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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인드셋 & 웰니스 (Mindset & Wellness)

앉아서 하는 명상에 실패하고 찾은 방법

by wellnomadness 2026. 3. 31.

명상 앱을 세 번 지웠어요

명상을 해보려고 한 적이 여러 번 있어요. 주변에서 좋다는 이야기를 하도 들어서 앱을 깔았어요. 안내 음성에 따라 눈을 감고 호흡을 세는 방식이었어요. 결과는 매번 비슷했어요. 삼 분쯤 지나면 오늘 처리해야 할 일들이 순서대로 떠올랐고, 그걸 밀어내려다 보면 오히려 더 또렷해졌어요. 잘 안 되는 제가 문제인 것 같아서 더 답답했어요. 그러다 결국 앱을 지웠어요. 그렇게 세 번을 반복했어요. 나중에는 명상은 나랑 안 맞는 거라고 정리해버렸어요. 눈을 감고 가만히 있는 걸 못 견디는 사람이 있는 거라고요. 실제로 저는 가만히 있는 시간을 잘 못 견뎌요. 뭐라도 하고 있어야 마음이 편한 쪽이에요. 그런 사람에게 아무것도 하지 말라고 하면 그게 제일 어려운 주문이에요.


호수 앞 벤치에 그냥 앉아 있던 날

생각이 바뀐 건 별일 없는 어느 오후였어요. 그날 일이 유난히 안 풀려서 밖에 나갔는데, 딱히 갈 데가 없어서 근처 호수 쪽으로 갔어요. 원래는 좀 걷다가 돌아올 생각이었어요. 그런데 물가에 놓인 벤치가 비어 있길래 잠깐 앉았어요. 잠깐이 사십 분이 됐어요. 무슨 대단한 일이 있었던 건 아니에요. 그냥 물결이 움직이는 걸 봤어요. 바람이 불면 수면이 잘게 부서지면서 반짝였고, 바람이 멎으면 다시 잔잔해졌어요. 오리 몇 마리가 지나갔고, 건너편에서 누가 낚싯대를 던졌어요. 그걸 보고 있는 동안 머릿속이 조용했어요. 일부러 비운 게 아니라 어느 순간 그냥 비어 있었어요. 일어설 때쯤에는 나갈 때보다 확실히 나아져 있었어요. 그날 저녁에 문득 깨달았어요. 제가 그토록 안 된다고 했던 게 방금 벤치에서는 됐다는 걸요.


눈을 감지 않는 게 저에게는 맞았어요

차이가 뭐였을까 생각해봤어요. 제일 큰 건 눈을 뜨고 있었다는 점 같아요. 눈을 감으면 밖에서 들어오는 게 없으니 머릿속 생각이 그 자리를 다 차지해요. 반면 눈앞에서 뭔가가 계속 움직이고 있으면 시선이 거기 붙어 있어요. 물결처럼 규칙적이면서도 매번 조금씩 다른 것이 특히 그래요. 예측이 되니까 긴장할 필요가 없고, 그렇다고 완전히 똑같지는 않으니 지루하지도 않아요. 나뭇가지가 흔들리는 것, 구름이 천천히 모양을 바꾸는 것도 비슷해요. 반대로 사람이 많이 오가는 곳은 잘 안 돼요. 사람이 지나가면 자꾸 눈이 따라가고, 대화 소리가 들리면 내용을 듣게 되거든요. 그래서 저는 사람이 적은 시간대를 골라요. 이른 아침이거나 평일 낮이요. 자리도 등 뒤에 사람이 지나다니지 않는 곳으로 잡아요. 등 뒤가 트여 있으면 이상하게 계속 신경이 쓰여요.


앞의 십오 분은 원래 지루해요

한 가지는 미리 알아두면 좋아요. 앉자마자 편해지지는 않아요. 처음 십오 분 정도는 오히려 안절부절못해요. 휴대폰을 꺼내고 싶고, 이러고 있을 시간에 일을 하는 게 낫지 않나 싶고, 다리도 저려요. 저는 이 구간을 넘기지 못해서 예전에 몇 번이나 일어났어요. 그런데 몇 차례 겪어보니 그 구간이 지나면 확실히 달라져요. 몸에서 힘이 빠지고 시간 감각이 흐려져요. 그래서 요즘은 처음부터 넉넉하게 시간을 잡고 앉아요. 삼십 분 정도를 비워두고 시작해요. 십 분만 하려고 하면 지루한 구간만 겪고 끝나서 아무 의미가 없어요. 휴대폰은 주머니에 넣어두는데 아예 두고 나오지는 않아요. 실제로 급한 연락이 올 수도 있으니까요. 대신 소리를 꺼두고, 손에 들지 않는 것만 지켜요. 손에 들고 있으면 결국 보게 되더라고요. 시간을 재지도 않아요. 예전에는 타이머를 맞춰놓고 앉았는데, 그러면 남은 시간이 자꾸 신경 쓰여서 오히려 방해가 됐어요. 지금은 그만 앉고 싶어질 때까지만 있다가 일어나요.


비 오는 날에는 창가에서 해요

밖에 나갈 수 없는 날도 많아요. 비가 오거나, 너무 춥거나, 마감이 코앞이라 멀리 못 가거나요. 그런 날에는 창가에 의자를 놓고 앉아요. 비 오는 날이 오히려 괜찮아요. 창에 빗방울이 흘러내리는 걸 보고 있으면 밖에서 물결을 보던 것과 비슷해져요. 소리도 한몫해요. 빗소리는 크기가 일정해서 다른 소리를 덮어줘요. 숙소를 옮겨 다니다 보면 창밖 풍경이 매번 달라지는데, 대단한 경치가 아니어도 상관없어요. 맞은편 건물 벽에 나무 그림자가 흔들리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던 적이 있어요. 오히려 처음에는 좋은 풍경이 있어야 되는 줄 알고 전망 좋은 자리를 찾아다녔는데, 해보니 풍경의 수준은 별로 중요하지 않았어요. 움직이는 게 있고, 방해받지 않으면 돼요.

비 오는 날 창가에 앉아 유리에 흐르는 빗방울을 보고 있는 모습

잘 됐는지 따지지 않기로 했어요

이걸 명상이라고 불러도 되는지는 저도 잘 모르겠어요. 제대로 배운 적이 없고, 방법이라고 할 것도 없거든요. 그래서 저는 그냥 앉아 있는 시간이라고만 생각해요. 이름을 붙이지 않으니 오히려 편해졌어요. 앱을 쓰던 시절에는 매번 오늘은 잘 됐는지 아닌지를 따졌어요. 잡생각이 많았던 날은 실패한 것처럼 느껴졌고, 그 판단 자체가 또 스트레스였어요. 지금은 그런 걸 안 봐요. 사십 분 내내 딴생각만 하다 일어난 날도 있는데 그래도 앉기 전보다는 나아요. 잘하고 못하고를 가릴 대상이 아니라는 걸 안 뒤로는 부담 없이 하게 됐어요. 요즘은 일이 막히면 노트북을 덮고 앉을 자리를 찾아요. 머무는 동네마다 그런 자리를 하나씩 정해두는 편이에요. 물이 보이면 가장 좋고, 없으면 나무가 있는 쪽이요. 그것도 없으면 창가면 충분해요. 자주 가는 자리가 정해지면 나가는 일 자체가 쉬워져요. 어디로 갈지 고민하는 단계가 없어지니까 그냥 일어나서 나가게 되거든요. 반대로 매번 새로운 곳을 찾으려 하면 그걸 알아보다가 결국 안 나가게 돼요. 특별한 장소일 필요는 없어요. 제가 몇 달을 다닌 자리 중에는 아파트 단지 안 화단 옆 벤치도 있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