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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인드셋 & 웰니스 (Mindset & Wellness)

동창 소식이 뜬 날, SNS를 끄고도 하루 종일 마음이 복잡했다

by wellnomadness 2026. 9. 15.

별생각 없이 SNS를 넘기다 익숙한 얼굴을 봤어요. 고등학교 동창이었는데, 사진 아래 새로 옮긴 회사 이름이 적혀 있었어요.


넘기다 멈춘 그 사진 한 장이 하루를 흔들었다

숙소 침대에 누워 습관처럼 SNS를 넘기고 있었어요. 딱히 뭘 보려던 건 아니고, 그냥 손이 자동으로 화면을 넘기고 있었어요. 일을 마치고 쉬는 시간마다 반복되는 습관이라 별생각 없이 하던 행동이었어요.

그러다 낯익은 얼굴이 스쳐 지나갔어요. 다시 위로 올려 확인했어요. 고등학교 때 친했던 친구였어요.

사진 밑에는 새 회사 로고가 박힌 사원증을 목에 건 모습과 함께 짧은 소감이 적혀 있었어요. 원하던 곳에 드디어 합격했다는 내용이었어요.

댓글도 꽤 많이 달려 있었어요. 축하한다는 말들 사이로 다른 동창들 이름도 눈에 들어왔어요. 다들 아직 연락하고 지내는구나 싶었어요.

사진을 한참 들여다봤어요. 그 친구의 표정이 밝았어요. 진심으로 잘됐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동시에 마음 한구석이 이상하게 무거워졌어요.

침대에 걸터앉아 휴대폰 화면을 들여다보는 남성의 옆모습, 화면 불빛만 방을 밝히고 있다

그 감정이 뭔지 처음엔 잘 몰랐어요. 부럽다는 것도 아니고, 서운하다는 것도 아닌, 정확히 설명하기 애매한 기분이었어요. 그냥 마음 한쪽이 살짝 눌린 듯한 느낌에 가까웠어요.

휴대폰을 내려놓고 천장을 한참 바라봤어요. 방금 본 사진이 계속 머릿속을 맴돌았어요.

다른 동창들 계정도 하나씩 들어가 봤어요. 누구는 결혼했고, 누구는 아이가 벌써 학교에 들어갔고, 누구는 집을 샀다는 소식이었어요.

각자 다른 삶을 살고 있다는 걸 머리로는 알고 있었는데, 이렇게 한꺼번에 들여다보니 느낌이 또 달랐어요.

계정을 하나씩 넘기면서 30분 넘게 시간을 보냈어요. 처음엔 그냥 궁금해서 봤는데, 나중엔 뭔가에 홀린 듯 계속 넘기고 있었어요.

그러다 문득 정신을 차리고 시계를 봤어요. 이미 늦은 밤이었어요. 딱히 생산적인 것도 아닌 일에 시간을 이렇게 썼다는 게 허탈했어요.


내 삶과 자꾸 비교하게 됐다

그 친구의 회사 이름을 검색해봤어요. 꽤 알려진 곳이었고, 연봉 정보도 대략 짐작이 갔어요. 저도 모르게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었어요.

제 통장 잔고를 떠올려봤어요. 이번 달은 그럭저럭 괜찮았지만, 지난달은 수입이 들쭉날쭉했어요. 안정적인 월급이라는 게 새삼 부럽게 느껴졌어요. 매달 같은 날 같은 금액이 들어온다는 게 얼마나 큰 안정감인지, 회사를 나오고 나서야 알게 된 것 같아요.

결혼한 동창의 사진도 다시 봤어요. 신혼집 사진과 함께 소소한 일상이 올라와 있었어요. 저는 지금 어느 나라의 숙소에서 이 화면을 보고 있는 건가 싶었어요.

같은 나이인데 사는 모습이 이렇게 다르다는 게 새삼스럽게 느껴졌어요. 저는 늘 이 삶에 만족한다고 생각해왔는데, 그 순간만큼은 확신이 흔들렸어요. 평소엔 잘 안 하던 생각인데 그날따라 유독 마음에 오래 머물렀어요.

사원증을 목에 건 사진과 지금 제 방 풍경을 번갈아 비교했어요. 캐리어 두 개와 접이식 노트북 받침대가 놓인 좁은 방이었어요.

누가 더 나은 삶을 사는지 따질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그 순간엔 자꾸 저울질을 하고 있었어요.

회사에 다닐 때는 이런 비교를 해본 적이 별로 없었어요.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끼리 어울리니 비교할 대상 자체가 적었던 거예요.

그런데 혼자 다른 길을 걷다 보니, 예전 같은 출발선에 있던 사람들과 지금의 저를 자꾸 견주게 됐어요.

특히 SNS는 다들 좋은 순간만 골라서 올리잖아요. 그 사람의 힘들었던 날, 실패했던 프로젝트, 불안했던 밤은 안 보이고 결과만 보이니 비교가 더 불공평하게 느껴졌어요.

그 사실을 머리로는 알고 있는데도, 화면 속 웃는 얼굴을 보고 있으면 그런 이성적인 생각은 잘 작동하지 않았어요. 머리로 아는 것과 마음이 받아들이는 건 완전히 다른 문제라는 걸 그날 새삼 느꼈어요.


앱을 껐는데도 마음은 계속 복잡했다

더 보면 안 되겠다 싶어서 앱을 껐어요. 화면을 끄면 마음도 같이 꺼질 줄 알았는데, 그렇지가 않았어요.

앱을 끄고도 손이 자꾸 휴대폰 쪽으로 갔어요. 습관적으로 화면을 켜려다가 몇 번이나 스스로 멈췄어요.

밥을 먹으면서도 그 사진이 자꾸 떠올랐어요. 일을 하려고 노트북을 열었는데도 집중이 잘 안 됐어요.

평소라면 그냥 넘겼을 사진 한 장이 왜 이렇게 마음에 오래 남는지 스스로도 의아했어요. 제가 지금 이 삶에 확신이 없어서 그런 건가 싶기도 했어요.

밤이 되어서도 그 기분이 완전히 가시지 않았어요. 침대에 누워 다시 SNS를 켜려다가 그만뒀어요. 지금 보면 또 비슷한 감정이 올라올 게 뻔했으니까요.

대신 그동안 찍어둔 제 사진들을 넘겨봤어요. 낯선 도시의 골목, 처음 먹어본 음식, 우연히 만난 사람들과의 순간들이 담겨 있었어요.

그 사진들을 보면서 조금씩 마음이 가라앉았어요. 저도 저만의 방식으로 뭔가를 쌓아오고 있었다는 게 느껴졌어요. 사진 속 표정들을 보니 그때그때 나름대로 즐거웠던 순간들이 다시 떠올랐어요.

다만 그건 사원증이나 신혼집 사진처럼 한눈에 보여줄 수 있는 성과가 아니었어요. 그래서 비교당할 때 더 초라하게 느껴졌던 것 같아요.

사진 속 골목 하나하나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는 저만 알고 있어요. 거기서 겪은 실수, 배운 것, 만난 사람들이 제 안에 쌓여 있지만, 남에게는 그냥 여행 사진 한 장으로만 보이겠다 싶었어요.

그렇게 생각하니 제가 그동안 쌓아온 게 눈에 잘 안 띄는 방식이었다는 게 더 선명해졌어요. 사원증처럼 한 장으로 증명되는 게 아니라서 저 스스로도 가끔 잊고 지냈던 거예요.

그날 밤은 결국 잠자리에 늦게 들었어요. 여러 감정이 한꺼번에 몰려와서 쉽게 정리가 안 됐어요.

불을 끄고 누워서도 계속 이런저런 생각이 이어졌어요.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안정적인 일을 찾아야 하나, 아니면 지금 이대로도 괜찮은 건가 하는 질문들이 꼬리를 물었어요.

답이 쉽게 나오지 않았어요. 그냥 오늘 하루는 유난히 마음이 복잡한 날이었다고 받아들이기로 하고 눈을 감았어요.


다음 날 아침, 어제의 복잡했던 마음이 조금은 가라앉아 있었어요. 그 친구가 잘된 건 진심으로 축하할 일이고, 제가 걸어온 길도 그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는 걸 하룻밤 자고 나서야 겨우 받아들였어요. 다만 그 SNS 앱은 그날 이후로 알림을 꺼두기로 했어요. 누군가의 좋은 소식을 자연스럽게 축하할 수 있을 만큼 제 마음이 단단해질 때까지는, 잠들기 전 화면을 넘기는 습관부터 조금씩 줄여가려고요.