요. 그런데 한국에 있는 동안 마음이 바뀌었어요. 뉴델리를 건너뛰고 한국에서 미국으로 곧장 돌아가는 표로 바꿔버렸어요. 일부러 항공권을 재발권까지 하면서요. 그때는 그게 별일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경유 한 번 빼는 정도니까요. 오히려 일정이 단순해져서 잘한 선택이라고 여겼어요. 지금 돌이켜보면 그 결정이 그 여행에서 제가 내린 가장 후회되는 선택이었어요. 그렇게 쉽게 바꿀 일이 아니었는데, 저는 너무 가볍게 표를 바꿨어요.하.. 2026. 7. 24.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